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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노벨상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가끔 시간이 나면 일본에서 흥미를 끄는 곳을 찾아 간다.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에는 ‘컵누들뮤지엄’이 있다. 닛신식품 창업자로 인스턴트 라면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도 모모후쿠가 세계 최초로 컵라면을 개발한 지 40년을 기념해 2011년 문을 열었다. 거대한 박스 모양의 뮤지엄에 들어가면 ‘창조적 사고’를 주제로 컵라면 개발 과정과 세계의 컵라면, 그리고 컵라면 테마파크까지 들어서 있다. 컵라면 제작 공정을 보며 직접 컵라면을 만드는 놀이형 팩토리는 항상 인파로 북적인다.

관광객들은 “컵라면이 이렇게 위대한 발명품인지 몰랐다.”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컵라면의 위대함(?)에는 시각차가 있겠지만 사소하게 보이는 발명품 하나를 소재로 이렇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후지산 인근 야마나시현 쓰루시에는 리니어(초전도) 신칸센 체험센터가 있다. 도쿄 시나가와에서 오사카까지 약 1시간 만에 주파하는 시속 600㎞의 리니어 신칸센을 막 착공한 JR도카이가 후지산 구간 중 일부를 일반인이 타볼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 놨다. 일본을 방문하는 다른 나라 정상들의 단골 견학 코스이기도 하다. 워낙 많은 일반인이 몰려 리니어 신칸센 탑승 기회를 얻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다. 체험을 위해 신청해봤지만 번번이 추첨에서 탈락했다. 신칸센은 난해한 철도기술을 친근감 있게 포장하는 데 귀재다. 두 대뿐인 선로 검침용 신칸센에 ‘닥터 옐로’라는 명칭을 붙여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대표적인 예다. 운행시간이 비공개인 닥터 옐로가 도쿄역에 나타나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열광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 7월 23일 일본인 우주비행사 유이 기미야(45)가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날아올랐다. 5개월 동안 체류하며 과학실험을 하게 될 유이는 ISS에 장기 체류하는 5번째 일본인 우주비행사다. 소유즈 우주선이 발사되기 1시간 전인 오전 5시부터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나고야현 가와카미 마을의 한 회관에는 눈을 비비고 나온 초·중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새벽부터 교복을 입고 나온 학생들은 우주선 발사 몇 분 후 지구궤도에 무사히 진입했다는 소식에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날 종일 TV에서는 새로운 우주비행사 탄생 소식을 전했다.

일본은 동네마다 온갖 종류의 박물관 기술관 과학관이 넘쳐난다. 우주선 발사 같은 과학 이벤트가 있으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호들갑이다. 지상파 TV는 난해하고 딱딱하기 그지없는 과학기술을 쉽게 설명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한 프로그램을 많이 방송하고 있다. 올해 일본의 21번째 노벨 과학상 수상은 이런 문화의 부산물일 뿐이다. 우리는 올해도 기대했던 노벨 과학상 수상 소식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노벨 과학상 수상자 한 명이 나온다고 우리 나라가 바뀌는 건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발명·과학·기술 문화를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 곳곳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노벨 과학상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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