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0 (일)

  • 맑음동두천 19.2℃
  • 맑음강릉 13.4℃
  • 맑음서울 19.7℃
  • 맑음대전 17.9℃
  • 흐림대구 14.6℃
  • 흐림울산 12.2℃
  • 구름많음광주 19.9℃
  • 흐림부산 13.4℃
  • 흐림고창 13.6℃
  • 맑음제주 18.7℃
  • 맑음강화 14.8℃
  • 맑음보은 15.5℃
  • 맑음금산 17.3℃
  • 흐림강진군 15.4℃
  • 흐림경주시 12.7℃
  • 흐림거제 13.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소식

채용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2016년 총선거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모든 정당들이 경제의 중요성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만큼 경제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제문제는 복합적이어서 어느 한 사람, 한 정당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세계 경기의 흐름과 국내 경제의 흐름 국민들 마음 속에 들어있는 심리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을 반추해 보면서 한 신문사가 국내 10대 뉴스를 다뤘다. 메르스 사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성완종 리스트 등과 함께 ‘금수저 vs 흙수저’를 목록에 올렸다. 10대 뉴스 대부분은 2015년도에 한 때를 뒤흔든 대형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금수저·흙수저`는 조금 다르다. ‘헬조선’과 더불어 이 시대를 관통하는, 청년들이 바라본 사회상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헬조선에 좌절하고 흙수저를 자처하며 반대편의 금수저에게 저주의 손가락질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헬조선’과 ‘금수저·흙수저’의 출발점엔 청년들의 팍팍하고 고된 삶이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되는 게 없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특히 반복되는 취업 실패에 따른 고통이 금수저를 향해 헬조선을 내뱉는 분노의 도화선이 됐을 것이다. 당장 경기가 시원찮은 상황에서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급조해 낼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 더구나 ‘내 코가 석 자’인 대기업들도 적지 않은 판이다. 신입사원마저 희망퇴직 대상에 올리는 대기업이 등장하게 되었다. 많은 돈을 들여 영입한 인재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투자하여 돈을 벌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되 그와는 별개로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겪는 피로감을 덜어주는 방안을 마련하면 어떨까. 채용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을 위해 각종 서류와 증명서를 제출한다. 서류전형 혹은 면접전형 때 지원서와 함께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주민등록등(초)본, 외국어 성적, 자격증 사본 등을 준비해야 한다. 수십 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경우 서류 준비에 드는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류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전학년 성적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지원서에 학년별·과목별 학점을 적으라고 해 취준생들의 원망을 사는 기업도 있다. 청년들은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좌절과 분노의 늪에 한 뼘 두 뼘 더 깊이 빠져들어 가고 만다. 이런 아날로그식 시스템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바꿔나갈 수 있다. 한 번 준비한 서류로 모든 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른바 ‘청년 일자리 종합포털을 구축해 해결하는 것이다.
 
기업마다 제각각인 입사지원서는 공통양식으로 통일하는 한편 각종 증명서를 일자리 포털에 저장해 놓고 재활용하는 방식은 어떨까? 기업들은 자사 웹사이트는 물론 일자리 포털에 채용 공고를 내고, 취준생들은 이에 맞춰 해당 기업 웹사이트에 지원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서류 제출을 끝내는 것이다. 이후 기업 인사 담당자는 일자리 포털에서 지원자의 관련 서류를 확인하거나 파일을 전송받는 식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기업들이 별도로 요구하는 사항이 있을 경우 공통지원서에 덧붙여 손쉽게 작성하도록 하면 된다. 올해 대입 정시 전형에서 대학별 지원이 아닌 공통지원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이런 시스템은 청년들의 피로감을 덜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60만 명 안팎이라고 한다. 이들이 평균 10~20회 지원한다고 치고 1인당 서류를 준비하는 비용을 줄잡아 수만 원으로 잡으면 족히 200억~3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엔 정부는 물론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같은 곳이 중심이 되어 기업 참여를 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청년들은 지금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채용 시스템은 아날로그 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분노와 피로감을 더해 간다. 국가적 손실이고 사회적 퇴보가 아닐 수 없다. 이 아픔에 공감하는 정책당국자의 노력과 기업의 분발을 촉구한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