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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공직은 잠시 앉아가는 의자여야 하거늘

관가에서 청렴한 공직자를 일컫는 말 중에 청백리(淸白吏)라는 말이 있다. 이 제도는 원래 조선시대 초기에 새롭게 들어선 왕조를 유지하고 선비들의 풍속을 일신하며 나라의 근본이랄 수 있는 백성들의 풍속을 교화할 필요성에서 생겼다 한다. 그래서 태조 때 안성 등 5명이 최초로 선발됐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왕조는 그 이전의 고려왕조가 후기에 와서 각종 부패로 인하여 멸망한 것으로 보고 기강 확립과 풍습 일신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세웠음을 알리기 위하여 청백리 제도를 적극 시행한 듯하다.

조선시대의 사대부는 규범으로 예(禮)․의(義)염(廉)치(恥) 네 가지를 특히 강조했는데, 그중에서 염치를 중점에 두었다고 한다. 청백리 선발의 기준이나 자격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여러 역사 서적 등을 통해 후대 학자들이 유추해 보면, 청백, 근검, 경효, 후덕, 인의 등이 적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여튼 청백리 선발은 청렴한 선비로서의 인정과 함께 개인의 영광이었다고 하니 그 자부심은 대단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조선왕조실록에는 137명이 나오지만 전고대방 이라는 책에는 218명이 등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 대략 200여 명 선으로 추정하는 형편이다.

청백리들은 생전에는 염근리(廉謹吏)라고 불렸고, 사후에야 청백리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조선왕조가 500여년 정도 지속됐는데 관리만 해도 수만 명 일 것인데 그 중에서 200여명 정도에 뽑힐 정도면 상당한 청렴성과 함께 고매한 인품을 지녔을 것이다. 뽑는 기준 또한 상당히 까다로웠는데, 의정부와 이조가 2품 이상 관료 중 적격자 2인을 추천하면 육조판서가 심사를 했고, 이후에 임금이 최종 결정을 했다(문화일보, <오후여담>, 2013.3.5 기사 일부 일용). 요즘의 고위 공직자 선발이나 사법시험만큼 어려운 관문이었음은 능히 짐작할 만하다.

그래서 이러한 튼튼한 정신사상을 바탕으로 세계 왕조 역사상 5백년 이라는 유구한 역사가 이어져 온 것이며, 후대에는 선비정신으로 면면히 내려왔다. 비록 천민자본주의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청렴 사상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해도 그 근본이념은 변치 않고 있다. 특히,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하고, 배우는 학생들에게 사표(師表)가 돼야 교육자는 더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일부 교육감들의 선을 넘은 행태는 많은 안타까움을 낳게 하고 있다. 자기를 수행하는 운전기사 공무원을 해외 교육자료 수집을 위한 공무국외여행에 교육청 돈을 대서 개인적으로 데리고 간 것이라든지, 해외 출장이나 명절 때 직원들에게서 뇌물을 받아서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교육감과 교육전문직 채용을 미끼로 뇌물을 거둬서 구속된 교육감은 단순한 무지에 의한 법 위반을 넘어서 치밀하면서도 의도적인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과연 이런 것을 본 학생들이 도대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반면에 조셉 필 전 주한 미8군사령관이 한국 근무 때 지인에게서 받은 다소 고가의 몽블랑 시계를 받았다가 중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돼 전역했다는 소식은 뭔가를 느끼게 하지 않는가. 그 선물이 무엇을 기대하지 않고 지인이 건넨 선물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게다가 딸깍발이 대법관으로 유명한 조무제 전 대법관이 대법관 퇴임 후 로펌으로 가서 거액의 월급을 받지 않고 모교 석좌교수로 갔고 봉사를 위해 법원조정센터로 가서 받는 수당이 너무 많다고 자진 삭감을 요청했다는 기사는 요즘 폭염 속의 소나기와 같은 청량감을 갖게 하는 소식이지 않는가.

공직이라 함은 내가 평생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들이 그 직을 수행하라고 잠시 맡긴 자리라는 것을 명심하고, 언제나 떠날 때를 대비해서 가벼운 행장 이외에는 별도로 준비하지 말라고 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을 잊었던 말인가. 내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 남은 선물(?)을 과감히 풀려고 하는 선출직 공직자와 그것을 받으려고 아귀다툼하며 몰려드는 부나방들은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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