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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라!

고3 교실, 수업 파행을 막아라! (제2탄)



수능 이후, 며칠째 계속되는 가을비가 등교하는 아이들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더군다나 고3 교실, 수업 파행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실시되는 오늘 프로그램인 ‘독립 영화 특강’ 또한 아이들 마음을 그다지 업(Up) 시킬 수 있는 내용이 아닌 듯했다. 그래서일까? 몇 명의 아이들이 강당을 채워 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강의 시간이 되어도 강의실을 찾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특강을 위해 미리 자리하고 있는 강사에게 양해를 구한 뒤, 아이들의 동원을 위해 담임 선생님의 협조를 구했다. 잠시 뒤, 아이들은 삼삼오오(三三五五) 짝을 지어 강의실로 입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독립영화 그 자체가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아이들의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강당 자리가 채워지자, 강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최신 유행하는 뮤직비디오 한 편을 보여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제야 아이들은 낯익은 노래와 음악이 나오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뮤직비디오가 끝나가자 아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하며 다른 가수의 뮤직비디오 한 편을 더 요구했다.

두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주고 난 뒤, 감독은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과 비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평소 즐겨 보던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에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불법 다운으로 제작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익으로 뮤직비디오 사업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에 아이들 표정이 진지해 보였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강의가 끝난 뒤, 감독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독립 영화 몇 컷을 보여주며 장면 설정과 제작 동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제작 감독한 단편 영화 한 편을 보여주며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내용을 맞히는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준다는 감독의 말에 순간 강당의 분위기가 들뜨기 시작했다.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상영되자 강당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거의 대사가 없어 영화의 내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은 장면마다 등장인물의 몸짓을 눈여겨 지켜봐야 했고 장면마다 가끔 나오는 대화 내용에 귀를 기울여야만 했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나 또한 그 영화의 시사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숨죽여 그 영화의 장면 장면을 주시했고 대사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사실 처음에는 그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 내용은 어머니가 청각 장애인 한 아이의 때늦은 후회를 그린 슬픈 영화인 듯했다.

상영 중, 내용 유추를 포기하고 조는 아이들도 있었으나 아이들 대부분은 눈과 귀를 그 영화에 집중하였다. 어떤 아이는 영화 내용을 아는 듯 눈가에 눈시울 붉히기도 하였다. 비록 30분짜리 짧은 영화였지만 아이들에게 주는 그 감동은 그 이상인 듯했다.

마침내 영화가 끝나고 강당의 조명이 켜졌다. 갑자기 밝아진 조명에 눈이 부셨는지 아이들은 눈을 비비며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눈은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순간 강당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짧은 독립 영화 한 편이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마침내 영화에 대한 감독의 말이 있었다. 그 영화는 청각 장애를 가진 감독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고 철없던 시절 어머니를 생각하며 감독 자신이 직접 만든 영화라고 하였다. 그리고 감독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내용 하나도 독립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며 대학생이 되어 기회가 된다면, 독립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볼 것을 주문하였다. 무엇보다 침체된 독립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하였다.

강의가 끝난 뒤, 일부 아이들은 독립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기 위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수능 후유증과 며칠째 이어지는 가을장마로 마음이 다소 우울한 요즘, 독립 영화 한 편 감상하면서 그 아쉬움과 복잡한 마음을 달래 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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