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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스승의 날에…

본인은 초등학교 교사이다. 오늘은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 누가 계획하여 준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내 마음을 딱 알아맞히었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교육대학을 지원하고 학장님 앞에서 면접했던 일이 기억났다. 학장님이 내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셨는데 나는 ‘편지쓰기’라고 했다. 그랬더니 학장님께서는 ‘그래요? 나는 편지받기가 취미인데…’ 하시며 빙그레 웃으셨다.

나는 고등학교 때 학교 방침으로 작은 문집을 만들었었고 그것을 계기로 일기를 썼으며 이후에도 친구들이랑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서 남편이 그 편지를 보고 일일이 스크랩해 놓았다. 그리고는 얼마 전 집들이하면서 친구들과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남편이 그 파일들을 꺼내놓았다. 스크랩 사실을 몰랐던 나도, 깜짝 놀라는 친구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몇 십 년 전의 일들로 한참동안 추억에 잠겼던 기억이 난다. 20대의 친구들이 쓴 손 편지는 정작 자기가 쓴 내용을 보고도 기억을 못 했으며 앙증맞게 그림까지 그려 넣은 것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나는 평소 두 아들에게 기념할 날들이 오면 편지를 쓰라고 말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엄마는 편지를 좋아한다고. 그 중 한 가지를 말해 보자면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 대학원을 다녔다. 그때 큰애가 2학년이었는데 어느 날 퇴근 후 수업을 마치고 늦게 오니 그날은 남편도 없었고 두 아이만 침대에 나란히 잠들었다. 그런데 화장대 위에 편지가 있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엄마 힘드시죠?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졸업하세요. 그래야 편히 쉬실 수 있을 거예요.’라는 글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팽개치고 밤늦게 들어오는 나에게 싫다는 내색은 고사하고 오히려 위로하는 내용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었다. 그렇게 편지에는 쓴 사람의 마음이 묻어나고 있으니 그것이 내가 편지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우리 반 친구들의 편지 세례를 받고는 또 한 번 잊지 못할 추억을 쌓게 되었다. 공세초등학교를 기억할 더없이 소중한 날이 된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해마다 맞는 오늘이지만 이런 선물은 처음이었으니까.

선물이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이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작은 것에도 기뻐할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 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또한 그것으로 인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맡으면서 하나하나 소중하고 귀한 보물인 것을 알고 있다. 수업 중에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있더라도 더욱 인내를 요구하라는 것으로 반성하게 되었다. 사실 매일 아침 ‘오늘도 웃으면서 수업하자, 장난쳐도 너그럽게 이해하자, 애들이란 다 그런 거야.’라고 수없이 되뇌며 출근을 한다.

좋을 때 웃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웃을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것을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하교 지도를 하면서 ‘내가 이런 꼬맹이들과 오늘도 전쟁을 치렀구나.’하는 기막힌 사실에 허탈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도 힘을 낼 거다. 코팅한 앨범 속의 아이들 얼굴 사진과 편지글을 하나하나 보면서 다짐했다. 어찌 보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다만 ‘얘들은 나와 싸울 상대도, 화낼 대상도 아니다. 그저 가르치고 사랑하며 보살펴주면 되는 것을…’

2014.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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