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왜? 몇 년전까지만 해도 연하장을 대신 한 것이 이메일이었다. 지금은 문자 메시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가 대신하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 국민의 ‘빨리빨리’ 문화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도 연하장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다. 필자의 경우, 올해 일곱 장의 연하장을 받았다. 연하장 발송은 문자 메시지나 페북으로 대신하였다. 정성이 부족하지나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연하장에 대한 생각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뀌고 있다. 젊은 교사 시절, 사랑을 베풀어 주신 상관이나 선배님들께 보냈다. 제자들에게는 답신으로 보냈다. 손으로 쓰는 연하장이라 상대방마다 문구가 다 달랐다. 아마도 50 여장 이상을 보냈다. 상대 맞춤형 연하장이다.
연하장에 관한 몇 가지 질문. “연하장, 몇 장 받았지?” 이것은 내가 그만치 인간관계를 잘 맺고 있다거나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연하장, 누구에게 받았지?” 나의 존재 가치에 관한 질문이다. 직위가 한참 높은 분이 보내주었다면 나의 직책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자리다. “연하장, 몇 장 보냈지?” 지인들께 많이 보낼수록 희망과 미래가 있는 사람 아닐까?
연하장에 대한 유감도 있다. 한결 같이 인쇄된 글씨다. 대량 생산된 똑 같은 것을 내가 받은 것이다. 이런 경우, 개봉하였을 때 감동이 반감된다. 모 회사 회장은 인쇄본 청첩을 보내도 상대방 성함과 자기 이름은 꼭 자필로 기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소한의 예의는 표하는 것이다.
중학교 교장이라서 그런지 대통령의 연하장이 도착하였다. 청와대 설경 사진이 배경이다. “우리 경제가 달리는 말처럼 힘차게 뻗어가고 대한민국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보내왔다. 특별히 교육에 관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아 대통령이 보낸 일반적인 문구로 추측된다.
지방자치단체장 연하장도 집에 도착하였다. 방화수류정 설경이 배경인데 “항상 우리 이웃과 함께 가슴 따뜻한 수원을 만들어가겠다”는 새해 약속이 담겨 있다. 의회의장도 덕담을 적어 보냈다. 교원단체인 한국교총 회장도 보냈다. 경기교총 회장도 회원들에게 비교적 긴 문장의 ‘새해 새아침’의 인사를 전한다.
교직원으로부터 직접 전해 받은 연하장은 손글씨여서 정겹기만 하다. “환한 미소와 자상함으로 늘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교장 선생님과 한 학교에 근무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칭찬이긴 하지만 내 자신을 반성해 보게 된다. 정말 선생님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있는지.
올해 연하장의 백미는 누가 보낸 것일까? 바로 제대한 아들이 전해 준 ‘Happy new year' 남자는 군에 다녀오면 사람이 된다고 하는데 그 영향이었을까? 자취방에서 장문의 편지를 썼다. “자랑스런 아들이 되기 위해 청춘을 불사르겠다”고 말미에 썼다. 아들이긴 하지만 부모와 대화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저 부모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는 가슴속 이야기를 들으니 뭉클하다.
사라져가고 있는 연하장. 인쇄본이지만 보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보낸 분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더 바란다면 대상에 맞는 내용이 아쉬울 뿐이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연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