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부의 교육개혁을 주도하게 될 교육혁신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으나 편향과 졸속으로 원래 취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혁신위는 지난달 21일 교육혁신위규정제정을위한대통령령(안)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오는 1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달 중 정식 발족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총은 지난달 28일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방문해 혁신위 추진 준비단 구성이 편향됐다며 '준비단 해체와 재구성'을 주장한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추진단은 준비단계의 작업만 수행하고 본위원회에는 참여치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이어서 "입법예고를 즉각 철회하고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교육개혁을 추진하라"면서 "정부가 성급하고 무리하게 혁신기구 설치를 추진할 경우 결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총이 준비단을 문제삼은 것은 이종태 간사(민주당 후보로 안양시장 낙선)를 비롯한 준비위원들(한만중·전 전교조 정책국장, 김현준·전 전교조 부위원장, 안선희·참교육학부모회 부위원장, 김찬규·정치학 박사)이 특정단체·특정세력으로만 구성돼 다양한 교육계의 의견 수렴과 통합기능이
불가능하며, 결국 준비단이 그린 밑그림이 현 정권의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장 교원들의 반응도 이에 크게 다르지 않다. 이영관 장학사는 "미리 정해 놓은 정권 코드에 맞춰 진행하는 느낌"이라며 "본 위원회에는 교원단체 구성원을 고르게 배치하든지, 교원단체 색깔을 벗어난 전문가와 현장 교원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슬 교감도 "교육계(2/3)와 비교육계(정치·언론·문화·경제 등 1/3) 대표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준비단의 인적 구성이 편향됐음을 지적했다. 교총의 이명균 선임연구원도 "참여정부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비민주적, 반참여적"이라고 비판하며 "대통령령이 아닌 특별법에 의해 혁신위가 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졸속적인 추진과정도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1일 교육혁신위에 관한 공청회를 가진 당일 공청회 여론수렴과는 상관 없이 교육혁신위규정제정을위한대통령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통상의 입법예고기간 21일에 훨씬 못 미치는 7일밖에 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진선 교사는 "왜 번갯불에 콩 튀기듯이 진행하는 지 알 수 없다"며 "초정권 기구로 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시작 않는 게 낫다"고 했다.
교원들은 졸속과 편향으로 운영되는 혁신위로는 초정권적 교육정책과 비전을 생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용하 교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구성원부터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편협한 사고를 가진 현재의 인적구성으로는 초정권적 교육정책 산출은 절대 불가능하다"(이호연 교감), "우리가 키워야 할 아이들의 미래를 국민 합의로 도출해야하는데, 준비단 인적구성으로 봐서는 기대할 수 없다"(문삼성 교사), "국가의 의사결정구조가 왜곡된 상태에서의 초정권적 교육정책은 어렵다"(백기언 교수)는 반응도 있다.
교육혁신위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는 많은 교원들은 "정부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특정 집단의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혁신위를 구성·운영한다면 나이스 못지 않은 교육갈등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