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 1박2일 다녀오다
나는 3월이면 방송대 관광학과 신입생이 된다. 공직 퇴임을 앞두고 어제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관광학에 문외한이던 나, 이제 새 교과서도 받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도 참석하고 여행 동아리인 ‘바람개비’에도 가입하고. 아무래도 관광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졌음이 분명하다. 예비 관광학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부산 여행,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큰형이 부산에 오래전부터 정착해 살고 있기 때문에 총각 시절에도 몇 차례 다녀 온 적이 있다. 물론 결혼 후에도 부부가 큰형네 집을 방문했다. 그 당시는 여행 목적이 아니고 친척집 방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여행이 주 목적이다. 그러나 여행 코스엔 큰형과의 만남이 있다.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KTX 예약을 마쳤다. 이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관광학을 접하기 전과 달라진 점은 있을까? 제일 먼저 꺼내든 책이 ‘한국지리여행’ 책자. 낙동강 지리여행에 나와 있는 김해․부산편을 펼쳤다. 교재에 나타난 것을 참고로 하기 위해서다. 저자인 지리학과 교수, 여행 전문가가 보는 시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교재엔 무려 11곳이 소개되어 있었다. 김해 회현리 패총, 수로왕릉, 김해 삼각주,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 아미산 전망대, 자갈치 시장, 영도다리, 영도 태종대, 동래 온천, 해운대, 오륙도이다. 역시 교과서는 다르다. 나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자갈치 시장, 영도 다리, 해운대 정도가 고작이다. 교재에 나와 있는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읽었다. 여행지에 대한 사전 공부다. 아내는 두꺼운 책을 가져갈 수 없어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해 둔다.
우리나라, 교통이 발달해서인지 전국이 1일 생활권이다. 수원역에서 열차가 08시 55분 출발인데 부산에 도착하니 11시 50분이다. 3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그 다음 우리가 찾은 곳은 부산역에 설치되어 있는 ‘관광안내소’이다. 부산에는 무려 16곳의 관광안내소에서 여행객을 안내하고 있다. 담당자는 부산관광지도를 보면서 여행 코스를 표시해 준다.
여기에서 이론과 실제가 어떻게 다른지 알려준다. 안내소에서 추천한 1지역은 남포동 일대의 국제시장과 자갈치 시장, 태종대, 감천문화마을이다. 2지역은 부산박물관과, 유엔 기념공원, 이기대 도시자연공원, 광안리 해수욕장, 해운대이다. 3지역은 범어사, 금정산성, 동래온천이다. 교재와 안내소에서 추천한 곳을 모두 갈 수는 없다. 최종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가 정해졌다. 이제는 어떻게 그 곳을 찾아갈 것인가? 택시, 버스, 도보, 시티투어 등이 있다. 고려할 요건으로는 우리의 계획, 교통비용, 소요시간, 목적 달성 등이다. 결국 여러 조건을 만족 시킨 시티 투어가 결정 되었다. 레드라인, 블루라인, 그린라인의 세 종류가 있는데 성인은 1일 요금이 1만 5천원이다. KTX 이용 승객은 20% 할인이다.
라인별 정류장을 살펴본다. 레드라인 12곳, 블루라인 7곳, 그린라인 3곳인데 환승장소가 3곳 있다. 환승장소에서는 라인을 갈아 탈 수 있다. 티켓 한 장으로 하루 종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즉, 여행지에서 개인 사정에 맞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투어 시간에 맞추어 버스에 승차하면 되는 것이다. 여행의 실속을 추구하는 경제성에 강점을 두었다고 보았다.
시티투어 모든 곳을 다 여행할 수는 없다. 몇 개만 집중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부산역에서 레드라인을 탑승하면서 광안리 해수욕장, 동백섬, 해운대 해수욕장을 둘러보았다. 이후 블루라인으로 환승하여 용궁사를 방문하고 다시 남포동에서 하차 하여 자갈치시장을 둘려보고 야간 국제시장 일대를 살펴보았다. 시티투어의 아쉬운 점은 버스에서 화면으로 모니터 안내가 되지만 문화관광해설사의 직접 해설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2일차 송정해수욕장 인근에서 큰형을 만났다. 회덮밥으로 점심을 하고 형제간 오랜 만에 대화를 나누었다. 말이 형제이지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오랜 세월 떨어져 살아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70대 중반 나이 큰형의 살아 온 인생의 단편을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태종대로 정해졌다. 사전 계획은 동래온천이었으나 큰형의 추천으로 변경된 것이다. 여행은 이렇게 상황에 따라 변하는 재미도 있는 것이다.
이번 여행의 아쉬운 점도 있다. 부산 여행의 속맛을 느끼려면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등을 맛보아야 하는데 수박겉핥기가 된 느낌이다. 시티 투어 2층 버스의 낭만도 있지만 태종대의 전망대, 영도 등대, 암석 절벽, 바닷가 석양 모습 등은 잔잔한 잔상으로 남아있다. 부산 토속음식 대신 여행 체력을 보충하는 50년 전통의 남포삼계탕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 부산 여행은 지리여행 교과서, 여행 안내소, 시티투어, 현지인들의 추천 등을 종합한 이론과 실제 체험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