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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센서시대의 위기관리

 70년대 중,고등학교 시절, 이맘때가 되면 한 해도 빠짐없이 뉴스에 나오는 기사가 있었다. 바로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고였다. 연탄이 주된 난방 연료였는데 그 관리를 잘 못하여 사람이 죽어간 것이다. 자가용이 지금보다 훨씬 적던 그 시절에는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도 아마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그런 기사를 보면서 늘 들었던 의문은 잠자는 사람은 왜 유독가스 냄새를 맡지 못하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그 나름으로 잘 살아보겠다고 다들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보다가도, 이렇게 죽는 순간의 인생을 보면 삶은 참 싱겁다고 생각되기까지 했다. 잠자던 사람은 절체절명의 위험에도 그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한없이 평화로운 표정으로 죽음의 상황을 순순히 허락하고 마는 것이었다.

사람이 감지하기 어려운 지진, 해일이나 화산폭발 같은 천재지변이 닥치기 직전 동물들이 보이는 위기 감지 능력은 잘 알려져 있다. 개미들의 이상 행동, 쥐떼들의 대이동, 고래 무리들의 긴박한 움직임 등은 유명하다. 그들의 감각은 대재난 이전에 미리 그것을 감지할 정도로 활짝 열려 있다. 그에 비하면 유독가스가 몸에 들어오는 실시간에도 미소를 띠며 잠들어 있는 인간의 감각이란 모든 생물 중에서 가장 둔하다.

 ‘센서(sensor)’는 ‘미디어’를 ‘인간 몸의 확장’이라고 표현한 마셜 맥루한의 정의에 따르면 가장 ‘미디어다운’ 사물 중 하나다.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어 인공 낙원을 만들어온 이후 인간은 무뎌진 육체의 감각 통로를 보강하고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감각기·감지기(sensor)’를 발명하고 발전시켜 왔다. 문 앞에만 서면 열리는 요즘 자동문 센서도 그렇지만, 오래 전에 발명된 온도계도 풍향계도 시계도 결국 인간이 놓인 환경 변화를 감지하기 위한 ‘센서’의 일종이 아닌가?

요즘 세계 산업계의 화두이자 미래의 뜨거운 감자 중에 ‘사물인터넷’이라는 게 있다. 사물들이 사람 개입 없이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스스로 그에 맞게 인간의 일상을 유연하게 대응시키고 가이드해 주는 기술 체계로 계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관건은 정보를 정확하고 예민하게 수용하는 ‘센서’들의 유기체를 건설할 수 있느냐다. 그런데 이런 기술의 진화를 보며 오히려 아이러니를 느끼곤 한다. 이젠 잠잘 때가 아니라 눈뜨고 깨어 있을 때조차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은 인간 육체에서 완전히 퇴행하게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다. 오감의 발달을 위한 활동적인 체험이 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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