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네 시 전에 일어났다. 여느 때와 같이 책을 읽었다. 도둑 쫓는 이야기와 흥부전의 뒷부분이었다. 「젊은 날의 독서는 틈 사이로 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 달구경하는 것과 같다.」는 어느 시인의 말과 같이 뜰 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어느 책이든 조금씩 깨달음이 온다.
‘도둑 쫓는 이야기 사오기’는 「어느 산골 나이 많은 양주(兩主)부부가 살았다. 심심함을 견디다 못한 할머니가 ‘내가 떡을 해 줄 테니 가지고 저 아랫동네에 가서 이야기 좀 사오시구려, 그러면 덜 심심할 것 아닌가?
할아버지가 떡 한 보따리 가기고 이야기 사러 아랫동네로 갔다. 먼저 말을 붙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농부가 쟁기질을 하다가 쉬면서 보따리에 무엇이 들었소이까?
떡이 들었네, 파는 것이 아니라 떡을 주려고 가져가네. 농부가 출출하던 참이라 떡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얼른 떡을 먹어치웠다.
본 것도 들은 것도 이야기라고 하던데,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새가 한 마리 날고 있었다. 이것을 보고 이야기 했다. ‘넘어온다. 엉금엉금 긴다. 제 자리에 섰다. 둘레둘레 본다. 다가가서 꼭 집어 연다. 저 눈깔, 어디 봐?, 잘 도망간다. 집에 와서 밤에 할머니에게 이야기하는 도중에 도둑이 왔다. 이 이야기를 듣고 꼭 자기를 보고 하는 것 같아 도망을 갔다」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정보고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학생들의 시시한 이야기, 자연의 사소한 것 하나, 짧은 글 하나라도 버릴 것 없고 이야깃거리가 된다. 이것을 인성교육의 자료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고, 무료할 때 이야기를 나눔으로 권태를 물리칠 수 있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흥부전을 읽으면 처음에는 안타까움, 애절함, 분노, 울분이 나온다. 뒤에는 답답함, 시원함, 깨달음이 함께 온다. 흥부는 효도하고 이웃과 잘 사귀며 동기간에 우애가 있고 또 글공부도 한 선비형이다. 흥부는 충실, 온후, 인자, 공손, 침묵 등이 몸에 배였다. 구박에도 변함이 없었다. 이와 같은 이만 산다면 걱정 없다. 이런 이들만 있으면 인성교육도 필요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렇지 않다. 흥부 같은 이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다.
놀부는 뭐가 어떻다고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못된 위인이다. 그 마음 쓰는 것이 괴상하였다. 술 잘 먹고, 욕 잘하고, 거드름 빼고, 싸움 잘하고, 초상난 데 춤추기, 불난 데 부채질하기, 해산한 데 개잡기, 장에 가면 억지 흥정. 부지기수(不知其數)다. 심사가 모과나무같이 뒤틀리고 동풍 안개 속에 수숫잎 같이 꼬여 그 흉악함을 헤아릴 수 없다.
가정에서나, 서당에서, 아니면 친구에게서, 그 어디서나 그 어느 누구에게서 인성교육을 받았더라면 이렇게 나쁜 일은 골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답과 재산을 조금도 주지 않고 흥부가족을 매몰차게 내쫓는다. 쫓겨나가는 장면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다.
가까운 산 밑으로 가서 움막집을 짓고 살고, 아내가 구걸해 오는 것으로 겨우 연명해 갔다. 견디다 못해 놀부에게 찾아가 양식을 얻으려다가 실컷 매만 맞고 빈 손으로 돌아온다. 재물에 눈이 어두워 형제간의 천륜(天倫)을 짓밟고도 수치를 모르는 뻔뻔스런 형을 보면 치가 떨린다. 흥부는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다. 온갖 설움과 학대를 받으면서 비참한 현실 속에서 인간의 착한 길을 걸었기 때문에 나중에 뜻밖의 행운을 얻게 된다.
반면에 놀부는 재물을 얻으려다 재물을 탕진하고 끝장은 똥더미로 의복 한 가지 없게 되었다. 애고 답답 서러워라. 놀부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래도 흥부의 후대는 감동을 넘어 감격이다. 안방을 치워 거처케 하고 의식을 후히 내어 대접, 위로하고 좋은 터에 수만 금을 들여 집을 제 집과 같게 하고, 세간이며 의복, 음식을 똑같게 하여 살게 하였다. 놀부 같은 몹쓸 놈일망정 흥부의 어진 덕에 감동하여 전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형제가 서로 화목하게 지냈다.
흥부 내외 부귀다남(富貴多男)하여 나일 팔순에 이르도록 장수하며 자손이 번성하고 모두가 사람됨이 빼어남과 덕을 칭송하고 대대로 풍족하게 사니 그 이름이 백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이야기가 하도 재미있고 감동이 되어 줄거리를 길게 늘어놓는다.
노자의 도덕경 제46장에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은 없고, 남의 것을 얻고자 하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 그런 까닭에 만족할 줄 아는 만족은 항상 넉넉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야깃거리가 인성교육자료다. 보고 듣고 읽고 해서 이야깃거리를 많이 얻고 그것을 잘 활용하면 더 내실 있는 인성교육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