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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대항해 시대 - 해양 팽창과 근대 세계의 형성


아들의 권유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500페이지 분량으로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다. 그러나 전문서적임에도(서울대학교 출판부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이 붙어서 오히려 주눅이 들었다.) 집중력을 가지고 읽으니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두꺼운 책이어서 다 읽고 났을 때 더 뿌듯한 감을 느낄 수 있었다.

15세기 이전의 시대는 아시아의 시대였다. 유럽은 변방으로 아시아가 문화의 주도권을 잡고 해양을 지배하고 부를 창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해양팽창의 중심에는 정화의 원정이 있었으며, 활발한 활동으로 세계사의 주역으로 활동해 왔다. 그 후 중국 정부의 해상 후퇴 이후 서구 유럽이 해양에 어떻게 등장하는가를 다룬 책이다.

가장 먼저 포르투칼이 대항해에 뛰어들게 된다. 그 후 바다로 나아가는 유럽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천천히 나아간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주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에 닿을 때 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죽고 또 죽었다. 그리고 유럽인들은 폭력을 세계화 시켰다.
 
유럽 중심의 해양 역사를 한국의 학자가 조목조목 설명한 부분이 이채로왔다. 그리고 유렵 중심이 아닌 세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도 가상하였다. 지금도 인문의 바탕이 그리스로부터 시작한 유렵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지만 탈 유럽적 시각을 보여주는 많은 내용과 행위의 주체가 어떻게 역사적 사건으로 전개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와 아시아의 나라는 그 당시 어떤 처지였는지 설명하여 문명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당시 세계의 중심이던 유럽의 시각에서 대항해시대를 정의한다면, 이 시기는 유럽이 군사적 우위를 이용해 각 대륙을 정복하고 결국 최종 승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정복의 역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문명이 처음으로 조우해 군사전을 벌일 때 우리의 상상처럼 총과 말, 대포가 큰 위력을 발휘했던 것은 아니었다. 유럽과 비유럽 문명은 전투의 개념이 다른데다 전투에 임하는 방식 또한 근본적으로 달랐다. 합리적 폭력으로 국가의 지지아래 아프리카인을 생포하여 바다를 건너 노동에 종사하는 노예로 만들었고, 잉카의 문명을 파괴하였으며, 아메리카 원주민의 수를 반으로 줄이는 엄청난 질병을 전파시킨 것이 대항해의 시대이다. 그러나 무력으로 전파시킨 종교와 신문화라는 것은 토착신앙, 문화와 교배하여 진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문화를 잉태하게 된다.

인간의 무자비한 폭력의 시대이고, 전쟁의 시대이고, 휘몰아치는 죽음이 난무한 시대였던 대항해 시대를 읽는 봄밤에 꽃이 진다. 비오는 거리마다 꽃이 지고 꽃 진 자리마다 푸른 열매가 맺혀있을 것이다. 4월 마지막에 보는 들판은 너무 푸르다. 그래서 더 슬프다.

잔인한 4월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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