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바람의 땅, 오클라호마에서 보물찾기
- 길은 새로운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줄 것이다-
교수님께서 풀브라이트 재단 수혜자로 미국에 가 계시는 동안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교수님의 동선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책으로 보니 다르고 새로웠습니다. 그리고 부러웠습니다. 지성인인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보여주셨습니다. 공부하러 가서 그 곳을 여행하고 탐구하고 다시 철학적 사유로 이어지는 그 여정은 지성의 다른 이름이며, 제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입니다. 어느 곳이나 알아야할 역사가 있고 그 곳에 사는 다른 모습을 지켜보고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내 삶과 연결시켜 기록해야 우리의 후학들에게 무엇인가를 남겨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여행기를 적는 일에 소홀했던 저를 반성하였습니다.
보물 1.
스틸워터와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그 안식과 탐구의 낙원
1. 역사학과 학생들에게 특강
역사학과 학생을 위한 특강 후 미국과 같은 영향력 있는 나라에 우리의 역사를 교육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자동차 한 대, 스마트 폰 한 대 더 파는 것보다 대학들에 한국학을 개설하고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우리로서는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한 자세에 대한 해답으로 이해하였다.
2. 대학의 졸업식
그 흔한 꽃다발도 없었다. 식장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졸업생도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은 시간이 되자 악대의 선도를 받아 질서정연하게 들어왔고 정확하게 준비된 의자에 모두 채워졌다. 어쩌면 이렇게 개인주의의 천국인 미국에서 훈련받은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단 말인가. 식 초반에 글은 자신의 국가와 주가를 소리 높여 부르면 단합정신을 확인하는 듯 했다. 어느 순서 하나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는 게 없도록 치밀하게 조직된 극본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왜 이처럼 하지 못할까.
대학교 때 부모님께서 오셔도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 한 장 찍고 점심 먹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식에 아예 가지 않는 학생이 많습니다. 큰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취업을 위한 방편으로 전락한 것이 참 아쉬우며 부럽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역시 지금은 의미있는 졸업식을 하지 못하고 화장하고 멋부린 아이들의 잔치가 되어 버린 곳도 많다고 하더군요. 미국이란 나라는 저력은 바로 이런 것에서 나타나는 듯합니다.
보물 2
인디언, 인디언의 역사, 인디언의 문화
오클라호마가 강제 이주된 아메리카 인디언의 집단 거주지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백인 지배자에 의해 행해진 인디언의 디아스포라, 슬픈 눈물의 여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체로키족, 판카 인디언, 아이오와족, 차카샤족, 촉토족, 세미놀족, 아파치, 코만치, 수족 등 수많은 인디언의 삶을 소개하였으며,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어도비 양식의 건물 사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도비라는 양식에 대해 찾아보았으며, 그 양식이 산타페 지역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이며 매우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음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였다. 책은 이렇게 고구마 줄기처럼 배움이 이어짐이리라.
보물 3
미국의 길 66번 도로와의 만남
- 길이란 필연적으로 여행의 욕망을 부추기고 공간이고, 여행은 어쨌든 소비 행위라 할 수 없지요.- /참 그 말에 공감한다. 사람은 어디로 가기 위해 길을 내고 그 길위를 걸으며 방랑하고 다시 돌아갈 길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길 위의 삶, 길을 만들어 가는 삶, 우리는 길과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이다.
유콘에서 만난 6.25 전쟁 포화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우리네 누이와 아주머니의 힘든 모습이 있는 빛바랜 사진을 만난다. 한국 전쟁은 우리에게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지금의 화려한 소비문화만을 향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픈 반성을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되새겨 본다.
보물 4
박물관과 미국 역사
서부개척의 미국의 소리 국립 카우보이 박물관, 털사의 길크리스 박물관을 거쳐 인간의 악마성을 일깨쳐 준 공간, 오클라호마 시 메모리얼 뮤지엄을 읽었다. 우리 같으면 잊고 싶은 사건을 교육의 현장으로 바꾸어 놓을 줄 아는 미국인이 참 대단하다고 말하는 저자에게 동의한다. 우리는 삼풍백화점 붕괴, 성두대교 붕괴를 숨기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가?
산타페에 있는 아름다운 박물관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특히 어도비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은 언젠가 꼭 보고 싶다.
어도비 양식이란 모래, 찰흑 물로 또 특정한 종류의 섬유나 유기 물질을 만들어진 천연 건축 재료를 말한다고 한다. 산타페라는 말에 갑자기 풀향기가 날 듯....
보물 6
아름다운 자연, 그 고요와 평온
조선 정조 때 연암 박지원은 중국에 사신으로 가다가 요동벌판을 만나자 “멋진 ‘울음터’로다, 크게 한번 울어볼만하도다!”라고 소리쳤다. [열하일기]의 이른반 ‘호곡장’이 그것.
그렇다. 기뻐도 슬퍼도 울 수 있는 것은 연암 뿐 아리아 인간이면누구나 마찬가지다. 내가 대초원을 울음터로 생각한 것은 나의 왜소함을 비웃는 듯 한 그 광활함이 첫 번째 이유였고, 허허로운 듯한 외피 속에 그득 담긴 가멸찬 풍요, 그리고 그로부터 느끼는 우리의 상대적인 빈곤이 둘째 이유였다. 60 나이 가깝도록 손바닥만한 풀밭에서 소꿉장난하듯 살아온 인생의 눈에 광대한 대초원에서 느끼는 놀라움과 부러움이 바로 내 울음의 근원이었다. 연암도 그랬으리라. ‘들판에서 해가 떠서 들판으로 지는’ 그 요동벌판을 보며 호연지기를 느끼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가난하고 좁디 좁은 조선 땅과 백성들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연암은 중국을 돌아 열하를 가면서 여행기 [열하일기]를 썼습니다. 열하일기는 조선을 통틀어 가장 멋진 글이라고 합니다. 연암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교수님께서 미국의 오클라호마를 여행하며 긴 울음을 한번 토해 보셔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교수님을 따라가며 오클라호마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습니다. 눈물의 여정을 거쳐 어도비 양식의 아름다운 박물관을 보고, 교수님과 만났을 젊은 지성인과 긴 77번 국도를 함께 운전하였습니다. 광활한 대초원에서 연암의 호곡장을 생각하였습니다. 여행을 하면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남겨서 후학들의 지침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좁고 좁은 이 땅에서 벗어나 저 먼 곳의 대자연과 마주하고, 그 곳의 사람들을 저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합니다. 얼마 전 아는 분이 네팔의 봉사활동에 동참하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힘들겠다고 하였습니다. 학기 중이고 비용도 그리고 여정도 힘들어 보였습니다. 기회는 아무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 데 너무 안일하기만 하였다는 반성을 합니다.
길이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줍니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여행 가방을 쌀 수 있는 용기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