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이렇게 부재가 붙어있는 책이다. 일상에서 돈을 위해 명예를 위해 또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고 공부하는 학생들과 공부를 신처럼 모시는 학부모들에게 일갈하는 고미숙의 저서이다. 개인적으로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다른 책을 먼저 읽었다. 명리학과 동의보감에 대한 평론과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대한 고전 평론도 맛있게 읽었기에 이 책 역시 즐겁게 시작할 수 있었다.
‘공부의 달인’ 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공부 방법을 알기위해 이 책을 들었다면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이다. 절대로 부귀영화를 위해 공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작가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공부인 것이다.
삶이 공부인 세상!
얼마나 멋진가? 끊임없이 삶에 대해 탐구하고 서로의 배움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지혜를 배우고, 인간을 배우고, 몸을 배우면 우리의 삶은 풍요로울 것이다. 시험을 위해, 취직을 위해, 승진을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탐구하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들은 내일의 풍요를 위해 오늘을 저당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아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공부라고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참 멋진 일이다.
개인적으로 배움의 네크워크 형성에는 찬성한다. 그리고 공부 방법에서 제시하는 암송과 구술 등도 매력적이다. 특히 암송의 중요성에 대해 매우 공감한다. 시공부의 경우 반드시 암송하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아무리 어려운 시라도 외워서 읽으면 그 뜻이 마음에 와 닿는 성를 느낀다. 학생들도 학생 시절 외운 시는 평생의 지기가 된다.
지난해 여름,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학생들과 소리 내어 읽은 적이 있다. 모두가 돌아가면서 자기 목소리로 읽고 감상을 쓰게 했다. 전편을 모두 읽어내기는 좀 어려운데, 함께 하니 조금 어려워하던 학생들도 쉽게 따라갔다. 함께 하는 즐거움을 나 역시 느끼며 즐거웠다. 아마, 이런 것이 공부하는 재미일 것이다. 올해는 다른 고전을 함께 읽어 보아야겠다. 고전의 아름다운 배움이 봄의 절정에서 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