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흐름이 저성장으로 가고 있다. 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채용되기란 정말 힘들다. 경쟁률도 높지만 평가문제도 보통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인문학 문제를 채용시험에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4월 10일 대졸 신입사원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벌인 시험에 나온 역사 에세이 주제다.
출제된 문제는 '르네상스는 14~16세기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문화혁신 운동이었습니다. 도시의 발달과 상업자본의 형성을 배경으로 하여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를 부응시킴으로써 새 문화를 창출해 내려고 하였고, 그 범위는 사상·문학·미술·건축·자연과학 등 여러 방면에 걸친 것이었습니다. 이 운동은 유럽 각 나라에서 특색 있는 문화를 형성하였으며, 여러 방면에 걸쳐 유럽 문화의 근대화 기반이 됐습니다'
'르네상스의 의의와 영향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서술하시오‘ 와 ’21세기에 르네상스는 어떠한 분야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이다.
응시자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답을 700자 이내로 써야 하며, 제한시간은 30분이다. 21세기 르네상스에 대한 언급은 현대차의 지향점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이동 수단이라는 기존의 자동차의 개념을 탈피한 커텍티드-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집과 자동차, 사무실 등을 하나로 연결한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르네상스의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인 '인간중심'은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브랜드 방향성인 '인간 중심의 진보(Human-centered Luxury)'와 일치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다이모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시트 등 현대차그룹 7개 계열사는 이날 전국에서 인적성검사(HMAT)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만 응시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기 위해 역사 에세이를 시험 과목에 넣는다.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것으로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현대차는 전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의 인적성검사에는 약 10만명의 응시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성검사는 언어이해, 논리판단, 자료해석, 정보추론, 공간지각·도식이해, 인성검사 등 6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이와 같은 추세로 보아 현재 수능문제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공부를 한 학생은 자신의 논리를 정리하기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역사 안에서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문화를 읽을 수 있어야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이 붙게 된다. 단순하게 묻고 선택형 문제에 익숙해진 평가 방식으로는 전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알고 준비를 해야 어려운 관문을 통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