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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레지오 에밀리아 프로그램 방문기

아래의 글은 2008년 2월 필자가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시의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본 후 쓴 방문기이다.

새벽이다. 오전 2시. 어제는 봄날처럼 날씨가 따듯했다. 겨울이 따듯해서 이태리에서도 개나리가 만개한 것을 보았는데 소름이 돋는다. 지난주에 이태리 레지오 에밀리아시에 교육프로그램을 보러 나갔다 왔다. 언제나처럼 남의 것만 보면 안되는데 어떻게 접목을 시키나 하고 머리 속에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인상깊었던 것은 교육 프로그램 내용이 아니라 이 조그마한 도시가 발상의 전환을 하여 폐허가 된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국제도시로의 부상을 시도하는 국제센터로 지었다는 것이다. 전문대 졸업 교사들과 전쟁의 잔재물 등을 모아 팔아서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을 지은 아줌마들의 열정이 명망있는 학자들로부터 21세기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는 평을 하는 작업을 해낸 것이다.

지역 유치원은 그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현실에 접목한 결과가 얻어낸 결과이다. 이 지역은 한국으로 치면 인구 15만의 작은 도시로 모든 시민들이 서로서로 친척이나 오랜 이웃으로 집안에 수저가 몇 개인가까지 알고 있는 단단한 공동체적 유대를 지닌 지역이며 디자인을 중시하고, 광장의 전통을 지니며 상업적 마인드를 지닌 전형적인 유럽의 소도시이다. 아직도 그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모르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한탄을 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 지역의 문화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이 프로그램의 위대함은 외부에서 들어온 강력한 교육적 강제력에 맞서 제 몸에 맞는 옷을 입히겠다고 지역문화를 과감히 도입하여 교육제도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대 졸업의 교사들이 박사들 앞에서 프로그램의 강점을 설명하고 있지만 조직적이지 못하고, 목소리만 높은 경향이 있는 것이 아쉽다.

레지오 에밀리아시는 한국의 경우 지방 소도시에 해당한다. 유럽은 광장문화, 상업 마인드(타자 지향)임에 비하여 한국은 사랑방 문화, 농업 마인드(자기 지향, 동네마인드)라고 볼 수 있다. 같은 지역에서 일가친척들이 옹기종기 오랫동안 모여살아도 상업마인드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바깥에 팔려고 시선이 늘 외부로 향한다. 광장문화는 상업마인드의 소산이 아닐까? 누구나 광장에 와서 앉지도 않고 서서 자신들의 의견을 한껏 피력하고 자신에게 이롭다 싶으면 다른 누구의 의견도 받아들이며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고, 미련없이 그 자리를 훌쩍 떠나 자신의 위치로 간다. 보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팔려면 수많은 의견들을 듣고, 필요하다 싶으면 지체없이 받아들여 제품의 질을 높이고, 내 중심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중이 중요하다. 예의를 지킬 뿐 불필요한 관계 즉 정을 쌓을 필요는 없다. 지극히 개인 중심이다. 이태리는 미국보다는 체면과 집단의식이 높다고 하더라도 아시아인과 비교하면 개인의식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

사랑방 문화는 시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방에 둘러앉아 이 방안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안을 마련한다. 다른 공동체의 의견을 들을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으나 구성원 간에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공동으로 일의 추진을 할 때 개인보다는 자기 집단 구성원의 이익을 앞세워 추진력과 그 효력은 대단히 강력할 수 있다.

피터 드리커는 일본을 높이 평가하며 오늘 지지부진해 보여도 한순간 180도 선회하여 강력하고 빠르게 변화하여 앞서가는 민족이라 하였다. 한국도 같은 평가를 받기 바란다. 일본은 사랑방의 장점과 광장을 향한 귀를 가지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상업적 마인드를 가졌다고 보여진다. 자신의 땅에 대한 불안감이 일본 전체를 사랑방으로 묶어 대륙을, 타자를 향하게 한 까닭일 것이다.

이태리와 한국은 여행을 가면서 음식을 싸가지고 가며, 노래를 좋아하고 정스런 면이 많은 비슷한 문화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레지오에밀리아와 같은 한국적이면서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유아교육을 하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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