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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그 목표는?

이라크에서 외국인이 가장 자주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는 ‘알리바바’라고 한다. 아라비안나이트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등장하는 알리바바는 ‘알리(Ali)의 아버지’라는 뜻이지만 현지에서는 ‘금품을 노린 무장강도, 도둑’이라는 뜻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육과정 전문가 40인’이 모인 팀의 이름이 다름 아닌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다. 인원수에 맞게 참 그럴듯하게 지은 이름으로 이 40인의 도적단은 모두가 두목이 될 수 있는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정말 명석하고 해박한 두뇌집단의 모임이라 할 수 있다. 이 집단의 여정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2013년 6월 18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장맛비와 함께 공모와 선정협의를 거친 40인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 만남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교육현장에서는 내로라하는 선생님들로 더러는 면이 있기도 하였지만 모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교육과정 전문가 그 이름에 걸맞게 무엇으로 대변할 수 있을까? 첫 모임을 마치고 남해로 내려오는 길! 전조등에 드러나는 빗줄기를 보며 머릿속은 복잡함으로 가득하기 시작했다. 학교일, 전문서적과 교양서적 탐독 그리고 다양한 자기계발을 위한 연수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올해로써 교단에 선지 25년을 맞는다. 그중 15년은 계속 연구업무를 하고 있지만, 학교의 연구는 기획력과 더불어 과업이 실행될 경우 그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가 산출될 것인가를 미리 파악하여 시행착오를 최소로 하여야 한다. 그런 과업 중 제일 중요한 것이 단위학교 교육과정 기획과 편성이다. 하지만 그 중요한 일을 창조적이기보다는 기존의 업무를 답습하고 수정하는 정도로 걸어온 일이 다반사였었다. 학교 업무의 핵인 연구는 나름의 깊이와 노하우, 추진력이 있어야 그 맛을 더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기회를 통하여 그동안 걸어온 연구로서 길을 돌아보기 시작하였다.

남해는 지역적인 특수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중견 교사 층이 너무 빈약하다. 축구경기에서 골은 대부분 공격수가 넣지만 골 기회를 만들어 주고 상대방의 역습을 중도에서 차단하는 일은 팀 내 미드필드의 역할이다. 이런 미드필드가 빈약하면 어떤 수준의 상대와 경기를 하더라도 곤욕을 치르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교육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5년 가까이 교단생활 대부분을 남해란 특수한 곳에서 중심학교에 근무하며 연구업무를 맡아 계획서와 보고서, 교육과정 수립 관련 일을 해 왔다. 하지만 교육과정 전문가라는 별명을 들추면 정작 자신은 속 빈 강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분야에 달인 또는 전문가가 되기는 참 어렵다. 사전에서 전문가의 의미는 특정 분야의 일을 줄곧 해 와서 그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기술하고 있다. 과연 이런 말에 자신은 합당한 사람인지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져본다.

경력이 많다고 후배 선생님들에게 거들먹거리지 않았는지 또는 그것을 방패로 무능력의 극치를 달리며 선배라고 뒷담에나 오르내리지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로 교육과정 전문가 40인 양성과정 프로젝터라는 배를 타게 되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들! 도적도 나름의 기술과 경험, 지식이 있어야 한다. 단 여기서 말하는 도적은 일반 사람이 말하는 범죄형 도적이 아닌 좋은 방향의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즉 교육과정에 관련한 확실한 알리바이와 기술을 갖춘 도적을 말한다.

이런 도적들의 머리를 조아리는 첫 합숙 연수가 찌는 듯한 더위가 아스팔트를 달구는 팔월의 경주에서 ‘교육과정 전문가 40인 양성 기초연수’란 이름으로 열렸다. 처음엔 서먹한 분위기였지만 사흘간 한 지붕 밑에서 웃고 이야기도 나누는 대화들이 정감을 더했다. 하지만 전문가라는 길을 가는 일은 편안하지만 않은 것이었다. 던져지는 2009. 개정교육과정의 내용과 독서과제 연수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기다리는 다양한 일들은 가는 팔월의 하루하루를 옥죄기도 하였다.

