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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실패한 광해군 다시 보기, '왕의 얼굴'

2월 14일 정통 대하사극 ‘징비록’의 첫 방송이 예고되어 있다. 인기를 끌었던 정통 대하사극 ‘정도전’ 종영(2014.6.29)후 8개월 만이다. 그 공백에서도 지상파 방송 3사의 사극사랑은 여전하다. ‘조선 총잡이’(KBS)⋅‘비밀의 문’(SBS)⋅‘빛나거나 미치거나’(MBC)⋅‘왕의 얼굴’(KBS) 등이 방송되었거나 방송중에 있다.

그들 사극은 퓨전 내지 팩션이다. 공교롭게도 세자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비밀의 문’ 사도세자, ‘왕의 얼굴’ 광해군의 세자시절이 그것이다. 세자란 차기 임금이 될 왕자다. 그러니까 왕의 후계자이다. 대개는 얌전히 세자수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가 아버지인 왕이 승하하면 왕위에 올랐다.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이 우리의 역사 상식이다. 그런데 ‘왕의 얼굴’을 보니 ‘비밀의 문’에 이어 그게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란 미명하에 마구 비틀어대고 짓이겨져 있다. 2월 5일 23회(24부작인데 연말특집에 밀려 1회 결방)로 종영한 ‘왕의 얼굴’은 임금이 되기 전 광해군(서인국)의 부친 선조(이성재)와의 갈등을 다룬 팩션이다.

그 풀어가는 방식이 관상에 기반한 것이라 일단 관심을 끌었다. 아다시피 2013년 9월 11일 개봉, 913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대박영화 ‘관상’이 있다. 그 덕을 좀 보려 한 듯하지만 시청자 생각은 달랐다. ‘왕의 얼굴’은 2014년 11월 19일 첫방송에서 7.1% 시청률을 기록한 이래 한 번도 두 자릿수로 오른 적이 없다. 마지막회의 9.1%가 최고 시청률이다.

앞에서 마구 비틀어대고 짓이겨져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광해군 다시 보기이다. 조선왕조 임금들중 조(祖)나 종(宗)으로 불리지 못한 경우가 연산군과 광해군이다. 대군이 아니라 그냥 군은 임금의 서자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광해군은 선조의 후궁이 낳은 아들이다.

세자 시절 군호가 16년간 재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사용된 것은 이른바 인조반정에 의해 임금자리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국방과 외교 등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임금이라는 것이 기존 시각이다. 그런 광해군을 재조명해보려 한 ‘왕의 얼굴’이 실패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일단은 왕자나 세자답지 않은 광해군의 영웅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버지, 그것도 임금인 아버지에게 또박또박 대드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 낯설다. 특히 광해군의 경우 일개 서자에 불과할 뿐이라 더욱 그렇다. 임진왜란 와중에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세자란 이미지가 또 그렇다.

너무 황당한 전개 역시 어떤 진정성과 거리가 멀어 자충수가 되었지 싶다. 예컨대 정여립의 제자 김도치(신성록) 행적이다. 그의 탈주과정, 선조에 대한 암살 공격, 가희(조윤희)의 양다리 걸치기 등 어느 것 하나 절실한 리얼리티로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지 않는다. 하긴 왜적에게 침략을 당해 도성까지 버린 채 도망가는 조정이고 임금이라 그렇게 암살에 노출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김도치의 그런 행적은 대동세상을 주창한 역사인물 정여립을 그냥 역적으로 간주하고마는 전근대적 시각의 답습이기도 하다. 도대체 ‘왕의 얼굴’이 왜 KBS의 ‘특별기획드라마’인지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김도치가 임금을 죽이려 군사를 일으키는데, 한 40명쯤 대궐로 쳐들어가고 있으니 픽 나오는 웃음을 어쩔 수 없다.

김도치와 광해군의 1대 1 대결도 긴장감은커녕 실소를 자아낸다. 이런저런 영화들에서 이미 봐온 방식을 그대로 따와 사극이 갖춰야 할 무게감, 진중함을 포기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왕의 얼굴’은 영화 ‘관상’ 표절 논란 등 송사(법원 판결은 무죄)까지 겪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체면을 확 구긴 사극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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