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실시한 ‘2014 학교진로교육 실태 조사’에서 중고교생 10명 가운데 3명꼴로 희망하는 직업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결과는 미래의 목표나 방향 감각을 상실한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우울한 초상이다. 지난해 7월 전국의 초중고교생 18만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 조사에서 희망 직업이 있다고 응답한 중고교생은 남녀 가릴 것 없이 교사를 1순위로 꼽았다. “장래 희망은 대통령”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예전 아이들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다.
이같은 선택에 작용을 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
청소년들이 교사와 공무원 등 통념상 안정된 직업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 교직은 실직 위험이 작다. 이 말은 다시 말하자면 큰 사고만 없으면 정년 퇴직 후에도 넉넉한 연금을 받는 ‘철밥통 직장’이라고 알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는 직장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경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이런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청소년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학부모들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학부모 역시 자녀가 갖기를 원하는 직업 1위로 교사를 지목했다. 기성세대는 자녀의 소질과 적성을 따지기보다는 자녀들이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직업을 택하기를 바라고 있다. 청소년들도 이런 학부모들의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2만4000여 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5%가 돈을 선택했다. 열정이나 도전정신 없이 삶의 목적을 물질에 둔 청소년이 늘어나는 사회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같은 통계수치를 보면 한국의 장래가 걱정스럽게 느껴진다. 현실적으로 사범대, 교대를 나와 취업하지 못하는 예비교사들이 얼마나 많으며, 몇 년을 도전해도 교직에 입직을 성취하지 못하여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학생들은 잘 모를 것이다.
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 한국의 교사들은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비율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때문에 최근에는 명예퇴직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 예산 부족으로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심지어 교장들까지도 명예퇴직 대열에 나서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 내면을 자세히 읽어낼 필요가 있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2030년이 되면 현재의 직업 가운데 80%가 없어지거나 새로운 직업으로 바뀐다고 전망했다. 지식정보사회를 맞아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과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진로 설계를 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기회와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