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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148)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힘들 때도 있지만 유익되고 보람되는 일도 많다. 학생들과 함께 함은 큰 보람이다. 아침 일찍 기숙사 문을 열자마자 새소리가 나를 반겼다. 뒷산에 있는 새들이었다. 새들은 부지런하다. 명심보감 입교편에는 “집을 이루는 길은 낭비하지 않고 부지런한 것이니라”고 했다. 부지런함이 집을 이룰 뿐만 아니라. 학교를 이룬다. 우리 선생님들은 새와 같이 부지런함을 본받으면 좋을 것 같다.

학교 안에 만들어져 있는 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방에 피어있는 연산홍의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움은 사람을 기쁘게 만든다. 즐겁게 만든다. 마음을 평온하고 온화하게 만든다. 우리 선생님들의 내적, 외적 아름다움은 자라나는 학생들을 유익하게 만든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만든다.

또 눈을 사로잡는 것은 벽을 따라 쑥 자란 담쟁이었다. 담쟁이가 이렇게 쑥 자랄 수 있었던 것은 기댈 수 있는 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담쟁이가 생명력이 강하고 자라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벽이라는 의지할 만한 것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담쟁이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혼자서 잘 성장할 수 없다. 선생님이 계시기에 잘 성장할 수 있다. 선생님에게 기대면서 자라난다.

또 하나 볼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오래지 않은 어린 나무에게 세워진 버팀목이었다. 이들이 있기에 바람이 불어도 잘 견뎌내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아직 어리다. 자기 힘으로는 잘 넘어진다. 버팀목이 필요하다. 버팀목 역할은 오직 우리 선생님들이 한다.

또 하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두 학생이 열심히 줄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관리를 잘 할 줄 아는 지혜로운 아이들을 보며 ‘너희들의 줄넘기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니 활짝 핀 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이들의 해맑은 웃음은 어디에서도 구경할 수 없다. 돈 주고 구경할 수도 없다. 아침에 주는 귀한 선물이다.

또 하나 아름다운 모습은 어김없이 아침 7시만 되면 출근해서 교실 바깥 부분을 빗자루로 청소하시는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의 부지런함이 학교를 더욱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 뿐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신선한 도전을 안겨준다.
 
또 하나 볼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의 맑고 밝게 인사하는 모습이다. 이들의 인사는 자신을 아름답게 만든다. 남에게 예절바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깨우쳐 준다. 아름다운 삶, 행복한 삶, 보람된 삶이 따로 없다. 이러한 봄의 꽃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함께 즐거워하며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어제 오후에는 한 학생이 눈병으로 인해 병원으로 가기 위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학생이 “만약 눈병이 전염병이라고 해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면 어떠합니까?” “학교에 나오면 안 됩니까?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보통 만나보기 어려운 학생이었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음을 아는 학생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핑계거리가 생겨 좀 쉬고 싶어 하는데 이 학생은 반대였다. 기대되는 학생이었다. 푸른 산과 같이 희망이 넘치는 푸른 나뭇잎과 같이 희망차 보였다. 이런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바로 행복이고 즐거움이다.

아쉬운 것도 있었다. 최근에 심은 일부 나무가 죽어가고 있었다. 어찌할 수가 없다. 안타까울 뿐이다. 전문가의 손을 기다리고 있지만 오질 않는다. 애타게 기다리고만 있다. 일부 학생들은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전문가를 기다리고 있다.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그들이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전문가는 아무나 되지 않는다. 특히 학생들을 다루는 전문직은 선생님들만이 할 수 있다. 선생님들의 전문지식과 지도방법으로 이들을 살려내야 하겠다. 애타게 손짓하는 그들의 손짓을 발견하고 애타게 부르짖는 음성을 듣고 응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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