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7일) 아내와 함께 수원 시민이 휴식처이자 수원의 명산, 수원의 허파인 광교산을 찾았다. 집에서 출발할 때 늘 두 가지 의견이 대립된다. 시간을 절약할 겸 광교산 입구까지 자가용으로 가자는 아내와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주위를 돌아보며 느긋하게 가자는 필자.
10:30 집에서 나와 구운공원을 지난다. 노오란 개나리꽃이 만발한 것을 보며 육교를 지난다. 육교옆 버드나무에 핀 꽃은 버들강아지와 다른데 그 모양이 경이롭다. 구운중학교 정문앞에서 13번 시내버스를 탄다. 수원역앞 정류장을 비롯해 정류장 곳곳에서 광교산을 향하는 등산객이 승차한다. 언제 광교산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는지….
상광교 버스 종점에서 내려 창성사를 지나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지난 번 길가옆 웅덩이에서 보았던 도룡뇽알과 개구리알이 궁금하다. 개구리알은 부화하여 까만 올챙이떼가 헤엄치며 노닐고 있다. 인근에는 남창초교 어린이들이 도룡뇽알과 개구리알을 보호해달라는 그림판이 붙어있다.
전에는 없었던 수원천 발원지까지 거리 안내 표찰도 붙어 있다. 조금 오르다 오른쪽 계곡으로 접어든다. 족도리풀이 있는 계곡이다. 조금 오르니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꽃이 반겨준다. 색깔은 산수유와 비슷하지만 줄기에 꽃이 붙어 있다. 산수유는 꽃자루끝에 노란곷이 하나씩 핀 것이 모여 있어 다르다.
계곡에는 작은 폭포도 보인다. 우리 부부가 도리폭포(?)라고 이름을 붙여본다. 족도리풀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난 3얼 중순엔 발견 못했는데 이번엔 보랏빛 족도리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시야는 땅바닥을 향하고 낙엽 사이를 유심히 살펴본다. 그러나 아직이다. 4월 하순 정도에 다시 와야겠다.
억새밭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눈이 떨어진다. 자세히 보니 얼음 조각이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소나무 위에 쌓인 눈이 얼었다가 녹아 내린 것이다. 4월 도심 한가운데 산에 눈이 내린 것이다. 능선을 따라 노루목쪽으로 가다보니 바람이 차갑다. 소나무 가지를 보니 바람부는 반대쪽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지금은 정오경이라 기온이 올라 눈이 녹아 내리고 있는 중이다. 기온이 낮은 새벽이나 아침이라면 지리산, 설악산처럼 상고대가 열렸을 것이다. 도심속 광교산에서 상고대를 본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더욱이 봄철에 상고대는 더욱 그렇다. 아마도 부지런히 이른 산행을 한 등산객은 상고대의 겨울맛을 보았을 것이다.
노루목에서 하산이다. 사방댐까지는 1,366미터다. 길 옆에는 철쭉이 우거져 있지만 개화까지는 한참 있어야 할 것 같다. 꽃봉오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진달래는 다르다. 잎이 나기 전에 꽃을 피우는 것이 진달래다. 아내는 진달래꽃 흔적만 보면 기록 사진을 남기려 한다.
사방댐에 내려오니 여긴 완연한 봄이다. 능선길에서의 눈 흔적은 찾을 수 없다. 호수에는 잉어와 작은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를 던져주면 떼지어 몰려든다. 이 곳은 억새밭, 노루목, 토끼재를 오를 수 있는 어머니의 품안처럼 아늑한 곳이다.
13:30 귀가 전 점심을 해결한다. 어느 음식점에 들어가니 가정식 백반이 5천원이다. 밑반찬을 보니 8가지 종류다. 된장찌개는 별도로 나온다. 후식으로 누른밥도 나온다. 이 정도면 청빈낙도를 즐길 수 있다. 광교산을 수 십 번 찾았지만 4월에 봄꽃과 겨울눈을 동시에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곡에선 봄이 피어나고 능선에선 봄이 화들짝 놀라 달아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