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마이카 시대. 자가용 출퇴근이 일상화됐다. 그 대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퇴근 후 술 한잔 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직장 동료와 어울리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한다. 그 지역사회를 모르고 그냥 몇 년간 직장을 다니다 옮기는 것이다.
어제 출장 후 학교로 들어와 사무를 정리하고 걸어서 퇴근했다. 자가용을 잠시 버리고 걷는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 자신의 건강을 살릴 뿐 아니라 지구 살리기에도 일조한다. 지역사회를 돌아봄으로써 지역이해에 도움이 된다. 지역 이해는 교육발전으로 이어진다.
율전동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를 다시 한 번 보고 성균관대 캠퍼스로 향한다. 가능하면 도로 옆 매연을 피하고자 함이다. 지름길도 되고 경관도 좋으니 일석삼조다. 지금 대학가는 축제가 한창인가 보다. 축제 천막이 여럿 보이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귀를 멍하게 만든다. 젊음이란 한 때 아니던가? 그 때를 즐겨야 하는 것이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앞 흰꽃이 눈부시다. 꽃이 아래로 향해 피어 있는데 지금이 절정인가 보다. 쪽동백나무이다. 세 그루가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로 산에서 많이 보았는데 여기는 교정에 있다. 표찰을 보니 때죽나무과에 속한다. 꽃 모양이 때죽나무와 비슷하다.
성균관대가 가까이 있지만 캠퍼스를 즐기려면 일부러 와야 한다. 직업은 속일 수 없는가? 교육기관에 가면 배울 수 있는 것 없을까 하고 유심히 둘러보게 된다. 지금은 그냥 지나가지만 아내와 함께 캠퍼스 투어를 해야겠다. 그리하여 식물에 대해 좀 더 공부해 보리라 마음 먹는다.
이어진 코스는 일월저수지. 다리 아래 늘 보이던 커다란 잉어는 보이지 않고 작은 물고기들이 물 위로 튀어 오른다. 이 때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산책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 하나. 어미오리와 새끼오리. 엄마 따라 나들이다. 인간이 보기에 나들이지 그들에게는 생존이다.
어미 한 마리에 새끼오리가 무려 11마리. 와, 다산이다. 어미와 함께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먹이를 먹다가 저수지 가운데로 간다. 아무리 수심이 깊어도 새끼오리는 무섭지 않다. 어미가 있기 때문이다. 문득 아빠오리를 생각한다. 어디로 갔을까? 한 가족이면 더 좋을 텐데.
그러니까 4월 20일 경. 저수지에 벚꽃이 한창이던 때 기록 사진을 남긴 적이 있다. 저수지 윗쪽에 어미오리가 만든 둥지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새끼는 보이지 않았다. 거리가 멀어 알을 낳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미오리가 둥지를 지키고 품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그렇다면 그 어미 오리가 맞다.
퇴근길 산책길을 더 가니 가마우지가 한 마리가 보인다. 잠수하여 물고기 잡기에 능숙한 새다. 한 번 잠수하면 오랫동안 머무는데 엉뚱한 곳에서 튀어 오른다. 어느 지역에서는 이 가마우지가 떼로 나타나 그 배설물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렇게 못 보던 새가 나타나면 생태계의 교란을 걱정하게 된다.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서 출근한 적이 있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30분 걸린다. 오늘처럼 천천히 걷고 즐기며 사진까지 찍는다면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기분은 만점이다. 자연과 가까이하면 마음이 치유된다.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일주일에 한 번, 차량 5부제 지키면서 걷는 출퇴근길은 실천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