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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패러디 동영상 <학교열차> 보기 불편하다

패러디(parody)는 전통적인 사상이나 관념,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해 익살스럽게 변형하거나 개작하는 수법, 또는 그렇게 쓴 작품으로서, 흔히 당대 가치관의 허위를 풍자하고 폭로하는 방법으로 쓰인다(다음 어학사전 참조). 특히, 요즘 들어서 미디어의 발달과 SNS의 확대로 인하여 다양한 네티즌들의 촌철살인의 패러디가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구실을 한다. 방송국 등에서 심의 기준이나 방송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을 보여주지 못하던 것을 개인 방송이나 자작 패러디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은 다양한 여론 전달을 위한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것 중의 하나가 600만 명의 관객을 넘어선 봉준호 감독 작품의 <설국열차>를 패러디한 <학교열차>라는 것이 있다. 추정컨대 중고등학교 다니는 학생 정도가 만든 것으로서 동영상 길이가 약 1분 58초 정도 되는데,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행정실에서 교실 냉방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고, 중앙통제를 통해 전원을 껐다 켜다 보니 그에 대한 불만을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비로운 행정실장님이 전원을 켜 주신다, 너희들은 에어컨 켜 주지 않으면 벌써 더워 죽었을 것이니 고마워하라, 행정실을 장악해서 중앙통제를 해제하자는 그런 내용이다.





일단 이런 동영상을 만든 학생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각종 시험과 대학입시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데다가,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맘껏 틀어주지 않으니 분노가 치밀 일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숙이 생각해 보면 학교 당국의 나름 고충을 헤아려 주지 않는 것이 못내 섭섭할 뿐이다.

한정적인 학교운영비 내에서 학교 살림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공공요금, 특히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하지 못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24학급 규모의 초등학교조차 1년 전기요금만 해도 6천만 원이 약간 안 될 정도다. 원도심이어서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도 기존 건물이 그대로 있고, 각종 전기 시설이 늘어서 전기요금은 매년 산술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기존 보일러 설비를 이용한 난방이나 개별 냉방기 체제에서 천정형 냉난방기로 교체 보급되어서 전기요금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을 걱정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은 학교에서 기껏해야 행정실장이나 학교장밖에 없다. 다른 교직원들은 대부분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서 무심한 편이다. 오히려 덥거나 추운데도 냉난방기를 가동하지 않는다고 원망어린 눈빛을 보내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의 근본적 원인은 교육용 전기요금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비싸다는 것과 충분히 지원되지 않고 있는 학교운영비에 있지 중앙통제를 하고 있는 행정실장에게 있지 않음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행정실장도 개인 주택이라면 더울 경우 시원하게 맘껏 에어컨을 틀어주고 싶은 심정이나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입장이라서 부득이하게 악역을 맡아가면서 통제를 하는 것이다. 그들인들 한 가정의 가장이자 귀한 딸자식인데 다른 학생들에게 그렇게 불편하게 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 애꿎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이러한 불편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행정실장 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 한 패러디 <학교열차> 동영상은 그래서 보기가 몹시 불편하다. 구조적인 모순점은 원인을 제거해서 불편함을 없애야지 모든 문제점을 행정실로 몰아서 화풀이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관계 당국에서는 각급 학교에서 교실의 냉난방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지원과 함께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전기 요금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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