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난 후 일년이 지나고 있지만 그 아픔이 상처로 남아 많은 국민들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 아직도 사고 원인이 상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자세한 시시비비는 알 수 없다. 다만 대형 사고로 규모가 확대된 것은 인재의 문제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특히 선장이 승객보다 먼저 구조돼 책임을 방기한 행위, 리더십에 대한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사고를 보며 문득 전쟁영화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베트남에서 벌어진 미군의 첫 전투를 그린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무어 중령은 병사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전투에 투입되어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릴 때 내가 제일 먼저 적진을 밟을 것이고,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것이며,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라고...
리더의 존귀함은 책임감에서 나온다.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위기전선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대책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탐험가 중 어니스트 섀클턴이란 인물이 있다. 그는 남극대륙 횡단에 실패했지만 `위대한 리더`로 여지껏 존경을 받는다. 탐험선 인듀어런스호가 침몰돼 영하 30도의 극한 상황에서 634일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야 하는 역경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그는 대원들에게 꿈과 용기와 긍정감을 불어넣으며 27명의 남극탐험대원들과 무사히 귀환했다.
반면에 빌흐잘무르 스테팬슨은 비겁한 리더의 전형으로 비판받는다. 탐험선 칼럭호가 얼음 덫에 빠지자 탐험대장인 그는 "열흘 안에 돌아오겠다"는 편지만 남기고 도주했다. 탐험대는 결국 리더십의 공백 속에서 우왕좌왕하다 전원 사망했다. 사고 5년 후 모습을 드러낸 스테팬슨은 "승무원들이 보급품을 밖으로 꺼내 안전지대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떠났을 뿐"이라고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구성원들이 원하는 리더상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지도력을 의미하는 `Leadership`의 어원은 앵글로색슨의 고대어 레단(Leda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뜻은 `가다`(to go)로 리더는 `앞서 가는 자`, 즉 `솔선수범이 되는 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논어`에 공자가 노나라의 대부인 맹지반이란 인물을 칭찬하는 대목이 나온다. 제나라와 싸울 때 패하여 후퇴하게 되었는데 그는 맨 끝까지 공격하는 적을 막았다. 성문이 다 닫힐 때쯤 겨우 들어오면서 말을 채찍질하며 말하기를, "뒤에 떨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말이 빨리 달리지 않았다"고 자신을 낮추어 말했다. 공자는 용기에다 겸손까지 겸비한 그를 진정한 용사로 인정하고 있다.
사장이 일반 사원보다 보수를 더 받는 것은 위기의 최전선에 끝까지 남아 책임을 다하는 최전선 리더십의 책임정신, 그 정신 자세 때문이 아닐까. 리더라서, 리더니까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닥치고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위기에 빛나고, 사이비 리더는 위기를 만날 때 민낯을 드러내며 진흙탕 속으로 고꾸라진다. 위기를 맞이한 이 시대에 진정한 리더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