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서울에 국보 1호 숭례문이 있다면 경기도 수부도시 수원엔 국가 보물 402호 팔달문이 있다. 오늘 아침 출근하여 지방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팔달문이 화재에 노출되어 불이 날 뻔했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머릿속은 불현듯 2008년 2월 숭례문 화재가 스치고 지나간다.
언론 보도를 보니 '불장난 파손...신음하는 팔달문'(경인일보), '세계 유산 수원화성 팔달문 불 날 뻔'(중부일보), 수원 팔달문 마당서 10대 불장난(KBS), 보도 내용은 지적 장애인 10대가 추워서 폐지에 불을 지폈으나 CCTV로 직원이 발견해 출동하여 황급히 진화했다는 것이다. 우선 화재 피해가 없어 안도는 하였으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팔달문은 일반인들에게 개방한 이후 관광객과 학생은 물론 노숙인까지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팔달문 곳곳이 파손되고 화재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오후 8시37분께 지체장애 2급인 남모(18)군이 팔달문 안쪽 마당에 들어가 라이터를 이용해 폐지에 불장난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팔달문은 지난 2010년 일반인에 개방하였으나 7명 순찰로 관리가 허술하고 외벽 곳곳이 깨져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팔달문은 지난 2010년 6월 목재부의 변형으로 인한 원형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47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수공사를 마친뒤 지난해 5월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고 전한다.
세계문화유산의 보전, 우리 후손들의 당연한 의무다. 지난 2008년 숭례문 화재 시 온 나라는 슬픔에 쌓였었다. 화재 장면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가슴 아파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국민도 많았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화마는 순식간에 앗아가지만 복원을 하려면 몇 년이 걸린다. 아니 원형대로 복원할 수 없다.
숭례문의 경우, 복원하는데만 꼬박 5년 3개월이 걸렸다. 국민의 혈세 270 여억원이 투입되었다. 다시 원형의 웅장함이 드러나 우리 국민의 자존심이 회복하는 듯 했으나 복구 후 단청 페인트가 벗겨지고 사용된 목재가 외국산이라는 논란에 휘말리고 조사 과정에서 모 대학 교수 자살 사건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더 큰 피해는 온 국민이 입은 정신적인 상처다. 트라우마가 쌓여 마음이 안정이 안 된다. 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몇 년 전 서울 숭례문 복원 공사 광경을 보면서 다시는 문화재 화재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2011년 공사중인 관계로 가림판에 갇혀 있는 숭례문을 보고 '숭례문이 없는 서울은 서울이 아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렇다면 '팔달문이 없는 수원은 수원이 아닌 것'이다. 수원에서는 팔달문뿐 아니라 장안문, 화서문, 화홍문 등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어느 하나만 손실이 되어도 물질적, 정신적 상처가 크다.
문화재는 정해진 위치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에게 위안과 편안함을 준다. 국격과 함께 나라의 품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건재할 때 고마움을 모른다. 없어지거나 훼손되고 난 후에 문화재의 존재를 실감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팔달문이 화재에 노출되어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수원에서는 몇 년 전 팔달산 정상에 우뚝 선 화성장대의 화재도 있었다. 지금은 복구가 되었지만 문화재 보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사건이었다. 문화재 보전을 위해 인력을 증강하고 야간 순찰을 강화하는 등 대책이 나와야 하겠다. 학교에서도 문화재 애호교육을 한층 강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