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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 - 서리 내린 아침


하얀 서리가 켜켜 내린 강마을의 아침은 싸아하니 춥습니다. 화살나무, 꽝꽝나무, 편백나무 모두 얼음테를 두르고 있습니다. 은빛 보석으로 치장한 듯 차갑게 아름답습니다.

차고 아름다운 것이 세상을 감싼 아침, 긴 스카프 자락을 휘날리며 떠나는 가을에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네는 베이지색 더블프렌치코트를 입고 오렌지색의 실크 스카프를 하고 있네요. 긴머릿채를 풀어헤쳤고요. 굽 높은 갈색 구두를 신었습니다. 보랏빛 여행케이스를 끌고 한 손에는 들꽃부케를 장식하듯 들고 있습니다. 커다란 눈은 우수에 젖어 있고  웃음 소리가 시냇물처럼 상쾌하고 사랑스러운 여인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매력적인 여인입니다.

그녀의 계절은 풍성하고 화려합니다. 들에는 많은 곡식들이 익어가고 과수원에서 붉은 능금을 수확합니다. 고운 단풍 든 산과 살진 숭어가 돌아오는 계절입니다. 모두가 그녀를 사랑합니다. 아름답고 부유한 그녀 곁에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아주 잠시 왔다가 갑니다. 아쉽고 서럽게  왔다가  떠납니다. 왜 이렇게 우리는 그녀에게 열광할까요? 가을은 겨울의 시작이고 지난 여름의 그림자입니다. 지난 여름 뜨겁게 내리쬐던 햇살 아래 밭을 매던 여름을 잊고 있을까요? 여름의 모진 고통이 없었다면 가을은 올 수도 없는 것인데 그저 맛난 열매만을 추구하고 화려한 차림새에 넋을 잃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무뚝뚝한 겨울이 성큼 다가섰습니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가을은 저 멀리가 가버리고 살갑지 않은 그를 맞이합니다. 차가운 손으로 제 볼을 스윽 스치며 잘 있었느냐고 인사를 하네요. 그는 차갑고 멋있고 과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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