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 맞는 말인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물건은 비쌀수록 제 값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메이커 제품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은 싼 것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이번 기회에 '싼 게 비지떡' 속담의 유래를 알아 본다. 두부가 될 물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가 '비지'다. 이 '비지'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넣고 빈대떡처럼 부친 떡을 '비지떡'이다. '비지'는 말 그대로 '찌꺼기'이니, 맛도 없을 뿐더러 영양가도 떨어지는 것이어서 가축 먹이로 사용되었다.
그러한 '비지'로 떡을 만들어 배 고팠던 시절에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었다. 하지만 그것은 배가 고프지 않다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아주 보잘 것 없고, 볼품없는 먹거리였던 것. 곧 '싼 게 비지떡'이다'이라는 말은 '값이 싼 물건이 싼 가격만큼 품질도 떨어진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싸구려 물건을 사용하다가 금방 고장이 나서 버리게 될 경우, 혼자 중얼거린다. '그럼 그렇지, 싼 게 비지떡이라니까1' 또 비싼 물건일 경우에는 은근히 그 가격을 말하면서 품질도 좋다고 말한다. 비싼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도 품격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수의 경우, 이 속담은 적용되지 않는다. 제품 '아이시스'와 '깊은산속옹달샘물'은 판매회사가 다르고 포장 상표가 다르다. 용량은 같으나 수원지는 모두 경기 양주시 남면이다. 수원지가 같다는 것은 같은 물이다. 그런데 소비자 가격은 '아이리스'가 1100원, '깊은산속옹달샘물'이 900원으로 200원 차이다.
'아이시스DMZ'와 '함박웃음맑은샘물'도 마찬가지다. 수원지는 모두 경기 연천군 백학리다. 상표와 판매회사만 다르다. 그런데 가격은 1400원과 1000원으로 400원 차이가 난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와 이마트의 '풀무원샘물'도 수원지는 경기 포천시 이동면이다. 그러나 가격은 1100원, 860원으로 가격차이가 난다.
이러한 사실은 제품을 파는 편의점 주인들도 확실히 모른다. 그저 막연하게 비싼만큼 품질도 좋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브랜드가 다르고 페트병 모양이 다르지만 수질이나 물맛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 취수장에서 뽑아낸 생수를 대형 저장탱크에 보관했다가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국내 생수업체 90%가 같은 물로 여러 브랜드를 제조한다는 것이다. 같은 물인데도 브랜드가 다르면 최대 400원 차이가 나는 것. 생수업계 관계자들은 "중소업체에서 자체 브랜드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동일한 생수를 제조하여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기업 관계자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광고비나 판촉비, 유통비용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는 같은 물을 다른 값에 사 먹고 있는 것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비싼 가격의 생수를 택할 필요가 없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도 있다. 현재 작은 글씨로 표기된 수원지 표시를 크게 하는 것. 즉 브랜드 이름의 3분의 1 크기에서 2분의 1로 키우도록 관련법규를 바꾸는 것. 또 현재 수원지 표시를 시군에서 번지까지 전면에 표기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소비자가 생수를 구입할 때는 상표 대신 수원지를 보고 구입하면 되는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나 '비쌀수록 좋은 것'은 하나의 편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