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 활기차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운전면허 시험장이 그런 곳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대부분이 면허증을 갖고 있어서인지 한산한 느낌이다. 그런데 요즈음 활기를 띈 곳이 하나 있다. 공무원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학원가이다. 학원 관계자는 "최근 공무원 시험 준비를 상담하는 고3학생들이나 재수생들이 크게 늘었다."며 스무살 공무원 도전하기 등과 같은 특별 수업의 경우 고3학생들과 재수생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예전의 학생들과는 다르게 공부를 많이 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필요 이상의 돈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대학을 졸업해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오라는 곳이 없는 슬픈현실이다. 그래서 대학졸업장 대신 공무원 합격증을 따려는 ‘공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재수생)이 늘고 있다. 비좁은 대학입시 관문을 통과해 들어갔지만 입학하자마자 '취업전쟁'에 내몰리며 취업 후에도 안정적인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 등의 ‘삼중고’를 겪는 일부 젊은층이 일찌감치 캠퍼스 생활 대신 조기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선 것이다.
실제 공무원 학원 에듀윌에서 9급 공무원 온라인 강의를 듣는 고3, 재수생 수강생 비율은 2014년 5.3%에서 지난해 25.3%로 급증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노량진 P공무원 학원의 경우 전체 수강생 991명 중 267명(26.9%)이 고3이나 재수생이었다. 네명 중 한명꼴이다. 이중 특성화고등학교(대학 대신 기술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고생)를 제외한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은 99명(10.0%)에 달했다.
일부 대학의 비인기 인문계 및 자연계 학과에 합격한 예비 신입생들은 일찌감치 취업난을 예상하고 아예 대학에 입학하지 않거나 등록만 해놓고 공무원 학원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고3인 한 학생은 지난해 서울권 대학의 행정학과에 수시모집으로 합격했지만 입학 대신 공무원 학원 등록을 선택했다. 그는 어차피 공무원이 될 운명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공부를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입시 준비 대신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고등학생도 있다. 올해 고3이 되는 한 학생은 9급 공무원 일반행정직을 준비하기 위해 수능 문제집 대신 공무원 시험 서적을 손에 들었다. 같은 또래 친구도 또래 친구들이 누릴 캠퍼스 생활의 낭만이 부럽지만 불확실한 낭만보단 확실한 미래를 보장받고 싶다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다.
이런 ‘공무원직종 조기 쏠림’ 현상은 취업시장이 장기간 얼어붙은데다 일부 기업이 신입사원들에게까지 희망 퇴직을 강요하자 대학 졸업장보다 실리를 택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이같은 현실을 타개해 나갈 곳이 기업이며, 이들의 활동을 보장할 법을 만드는 것이 정치인인데도 제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다가오는 선거에만 몰입하는 모습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문제는 사람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 구조조정의 적기를 맞이하고 있다.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