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백만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은 우리 서울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교통기관이자, 만약 없었다면 서울이 숨이 막혀서 어찌 살까 싶을 만큼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교통기관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이 지하철에는 혹시 비상상황이 벌어지면 기관사와 연락을 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칸마다 비상부저가 설치되어 있다. 만약 어떤 사고가 생기는 것을 모르고 기관사가 차를 운행하게 되면 큰 사고가 될 수 있을 때<비상 상황>에 이용하라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큰 사고를 막고, 안전한 지하철 운행을 돕자는 비상연락 수단인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은 지하철의 수송 인원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만약의 사고 시에는 대형사고가 될 수 있고 대량 사상자가 발생 할 수 있으므로<대구지하철 화재처럼>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 [비상부저]이다.
그런데 이 부저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울리고 있단다. 지하철 2호선은 운행하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 순환열차인 2호선을 운전하면서 한 바퀴를 도는 데에는 약 88분이 걸린단다. 이렇게 하루 10바퀴 안팎을 돌아야 하는데, 그 동안에 이 부저 때문에 차를 멈추고 달려가기를 수십 번씩이나 하여야 한다니 참으로 딱하다. 어떤 때는 한 바퀴를 도는 동안에 3번도 울린 일이 있었단다.
이렇게 부저가 울리면 역과 역 사이에서는 당장 멈추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 역에 도착을 하는 동안 부저를 울린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운행을 하여야 한단다. 그리고 역에 도착하는 순간에 차를 멈춰두고 부저가 울린 곳까지 달려가서 확인을 하고 조치를 취한 다음에 차를 출발 시키도록 근무규칙이 되어 있기에 이렇게 하는 동안 시간이 약 3분 정도가 걸리게 되는데, 이 3분이란 시간은 지하철이 보통 한 역을 퉁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부저가 한 번 울릴 때마다 역 한 구간을 운행할 시간만큼 늦어지게 되고 이 열차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열차들에게도 모두 그만큼의 시간이 지체가 되게 마련이다.
열차 하나에 10량의 차가 연결 되어 있고, 한 칸에 출퇴근 러시아워에는 약 500명이 탄다고 하므로, 열차 하나가 움직일 때에 약 5,000명이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부저를 울린 까닭에 이 열차에서만도 5,000명이 3분이라는 시간을 손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 열차만이 아니라 다른 열차에도 영향을 끼치므로 몇 천명이 이렇게 3분씩을 도둑맞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상부저를 눌러서 기관사를 달려오게 한 까닭이 황당한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비상부저를 울려서 쫓아가보면 그 이유가 [출입문이 안 열린다.]<다른 문을 이용하여 승하차 하면 될 일인데도 울리는 이유가 됨> [정말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순전히 장난을 치기 위함 : 어린이들이 많음> [너무 춥다.]<각자의 느끼는 온도가 달라서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는데도> [너무 덥다.]<역시 자기 자신만 땀을 흘리는 경우나 땀 흘리고 와서> [술주정으로 욕설] 공연히 기관사에게 화풀이 : 차마 오겠나 하고 장난삼아> 이런 것들이란다. 기타 다른 것들도 있지만, 이런 이유가 대부분이란다.
하루 종일 그 힘든 열차 운행을 하면서 온갖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기관사의 고달픔을 알아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장난삼아 또는 자기 자신만의 생각으로 기관사를 당황하게 만들고 열차 운행을 방해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공연히 기관사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하고 힘들겠는가? 요즘 혼자서 기관차를 운행하면서 그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여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관사까지 생기지 않았던가? 승객은 자그마한 불만이나 장난삼아 비상부저를 울리지만, 기관사는 그 순간 ‘무슨 사고라도 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충격 속에 달려와서 확인하는 순간까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승객은 그런 기관사에게 욕을 하거나, 장난삼아 눌러 놓고 달아나 버리기도 한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우리 시민들이 더 이상 비상부저를 이런 못된 장난이나 자기 불만을 터뜨리는 도구로 이용하는 짓을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 정신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안전한 지하철 운행과 시민들의 빠른 수송을 위해서 말이다. 특히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학교에서 잊지 말고 지도하여 주어야 할 일이 아니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