어느 사람이나 살아가는 것은 순간순간의 어려움과 장애,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대변된다. 이는 진주조개가 몸속에 이물질을 넣어 고통을 참으며 진주를 만들어 내는 과정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의 흐름! 팔월 말 개학과 함께 더위도 한쪽으로 물러나고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이 물들기 시작하는 시월이 되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까? 10월 12일 김해 석봉초등학교에서 범교과 학습주제적용 통합교육과정개발 연구회 컨설팅 및 역량 강화 연수가 열렸다. 팔월 합숙연수 이후로 만났던 도적들을 다시 만나니 반가움과 새로움이 더 친근해졌다. 모두 좋은 가을날 주말이라 산행을 하고 놀러 가지만 토요일을 반납한 40인의 도적들과 그리고 또 본인의 희망에 의하여 연수에 참여한 다른 여러 선생님의 얼굴에서는 열의가 넘쳐 오르고 있었다.

항상 연수를 받고 나면 꺼림칙한 일이 있다. 그것은 어떤 연수든 그 장소를 나서면 모두 휘발되는 경우였다. 하지만 이번 연수는 램이 아닌 롬에 기억되어 단막극이 아닌 계속성을 가진 과제형 연수라서 던져지는 연구과제가 머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일선 학교에서 범교과 학습주제 적용 통합단원지도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의 하나이다. 11월 11일 그동안 범교과 학습주제 적용 통합단원 개발자료 수정을 위한 모임이 연구정보원에서 이루어졌다. 온라인상에서 팀들끼리 공유하고 수정한 생각들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셈이었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교육과정 수립 때마다 범교과 관련 지도 계획을 수립하고 편성하는 일이 너무나 큰 애로사항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교육과정 전문가 40인이 중심이 된 팀별 연구회에서 개발하여 일선 학교에 보급한다 하니 차기 년도 교육과정 수립에는 도움이 되고 숨통이 트일 것 같아 반가움이 앞섰다.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과정을 거쳐 귀결점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고개를 앞두고 12월 30일 창원 창신대학에서 한국교원대학교 정광순 교수님을 모시고 2차 컨설팅에 참여하였다. 온라인이 빠르다고 하지만 오프라인을 통한 만남은 장애의 벽을 허물고 소통과 반가움을 더하며 오류를 찾고 수정하는 즐거움도 주었다. 이렇듯 개인 간 서로 간 사람의 삶도 컨설팅을 하고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14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지난해 12월부터 40인의 도적들에게는 경사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정말 능력자들이 모인 도적 집단이란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받는 이, 스승 상을 받는 이 등 이런 도적들이 또다시 2013년 1월 6일부터 8일까지 2013. 초등교육과정컨설팅역량강화 직무연수에 모이게 되었다. 이제 이 연수를 마지막으로 각 지역교육지원청에 교육과정 컨설팅 요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교육과정 컨설팅 요원! 전문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문득 지난여름 경주에서 연수 중 들은 말이 생각난다. 교과용 도서 집필위원은 누가 되느냐? 그것은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옆 반 선생님도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선생님 모두가 능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일선 학교상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육과정 컨설팅 요원으로 간다지만 모든 학교는 그 나름의 특수성과 애로점이 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이해하고 정말 어려워하는 일을 속 시원하게 긁어 주는 일이 쉬울까?

초등학교 교사는 만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약방에 감초라는 말로도 비교될 수 있겠지만 어떤 선생님은 너무 만능인 나머지 백화점, 문어발식으로 여러 가지 일을 벌여놓고 헤엄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교육이란 본연에 충실한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교육과정 전문가라는 말은 언제나 큰 부담으로 앉고 일어서기를 반복하게 한다. 전문가라는 말 만큼 다른 해박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정말 교육과정에 있어서 깊은 연구와 성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 일회성이 아닌 계속 이어지는 연구와 대물림이 공동의 사고를 통하여 합일점을 얻어 이끌어 가는 일이 필요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학년도를 마무리하게 된다. 해는 2014년이지만 년도는 2013학년도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13학년도를 마무리 잘하며 학교별 시행될 교육과정 컨설팅에 신선한 느낌과 사고를 부어주는 전문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열려라 참께’라는 말과 함께 현란한 빛을 발하는 보물창고가 열리는 모습! 그 보물을 교육과정으로 지키고 가꾸며 따라야 하는 사람이 바로 전문가 40인이 아닐까 한다.

아직 봄 소식은 요원하다. 하지만 비늘과 털로 덮은 목련의 꽃눈을 보면 어느새 봄이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서두르지도 말며 차분한 마음으로 전문가 40인의 걸음이 어느 곳에서든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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