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홋카이도 중심 여행을 위해 11월에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준비를 하였다. 추운 날씨를 잊게 할 따뜻한 나라로의 여행도 좋지만 겨울의 진면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 홋카이도이다. 이 섬은 일본에서도 늦게 개발되었으며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원시 자연을 간직한 생태 관광지로서, 싸고 맛있는 먹을거리가 풍성한 맛의 도시로서, 또 몸과 마음은 온전히 쉴 수 있는 신비한 온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본인들도 일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곳을 꼽는다. 한국에 살기 좋은 도시 순천이 있다면 일본에는 홋카이도가 있다.
2월 11일 1시 50분 김해공항을 출발해 큐슈의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다. 하카타역에서 JR패스 1주일 사용권의 표를 교환받았다. 하코다테에서 삿포로까지 약 3시간 반은 그린석이나 지정석 자리가 이미 없어서 자유석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정보를 받았다. 아침 일찍 신칸센 히카리를 타고 오사가에 내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도쿄를 향했다. 다행히 철도 연결망이 잘 되어 신아오모리에 도착한 시각은 밤이었다. 눈내린 창 밖이 조용하다. 눈 내리는 밤을 아오모리 토요코인에서 두 번째 밤을 보냈다. 눈이 시끄러운 소리를 흡수하였는지 조용하기만 하다.
13일은 일요일이고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열차는 복잡하고 자유석 차량도 완전 만원이다. 게다가 삿포로에 시험보러 가는 학생도 많아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차량을 연결하는 통로에도 가득하여 통로를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톨로는 승객이 있을 곳이 아니다. 위험을 느낄 정도이다. 그런데 지정석은 아직도 빈자리가 보인다. 그런데도 차장은 표만 검사할 뿐 통로에 서 있는 승객들에 대한 안전이나 편의는 전혀 모른 척하고 있다. 서 있을 곳이 없어서 통로에 서 있는 것이다. 만일 차장이 승객이 만원이어서 서 있을 곳이 없으므로 지정석 통로에 가서 있을 수 있도록 안내 방송만 하여도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정석에 앉아 있는 고객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 일본인들의 생각이다. 한 차에 탄 사람들이 함게 보호를 받아야 하나 이런 보호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는 사회가 일본이다.
그러다 보니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안전하지만 통로에 서 있는 사람은 충격이라도 받으면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홋카이도 JR의 차량 관리 능력이라면 후진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점심을 굶거나 서서 먹어야 했다. 다른 분야는 한국보다 앞서 있다치더라도 홋카이도 JT의 차량 좌석 관리 시스템은 한국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다. 마치 피난민 열차를 탄 기분이었다. 손님이 많으면 차량을 더 확보하거나 태우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차장에게 문제점을 이야기해도 매뉴얼에 묶어서 해결할 줄 모른다. 이것이 오늘날 일본을 뒤떨어지제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정과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홋카이도의 대표 주자라할 수 있는 삿포로를 시작으로 드디어 낭만적인 일본 겨울 여행이 시작된다. 일본 열도 최북단에 자리하는 홋카이도 특히 평화로운 전원도시로 알려진 삿포로에서 지하철을 타고 눈 축제장을 찾았다. 축제도 이미 끝나고 날씨가 포근하여 눈이 녹고 있었고 일부는 철거를 하였다. 복잡한 도심 속 편안한 휴식처라 할 만한 오도리 공원을 걸으면서 밤의 찬란한 네온사인의 세례를 받았다. 도심 속이지만 머릿속에 가득 찬 시름을 잠시 내려놓고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것을 번뜩 느끼게 된다.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모든 것이 더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할 테지만 삿포로의 상징인 시계탑을 지나가면서 가까운 나라에서 전해지는 이국적인 풍경이 신기해 관광객들에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오늘 여정은 숙소를 삿포로에 예약하지 못해 한 시간 이상 떨어진 아사히카와에 정했다. 무슨 이유인지 열차는 제대로 속력을 내지 못해 거의 5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이런 교통편 연착도 일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한 몫을 했다. 그렇게 홋카이도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