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위해 스스로 독배를 드는 연인들의 마지막 입맞춤같이 벚꽃은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종말을 거부하는 죽음의 의식. 정사(情死) 의 미학. - 오세영-
시인 오세영은 벚꽃의 생을 비장미와 극치미의 절정에서 불꽃처럼 사그라지는 정사의 의식으로 소멸시킨다. 출근길 어느 날인가부터 만개한 벚꽃이 화사함으로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극적인 낙화의 이미지로 또 내 눈에 들어온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고 벚꽃이고 또 낙화이건만 해가 바뀔 때마다 내 안에 닿는 느낌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무너져 내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마음 한 켠에 희미한 아픔이 느껴지는 것도 시간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세월의 옷이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인가..
이기철 시인은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으면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 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