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요, 정치가요, 목사요, 주한 미국대사(1993-1997)였던 <제임스 레이니>는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여 남부 에모리대학 교수가 되었다. 건강을 위해서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던 어느 날 벤치에 쓸쓸하게 혼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만났다.<레이니>교수는 노인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말벗이 되어 주었다. 그 후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노인을 찾아가 잔디를 깎아주거나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2년여 동안 교제를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서 노인을 만나지 못하자 그는 노인의 집을 방문하였고 노인이 전날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곧바로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면서 자신이 만났던 그 노인이 바로<코카콜라 회장>을 지낸 분임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때 한 사람이 다가와 “회장님께서 당신에게 남긴 유서가 있습니다.” 라며 봉투를 건넸다.
유서의 내용을 보고 그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당신은 2년여 동안 내 집 앞을 지나면서 나의 <말벗>이 되어 준 친구였소. 우리 집 뜰의 잔디도 함께 깎아 주고, 커피도 나누어 마셨던 나의 친구 <레이니>에게……고마웠어요. 나는 당신에게 25억 달러와 <코카콜라> 주식 5%를 유산으로 남깁니다.”
너무 뜻밖의 유산을 받은 <레이니>교수는 3가지 점에서 놀랐다. 첫째는 세계적인 부자가 그렇게 검소하게 살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이 <코카콜라> 회장이었음에도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 셋째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에게 그렇게 큰돈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레이니>교수는 받은 유산을 에모리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제임스 레이니>가 노인에게 베푼 따뜻한 마음으로엄청난 부가 굴러 들어왔지만, 그는 그 부(富)에 도취되어 정신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부(富)를 학생과 학교를 위한 발전기금으로 내놓았을 때, 그에게는 <에모리대학의 총장>이라는 명예가 주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은 선행은 뜻하지 않은 행운을 가져다 준 것이다.
교사가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은 '친절과 배려'
레이니 교수 이야기를 읽으며 떠 오른 다짐은 바로 친절한 교사가 되는 것이다. 2014년의 교실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학부모에게도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삼기로 했다. 나의 제자들에게 레이니 교수가 보여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함과 배려로 다가서기로 했다. 겨울방학을 시작한 오늘부터 10일 동안 기초학력 보충반에 들어온 학생들에게도 친절과 배려로 다가서니 방법이 보였다.
국어, 수학 한 문제를 더 잘 푸는 것보다 다른 아이들보다 낮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옆에 앉아서 책을 읽어 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다보니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고 눈을 맞추며 재잘댄다. 그리고는 문제를 하나씩 풀 때마다 바로바로 확인해 주고 피드백을 해주니 속도가 붙고 앎의 기쁨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도 행복해졌다.
다른 친구들보다 학습 속도가 더디어서 힘들어하던 아이가 자기만 바라보아 주며 곁에서 응원해주는 선생님을 통째로 차지한 기쁨에 들떠 있었다. 얼마만일까? 교실 수업이 끝나기가 바쁘게 방과후 프로그램에 이어 저녁 돌봄까지 끝내면 일곱 시가 되어 하교를 하는 아이들.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따로 보충해 줄 시간조차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누적된 학습 결손은 자신감 하락으로 공부 상처를 안고서 자존감마저 타격을 입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아이들 가슴 속에 응어리진 공부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 주는 일, 느리지만 거북이처럼 기어가더라도 목표를 향하여 열심히 살며 자신을 이기려는 마음 하나 꼭 붙들고 전진하여 행운의 여신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을 읽어 주며 순간마다 자기암시를 걸게 해주었다.
공부가 즐겁다는 것을 깨닫기만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높여주면 그 다음은 꾸준한 연습으로 이끌어야 한다. 칭찬과 격려의 수레 바퀴를 부지런히 돌려 주면서. 공문서 처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오직 가르치고 격려하는 데만 마음을 쓰며 아이들을 들여다 보던 순간이 참 행복해서 좋은 겨울방학 첫날이었다.
내일 읽어 줄 책을 고르는 재미,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 행복한 눈맞춤을 생각하니 12월의 마지막 날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할 것 같다. 나는 지금 맹자의 행복을 맛보는 중이다. 내일은 더 친절하기를! 법정 스님도 최상의 종교는 '친절'이라고 하셨다. 친절한 말이 아니면 뱉지 말일이다. 그 상처는 너무 오래 가니까! 그 대상이 가족이건, 학생이건 동료이건 간에. 그래서 침묵은 금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