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학점은행제에 의해 처음으로 34명이 학사모를 쓰게 된다. 6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홍승권씨 등 34명이 지난 학기까지 규정된 학점을 모두 취득해 학사 또는 전문학사 학위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학위 취득자는 학사학위의 경우 공학사(21), 미술학사(2), 가정학사(1), 이학사(1) 등 4개 분야 25명이며 전문학사 학위는 산업예술(1), 공업(6), 경영전문학사(2) 등 3개 분야 9명이다. 78년 전문대를 졸업한 K건설회사 홍승권(46) 차장은 자격증으로 학사학위를 딴 케이스. 전문대 재학때 취득한 80학점 중 31학점을 전공학점으로 인정받고 건축기계설비기술사·일반기계기사 2급, 소방설비기사 2급 등 3개 자격증으로 전공학점 87학점을 추가했다. 여기에 산업안전기사 2급 자격증으로 교양과정 24학점을 인정받은데 이어 지난해 학점은행 인정기관인 중앙대 산업교육원에서 교육학개론(3학점), 법학(3학점)을 수강해 결국 필요한 교양과목 30학점을 채워 학사모를 쓰게 됐다. 홍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건축분야 공부를 더 할 생각"이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 전문대 재학중 11학점을 못채우고 그만둔 뒤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했던 정은정(26·여)씨도 대학에 시간제 학생으로 등록, 5과목만 듣고 산업예술 전문학사 학위를 받게 됐다. 이들은 교육개발원장으로부터 대학 총장이나 전문대 학장이 아닌 교육부 장관 명의의 학위증을 받으며 내년 3월 학위수여식을 갖게 된다. 첫 학위 수여자가 배출됨에 따라 앞으로 학점은행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졸자 뿐만아니라 전문대를 졸업하거나 대학(전문대)을 중퇴한 사람도 △국가기술자격증 취득 △독학사 시험의 단계적 합격 △대학에서의 시간제 등록 △학점인정 2백64개 기관(3천51개 과목)에서의 수강 등을 통해 1∼2년 안에 학위를 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평생학습연구부 김영철부장은 "이번에는 전문대나 대학중퇴자들 중 자격증 취득으로 학위를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고졸 출신 학위 취득자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졸업시험격으로 실시하던 논문작성이나 작품제출을 폐지되고 학점은행제로 취득한 학점으로도 정규대학 3학년 편입이 가능하게 된다. 또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전수자 5천여명과 산업체 인정자격 소지자도 대학, 전문대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신강탁 사무관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학점인정 기관과 과목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행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부가 고시한 대학, 학원 등에서 학사는 1백40학점, 전문학사는 80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대졸 또는 전문대졸 학력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6천2백86명이 등록했으며 이들이 신청한 학점은 8만9천1백52학점으로 집계됐다. <趙成哲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