3월 30일 토요일, 교직에 있는 누님, 아내와 함께 봄꽃맞이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경남 하동군 '화개 십리 벚꽃길' 한국에서 걷고 싶은 길 30선에 들어간 길이다. 이 곳을 세 번 찾았는데 오늘 비로소 새봄 벚꽃에 흠뻑 취했다. 사람들이 봄만 되면 이 곳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다.
05:30 누님의 방문에 기상, 세면을 하고 여장을 챙긴다. 교통체증을 우려해 일찍 출발하려는 것이다. 06:30 아파트를 나서니 산수유가 피었다. 지금이 지리산 구례 산수유 축제기간인데 꽃소식 북상이 이렇게 빠르단 말인가? 지구온난화로 최근 20년간 새봄 꽃피는 시기가 한 달 가까이 빨라졌다는 소식이다.
10:00 화개장터 입구 도착, 주차를 마치고 벚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걷는다. 화개터미널에서 쌍계사까지는 5km. 아직 낙화 흔적을 볼 수 없으니 지금이 벚꽃 구경에 제격이다. 관광객들은 보니 주로 가족과 친구 단위다. 벚꽃의 장관에 심취하여 사진촬영에 바쁘다. 때론 도로 한가운데 벚꽃터널에 서서 기록사진을 남긴다.
이 곳의 특징은 세 가지. 하나는 벚꽃길과 섬진강 지류가 함께 하는 것. 흐르는 물소리, 햇빛에 반사되는 개욺물과 벚꽃을 감상하는 것이다. 둘째는 길옆 차밭과의 조화. 잘 가꾸어진 차밭과 축 늘어진 벚꽃 줄기는 한 폭의 그림 같다. 셋째는 벚꽃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 상행과 하행길이 일방통행으로 다른 각도에서 벚꽃을 즐길 수 있다.
가는 도중에 동백꽃, 진달래꽃도 보인다. 낙화가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개화중인 매화꽃은 봄맞이를 흥겹게 해 준다. 벚꽃의 색깔과 모양을 비교하게 하니 저절로 공부가 된다. 그 뿐이랴! 시선을 땅바닥으로 돌리니 이름도 특이한 개불알꽃이 우리를 반겨준다.
12:00 벚꽃에 취해 천천히 두 시간을 걷다보니 쌍계사에 도착. 여기까지 온 김에 입장하여 경내를 둘러본다. 붉은 동백꽃, 목련을 보니 완연한 봄이다. 마치 작은 벌집처럼 생긴 삼지닥나무꽃은 처음 보았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특이한 동백꽃 세 송이. 꽃잎에 무늬가 있어 장미꽃처럼 보인다.
꽃여행에 빠지다 보니 점심시간. 출발지로 돌아가야하는데 교통편이 쉽지 않다. 버스 시간은 간격이 멀고 택시는 만나기 어렵다. 다시 걷는다. 그러니까 오늘 여기서 10km 도보여행이다. 나무데크로 만든 도로 윗길을 걸으니 풍광이 새롭다. 가로수 벚나무를 위에서 쳐다보니 느낌이 새롭다.
14:00 다시 화계장터 입구. 몇 년 전 아내와 함께 찾았던 민물고기찜 삭당을 찾으니 문을 닫았다. 다른 식당을 보니 손님들로 만원이다. 주문해 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서 상춘객들의 여유가 보인다. 30분을 기다려 메기매운탕으로 시장기를 채운다. 식당 밖을 보니 지금 이 시각에도 관광객들이 모여 들어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식사 후 화개장터를 둘러본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에 이 곳이 나왔다는데 아마도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라는 가요가 여기를 더 유명하게 한 듯 싶다. 가정에서 먹는 밑반찬, 산나물, 고로쇠, 약재료 등을 파는 가게가 많다. 누님에 따르면 여기도 한 때 각종 상품이 중국산이었는데 지금은 다시 국산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한다.
이제 귀가시간. 그러나 아직 봄맞이를 덜 했을까? 자가용은 구례 산수유마을로 향한다. 산수유 축제장을 찾는 것이다. 대형버스가 수 십대 보이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음이 '이건 아니다' 싶다. 산자락 아래는 노란 산수유꽃으로 물들었는데 마을길이 아스팔트 아니면 시멘트길이다, 시골풍경이 아니고 아기자기한 맛이 없다. 오히려 경기도 이천과 양평의 산수유마을이 정겹다.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 많이 걸어 다리가 피곤하지만 꽃구경은 맘껏 했다. 오늘 쌍계사 십리 벚꽃 1200그루의 장관이 오랫동안 영상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가족과 함께 봄을 찾는 사람들,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볼거리, 먹거리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리라. 우리 가족도 몇 년 뒤 다시 쌍계사 벚꽃길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