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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는 어떤 퇴직자가 될 것인가?

요즘 퇴직을 앞둔 선배교장을 만나면 묻는 말 하나. "퇴직 후 무엇하실 거예요?" 대개 자연인으로 돌아가 여행이나 취미생활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려 한다. 어떤 선배님은 농업인이 되려고 1년 코스 학교에 입교한 것도 보았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은퇴는 인생 2막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인생 1막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2막을 맞이하라고 조언한다. 인생 1막을 잊고 2막에 집중하라고 한다. 그러나 막상 은퇴를 맞이한 사람은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기도 한다.

퇴직 후 준비, 현직에 있을 때 준비하는 것이 좋다. 퇴직 후는 이미 늦다. 그런 것을 아는 요즘 교장들은 현직에 있을 때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퇴직 5, 6년을 남겨 둔 잘 아는 동료 교장은 자동차 정비, 독서 논술 교실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필자의 경우, 청소년 단체 지도자 20여년 경력을 바탕으로 청소년 활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또 교육칼럼집도 5집까지 내고 수 년간 언론에 칼럼을 집필했으니 대입 논술 지도자로 데뷔, 유명 대학 입시전문가도 생각하고 있다. 이게 올바른 생각일까?

이미 교장으로 퇴직한 띠 동갑 작은 형께 진로지도를 요청하니 "야, 돈 벌 생각하지 마라! 지금 갖고 있는 돈 다 쓰고 가기 바쁘다" 라고 조언한다. 부부 맞벌이에 연금 나오니 돈 모으려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인생을 즐기라는 말로 들렸다. 그러나 공직생활 30년 이상 한 사람들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 잡힌다.

전문가들은 은퇴후 적응 양식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가 성숙형.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에 만족하는 것이다. 둘째, 은둔형. 수동적이고 조용한 생활을 영위한다. 셋째, 무장형. 은퇴 후 다른 사회활동을 통해 생산적 활동을 유지한다. 넷째, 분노형.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다섯째, 자학형. 은퇴후 자신의 삶을 실패로 간주한다.

이 유형에 비추어 보니 필자나 동료 교장은 무장형이다. 자격증 등을 취득해 새로운 일을 전개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 교직에 평생 몸 담고 퇴직한 교장들은 대개 성숙형이나 은둔형, 무장형이 아닐까 싶다. 적응능력으로 보면 성숙형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 다음이 은둔형이나 무장형이다.

동생에게 조언을 해 준 작은 형. 지금 법원에 나가 조정위원 활동을 하는데 적성에도 맞고 일이 괜찮다고 한다. 10건 중 8건 정도 조정에 성공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이 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닐까? 일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니 자존감이 살아 난다.

퇴직 후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배들이 있다. 전문상담교사, 학교폭력 전담교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맡은 바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어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한 분은 집에서 놀 때와 비교한다. "직장에 다니니 돌아다닐 기회가 적어 씀씀이가 줄어들고 수입이 고정적으로 있어 지금이 더 좋다"고 말한다.

새로운 일 도전도 좋지만 30년 이상 쌓은 교직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 졌으면 한다. 퇴직후 정기적으로 등산하는 교직 선배들은 보면 특히 이런 생각이 든다. '등산도 하루 이틀이지 날마다 할 수도 없고. 또 나이 들어 체력만 단련하면 무엇하나? 그들의 머리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

필자의 성격으로 보아 성숙형과 무장형이 어울릴 듯 싶다. 지금도 공식 모임에 나가 교직 아닌 다른 분야에 있는 분들과 교류를 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이 나에겐 신선하다. 평생 교직밖에 모르는데 새로운 사회를 접하게 되면 그 느낌이 새롭다. 나는 과연 어떤 퇴직자 유형이 될 것인가? 우선 현재에 충실하여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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