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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 - 망종, 어린 모를 보며

망종이다. 얼마전까지 드문드문 보이던 보리밭이 모두 사라지고, 논들은 모심기가 한창이다. 마늘뽑기가 아직 덜 끝난 논이 있기는 하지만 모심기로 논에 물을 실어 찰랑찰랑 하다. 밤꽃은 그 절정을 향해 산언저리부터 뭉게뭉게 피어난다.

뜨거운 햇살 아래 새로 심은 모들이 데워진 논물 위로 힘을 돋우고 있다. 이 어린 모는 뜨거운 유월과 칠월의 여름 동안 젊은 벼포기로 자라날 것이다. 잠자리떼와 눈을 맞추고 개구리 울음을 들으며 그 젊음을 태우고 바람과 비를 맞으며 성장하여 화려한 가을을 기다릴 것이다. 참 고맙고 어여쁜 존재이다.

학교 앞에 심어진 어린 모를 따뜻하게 바라본다. 세상의 풀로 태어났지만 그 곡식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이것 또한 얼머나 근사한 일인가? 어여쁜 꽃이 행복한 미소를 준다면, 한 그릇의 밥은 포만한 행복을 선물한다. 그만한 일이 또 있을까?

나도 다음 생에는 푸른 벼포기가 되어 칠월의 소나기에 내 몸을 온전히 맡기고 가을이면 내몸으로 살신성인하는 그런 삶을 꿈꾸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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