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우리 부부는 지난 달 제대한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가족 산행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게 얼마만인가? 초등학교 때 광교산행 기억이 남아 있으니 10년이 넘는다. 말이 가족이지 흩어져 사니 이산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자연히 대화가 뜸하다.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다.
오랜만에 집을 찾은 아들에게 산행 동행을 권유하였다. 다행이 동행에 응한다. 장소는 경기도에서 세번째로 높다는 포천의 국망봉(國望峰. 1,168m). 그 동안 수원근교의 산만 찾았기에 좀 멀리 떠나 보려는 것이다. 체력도 강화할 겸 좀 높은 산을 찾았다.
08:45. 서수원터미널에서 철원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포천터미널에서 하차하여 이동면까지 시내버스로 이동하는데 여러 마을을 거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린다. 11:40. 산에 오르기 전에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포천의 명품 음식 이동갈비를 먹었다. 2인분을 먹는데 간이 들어서 그런지 짜고 달다. 맛에 있어 수원갈비와 비교가 된다.
국망봉 입구까지 걸어서 30분.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다. 일간지 산행 기사를 참고로 하였는데 초보는 제3등산로가 제격이라고 전해 준다. 거리는 멀지만 완만하다고 전한다. 1, 2 등산로는 거리는 가깝지만 경사가 심해 초보에겐 무리라는 것이다. 또 사유지를 통과해 1인당 2천원을 낸다고 하니 왠지 꺼려진다.
등산 안내 게시판에서 하산하는 중년여성 무리의 등산객에게 조언을 구한다. "어느 코스가 좋은가요?" "저 쪽으로 가면 입장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정상까지 가지 말고 하산하세요. 산에선 해가 일찍 집니다." 마치 어머니처럼 친절한 안내를 해 준다.
제3등산로. 능선길이지만 경사가 심하다. 조금 올라가도 숨이 헉헉 찬다. '아, 기초 체력이 달리는구나!' 혼자 중얼거려보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뒤에서 아들과 아내가 따라오고 있다. 하산객 한 분을 만났다. "정상에서 오십니까?" "아닙니다. 길이 미끄러워 하산합니다."
땀은 줄줄 흘러 내복은 다 젖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뒤따라오던 가족과 합류하면서 대화가 시작된다. 주로 아들의 장래에 관한 이야기다. 누나의 장래 직업 네 가지가 자연스럽게 대화의 소재가 된다. 아들의 복학, 그리고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산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몇 고개를 넘으면 정상에 도달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다음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다. 두 명의 산악인이 내려온다. 반갑다. "정상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헬기장까지 능선 타고 가는데 그 이후에는 경사가 심합니다. 아이젠 없이는 못 올라 갑니다."
우리는 산을 오를 때 하산을 걱정한다. 산 정복이 목적이 아니라 무사히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소백산의 상고대처럼 경기도 산에서의 상고대를 기대했지만 숨이 차 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지는데 귀가를 걱정하게 된다. 무리한 산행을 계속할 수는 없다. 결국 산행길 5km 중 2km를 남겨두고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하산길도 만만하지가 않다. 보조용 줄을 잡고 내려오지만 낙엽 아래는 빙판이다. 언제 엉덩방아를 찧을 지 모른다. 등상길보다 하산길이 위험하다. 하산길의 변화를 주기 위해 다른 길로 내여오니 제2등산로와 만난다. 휴양림에서 입장료를 받는 초소도 보인다.
하산이 끝나고 평지길을 걸으면서 아들에게 물었다. "넌 어떤 배우자를 원하니?" "몇 살에 결혼 할 예정이니?" 23살 먹은 아들에게 부모가 묻는 것이다. 참한 여성이 좋고 30대 후반에도 결환하고 싶다고 말한다. 부모의 의견도 말한다. 직장생활하고 2,3년 후가 어떻겠냐고 물어 본다. 이게 바로 가족간의 대화다.
오늘 산행. 비록 정상 정복은 다음으로 미루었지만 가족간의 대화에 초점을 두고 싶다. 우리 부모가 언제 자식들과 마음을 터놓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던가? 직장에서는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지만 막상 가족간에도 대화가 부족하다. 오늘처럼 일부러라도 산행 기회를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