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명산이자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광교산. 근래에는 광교산 숲이 치유의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체력도 단련되고 피톤치드를 맘껏 받아들이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지난 18일(토) 기상과 동시에 출발을 서두른다. 도시락을 준비해 광교산에서 아침을 먹는 것이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오전에 하산을 하면 좋은 점이 여러가지다. 뜨거운 햇볕과 등산 인파를 피할 수 있다. 앞서 가는 사람이 일으키는 흙먼지는 걱정 안 해도 된다. 신선한 공기를 맘껏 마시며 새소리를 즐길 수 있다.
08시 집에서 출발. 18:30 산행 시작이다. 창성사에서 헬기장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오른다. 이 길은 해마다 산철쭉 터널이 장관인데 올해도 체험해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시기를 놓친 것 같다. 낙화가 30-50% 진행 중이다. 광교산 산철쭉을 즐기려면 최소한 5월 10일 이전에 찾아와야 될 것 같다.
광교산 5월의 신록은 싱그럽기만 하다. 09시 아침식사. 집에서 가져온 것을 펼치니 마치 소풍 나온 것 같다. 잡곡밥에 반찬은 김치, 버섯볶음, 김, 멸치 볶음, 계란말이다.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다. 식사하는데 날파리, 각대기 등 곤충들이 방해를 논다. 그 만치 이 곳이 환경오염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멀리 보이는 신록을 바라보며 가까이 병꽃나무, 산철쭉, 팥배나무꽃을 보며 점심을 먹는 재미는 색다르다. 산을 오르다보니 둥글레꽃, 청미래덩굴꽃, 싸리나무꽃도 피었다. 이름 모를 새들은 등산객을 반겨준다. 산철쭉 낙화가 너무 아쉬워 꽃잎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본다.
억새밭에 있는 산철쭉은 지금이 전성기다. 등산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고기리쪽 가는 길에도 산철쭉이 피었다. 이 곳의 물푸레나무는 벌써 잎 그늘을 만들고 있다. 11시, 이제 하산이다. 어디로 갈까? 족도리풀이 있는 곳으로 발길이 향한다. 지난 3월과 4월 산행 시 족도리풀꽃을 흔적을 못 보아 궁금하기 때문이다.
과연 족도리풀이 있을까?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한 10여 군데 이상에서 발견되었다. 잎은 고구마순 같은데 가느다란 두 줄기 사이 바닥쪽에 족도리 모양의 자줏빛꽃. 반갑다. 다만 이것도 개화된지 오래 되어 빛갈이 칙칙하다. 그러나 이렇게 있어준 자체만으로도 고맙다.
좀 더 내려오니 깊은 산속에서 발견되는 천남성을 보았다. 이어 으름덩굴을 보았다. 으름꽃은 처음 보았다. 암꽃과 숫꽃이 다르다는데 아직 전문적 식견이 부족하다. 가을철 으름 열매 모양은 마치 작은 바나나 같이 생겼다. 우리의 광교산은 이렇게 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출발지 근처로 오니 노오란 애기똥풀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길가 떼죽나무는 개화 전이다. 이 나무는 조금 있으면 종처럼 생긴 작은 열매를 매달고 있으리라. 산자락 작은 웅덩이에는 헤엄치고 있는 올챙이떼가 보인다. 식수원 보호 울타리에 남창초교 3학년 1반 학생들의 '개구리와 도룡뇽 지켜 주삼' 표시가 의미가 깊다.
광교산을 두 배로 즐기려면 산을 가까이 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그 산에 살고 있는 동식물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동식물의 이름을 알고 그들의 생태를 공부하면 된다. 이것 하루 아침에 안 된다. 고향이 수원인 필자도 광교산을 30년 이상 다니면서 터득한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