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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나무는 자라는 대로 둘 때 가장 아름답다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의 말이다.

나무는 자라는 대로 둘 때 수형(樹形)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주변의 공간을 넓혀 주고 마음껏 가지를 뻗게 해야 합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화두는 자유와 통제 사이의 갈등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틀에 가두지 말아야 함을 너무나 잘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늘 아이들을 견고한 틀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조경사가 가위로 자르고 다듬어서 조경수를 만들어가듯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그렇게 아이들을 자르고 다듬는다. 조경수는 반듯하고 예쁘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조경사가 가꾸고 만지는 정원에서만이다. 정원을 벗어나거나 조경사의 손길이 닿지 않게 된다면 그 나무는 더 이상 아름다움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조경수보다 야생화가 더 아름다운 건 강인한 자연의 손길속에서 제가 가진 본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인간만이 타고난 본성을 억압하고 가두는 유일한 피조물인지도 모른다. 민들레는 결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데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온갖 타인의 속성을 제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자연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 그 속에서 고유의 창의성와 바른 인성의 싹을 피워야 함에도 부모들은 그 싹이 채 고개를 내밀기도 전에 야무지게 잘라버리고 만다.

나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설프게나마 교육학을 공부하고 또 교육현장에 있다 보니 내가 아이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인지하고 죄책감을 느낄 때가 많다. 많은 자녀 양육서 속에서 해답을 찾아 헤매고 전문가의 강의도 수없이 들었지만 막상 내 아이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성격과 기질이 제각각인 아이들이 날마다 쏟아내는 다양하고 어지러운 상황은 교육학 개론의 어느 페이지에서도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가르침의 시간보다 더 귀할것이다. 부모로서 온전히 긴 시간을 기다려 준다면 아이들은 호기심 많고 독립적이며 창의적으로 자란다고 한다. 그 기다림 속에는 사랑과 격려, 믿음과 소망의 씨앗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는 ‘기다리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무슨 일이든지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결과를 얻어야만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지금 당장 결과물을 만들어 내라고 끊임없는 푸쉬를 하고 있다. 진정한 교육이란 한 발짝 아이들에게서 물러나서 조용히 기다려 주는 것인데도 말이다.

주변의 공간을 넓혀 주고 마음껏 가지를 뻗게하는 대신 조경수의 손길로 아이들을 자르고 다듬고 있는건 아닌지 문득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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