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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통역은 좋은 만남으로 가는 길

 지난 주말 일본에서 나에게 한국어를 배운 제자로부터 편지 한 통이 왔다. 이번에 한국어 통역을 하면서 통역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통역이 어떤 일인가를 알기는 어렵다. 특히 중요한 통역을 부탁받으면 더욱 그러하다. 더군다나 나보다 훨씬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통증을 느낄 정도이다. 그런데 내가 가르친 제자가 학교 교류라는 공식적인 행사에서 통역을 하였다는 것이 참 대견스럽다. 몇 년 전에만 해도 겨우 더듬더듬 말하던 수준이었는데... 이래서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또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9월 22일 후쿠오카공업고에서 자매 학교인 00공업고등학교의 방문단 환영식이 있었습니다. 두 학교는 교류를 시작한 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습니다. 그와 같은 중요한 행사에 통역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부담스러움보다 기쁜 나머지 두 말 없이 승낙했습니다. 하지만 문학을 전공한 내 입장에서 공고는 전혀 모르는 미지의 세계였고 완전 다른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잘 할 수 있을 지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아침에 두 학교 선생님들과 내빈들의 인사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안내를 받아 행사장인 체육관으로 입장했는데, 내 자리를 확인하고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곳은 교장 선생님과 학생 대표 다음인 ‘높은 자리’여서 미리 준비한 자료를 볼 수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사회자, 그리고 교장 선생님께서 타이밍을 잘 맞춰주신 덕분에 간신히 해 낼 수 있었습니다.

후쿠오카한국교육원에서 공식적인 표현을 지도 받고, 열심히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해 보니까 순간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말, 그리고 자주 쓰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작 중요한 때는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하기는커녕 평소 할 수 있는 말도 깜빡해서 자신의 언어 세계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환영 행사 후 학생들은 학교 견학을 하고, 교직원 분과 회의가 따로 열렸습니다. 회의는 전문 용어로 진행되었고 꽤 수준이 높은 내용이었습니다. 평소부터 대비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전문가인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한 회의는 너무 힘들고 어려웠지만 아주 귀중한 체험이 되었습니다.

점심 때는 고쿠라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각자 동아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때는 통역 없이 자신들이 스스로 준비한 자료를 영어, 그리고 서투른 한국어로 열심히 설명했고,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학생들도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대견해 보였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이틀에 걸친 통역 경험을 통해서 배웠던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실력 이상의 힘은 내지 못한다. 두 번째, 어휘력, 표현력, 창조력이 중요하다. 세 번째, 제한된 시간 내에 얼마나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사고방식에 다가갈 수 있을까.

한국과 일본이 보다 가까운 나라가 되어 일본에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한국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하는 저는 공식 행사뿐만 아니라 역 앞이나 길거리에서 언제나, 누구에게나 통역을 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기회가 다시 찾아오면 당당하게 정확한 통역을 할 수 있게, 그리고 그 만남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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