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1 (월)

  • 구름많음동두천 13.6℃
  • 맑음강릉 10.6℃
  • 구름조금서울 15.9℃
  • 구름조금대전 16.3℃
  • 흐림대구 13.3℃
  • 흐림울산 11.9℃
  • 흐림광주 18.1℃
  • 흐림부산 13.2℃
  • 흐림고창 14.6℃
  • 구름많음제주 18.1℃
  • 구름많음강화 12.0℃
  • 흐림보은 14.9℃
  • 흐림금산 16.4℃
  • 흐림강진군 14.3℃
  • 흐림경주시 12.6℃
  • 흐림거제 13.2℃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인생의 즐거움, 교학상장

인생의 즐거움, 교학상장(敎學相長)에서 

세상에는 듣기 좋은 세 가지 소리가 있다고 한다.

'아기 웃음소리'가 그 첫 번째요, 그 다음은 '아낙네의 다듬이 소리', 세 번째가 ‘아이 책 읽는 소리'라 들었다.

'아기 웃음소리'는 그렇다 하고, ‘다듬이 소리’나 ‘책 읽는 소리’는 이제 듣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요즘은 학교에서조차 아이들이 소리 내어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이미 젊은 시절, 배움은 다 마쳤을 어르신(?)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진 듯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열심히 읽고 있는 문화교실 강좌가 있어 찾아갔다.  
 
오늘은 롯데문화센터 성인문화교실 강좌에서 한문을 지도하시는 양성희 선생님을 만나 보았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먼저 학창시절에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으시면?
 
- 서울 명동성당 뒤에 자리하고 있는 계성여중고를 다녔어요. 미션스쿨이라 교문에 들어서면 마리아 상이 있었고 때로 하얗게 눈이 내리거나 따뜻한 봄날 안개꽃으로 가득했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오르곤 합니다. 
 
 
그 시절, 특별히 좋아했던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나요?

- 당시 우리 친구들이 많이 그랬지만 저도 국어 선생님을 몹시 좋아하고 따랐어요. 책 읽을 때 낭랑한 그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았거든요. 지금도 생각나는 게 '레마르크'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 나오는 대사를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이야기해주시곤 했어요. 

그리고 화학 선생님도 좋아했는데 복잡한 화학 공식을 설명하시다가 우리가 좀 지루해 한다 싶으면 그때마다 아름다운 산(山) 이야기를 꺼내주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산을 좋아하게 된 것도, 나중에 화학을 전공하여 화학 선생님이 된 것도 그 선생님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해요.
 

예! 선생님은 실제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시고, 여학교 화학 선생님으로 계셨는데 어떻게 지금은 그 어렵다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가르치시는 한문 선생님이 되셨지요?

- 저가 교직에 한 십여 년 남짓 있었는데 시댁 어른의 권유로 중간에 교직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논어(論語)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성균관, 동양고전 연구소 등에서 20년 가까이 공부했지요. 그러는 가운데 저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연로하셔서 저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셨어요. 


 선생님이 가르치는 모습을 보니 그 어려운 한문을 가르치면서도 전혀 어려워하시거나 힘들어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제가 지금 이렇게 한문 문화 교실에서 사서삼경을 강의하지만 사실 저는 가르친다고 생각 안 해요. 오히려 자기수양(自己修養)을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이야기 나누다 보면 함께 공부하는 어르신들한테 듣고 배울 때가 많아요. 서경(書經)에 ‘가르침은 배움이 반이라’하는 말이 있거든요.  
 

아!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교학상장(敎學相張),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돕고 성장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자기가 좋아하는 구절에 대해 나름 그 분들의 삶 속에서 생각하고, 깨달은 바를 서로 이야기 나눌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단순한 뜻풀이가 아니라 자기 삶에 비추어 느끼고, 체득(體得)되어진 것을 이야기 하거든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설명했던 저도 놀라고 감동이 되어 다가와요.  

 어느 해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논어를 공부할 기회가 있었어요.

‘애지(愛之)란  욕기생(欲基生)’에 대해 풀이하면서 ‘사람을 사랑할 때에는 살기를 바라는 인(仁)의 마음’이라 이야기했는데, 한 선생님이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와 같이 처음에는 배움에 별 관심 없어 보이던 사람도 어떤 구절을 새겨듣고 그것으로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마음 속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매사 부정적이던 사람이 차츰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가 하면, 어두웠던 얼굴이 밝아지고 웃음을 되찾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 마다 하늘은 만물에게 호생지덕(好生之德)을 베푸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 그래요. 어린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이야기하지요?

 - 학문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배우면서 즐기라고 이야기해요. 공부는 엄마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짜 공부하는 것은 자신이 즐겨서 해야 한다고 말하지요.
공자의 가르침에 ‘사람은 본성은 서로 비슷하나 습관에 의하여 서로 멀어진다.’ 는 말씀처럼 습관을 바꾸면 우리의 삶이, 인생이 달라집니다.


예! 논어에 이르기를,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낫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지만 그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 그래서 저는 사서삼경을 제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나이 들어서 기운 없을 때, 마음대로 오고 가지 못할 때,  사서삼경을 옆에 놓고 눈이 보일 때까지는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마음 변할 일도, 마음 아프게 할 일도 없고, 오히려 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좋은 친구라는 생각을 해요. 사서삼경이 바로 저에게는 가장 좋은 친구인 셈입니다.


‘가장 좋은 친구이다!’ 는 말씀은 듣기로 ‘사서삼경’ 책 자체이기보다 책 속에 나오는 공자, 맹자, 주공(周公) 등 을 가리키는 말씀은 아닌가요?

-그래요. 우리가 때로 책을 읽다가 책속의 주인공을 만나듯, 고전을 읽다보면 시공을 초월해서 옛 성인(聖人)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선생님! 이제 정리하는 뜻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동양 철학의 중심은 중용(中庸)에 있다고 봐요. 중용에 '불성(不誠)이면 무물(無物)이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 때, 항상 저를 쥐어박는 듯 일깨우는 말이지요. ‘사람이 성실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는 뜻이지요. 

 그것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덕목인 것 같아요. 진실함이라는 것이 짧게 보면 너무 힘들지만 진실하면 나중에는 모든 것을  뚫는 거예요. 사람들은 영악스럽게 이재(利財)를 따져 봐도 그것은 얼마가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제일 좋은 친구, 변함없는 학문을 같이 하는 벗인 것 같아요. 함께 공부하는 친구, 도반(道伴)이라고 하잖아요. 학문을 하면서 만난 사람은 오래 가지요. 글을 읽으면서 서로 부족한 면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제 주변의 벗들에게 항상 감사해요.

 
글쓴이: 문제술 (동화작가)
『노란우산』, 『산타클로스 선물』, 수상집 『삶을 사랑하고 배움을 즐기며』
이메일 :moon0316@hanmail.net,
http://cafe.daum.net/moon0316
『교육과 사색』 (인생이모작 ‘내 인생을 말한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