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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언어, 그 속에는 마음이 담겨있다

요즘 세상이 워낙 험악하다보니 별의별 사건이 다 일어난다. 사람을 무참하게 죽이는 사건이 빈발하다 보니 마음이 무디어졌는지 세상이 각박해졌는지 웬만한 사건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경우인지.

얼마 전에는 큰 사회적 충격을 준은 서울 지하철 화장실 살인사건이 있었다. 언론에는 ‘조현병 환자’의 살인이다, ‘여성 혐오’로 발생한 사건이다 뭐다하는 말이 회자되었다.

조현병은 한자로 調絃病이라고 표기한다. 다음 포털의 단어 설명을 보니까 10대 후반에서 20대의 나이에 시작하여 만성적 경과를 갖는 정신적으로 혼란된 상태를 유발하는 뇌질환으로, 증상으로는 망상, 무논리증, 와해된 언어나 행동, 환각이 있다고 한다. 흔하게 들어본 정신분열증 같은 것이 조현병인 것 같다.

조현병(調絃病)이라는 단어는 정신건강의학계에서 정신분열증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에 단어를 순화했다고 한다. 조(調)는 ‘고르다, 조율하다’의 뜻이 있고, 현(絃)은 ‘거문고 줄, 악기 줄’을 가리키는데, 즉 현악기의 줄이 잘 조율이 되지 않아서 엉뚱한 소리가 나듯이 머릿속이 잘 정돈이 되지 않아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나름 병명을 잘 지은 듯하다. 비슷한 사례로 ‘간질’을 ‘뇌전증’으로, ‘맹인’을 ‘시각장애인’으로, ‘농아자’는 ‘청각’ 또는 ‘언어장애인’으로 바꾼 사례들이다.

이처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익히 들어왔던 인권 감수성이 무딘 시절에 통용되었던 단어들을 무심코 사용해서 당사자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는 경우가 흔히 있다. 교육 현장에도 그렇다. 지금도 가끔씩 쓰이는 용어인 양호교사(보건교사), 〇〇주사(주무관), 〇〇주임선생(부장교사), 서무실(행정실), 교육잡무(교육외 업무) 등의 단어이다. 모두 1990년대 이전에 흔히 쓰였던 단어인데도 부지불식간에 지금도 쓰이고 있다. 혹자는 상대를 얕잡아 보는 의도로 일부러 쓰는 경우도 있다. 상대를 깊게 배려하지 못해 생긴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인 것이다.

한편 부정보다는 긍정의 의미로 단어를 선택해서 조직 분위기를 잘 이끈 사례도 있다.

미국 미네소타 아동 병원에서는 조직 내 ‘비난 문화’가 만연하여 의료 사고가 빈번해졌다. 흐트러진 조직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작은 변화를 택했는데, 그것은 ‘단어 바꾸기’였다. 이를테면, ‘오류’, ‘조사’라는 단어를 못 쓰게 했는데, ‘오류’가 특정한 사람의 실수를 명백하게 만들게 하고, ‘조사’가 상황에 따라 상대에게 위협적일 수 있어서다. 그래서 택한 단어가 ‘오류’ 대신에 ‘우연한 실수’로, ‘조사’는 ‘분석’ 이었다. 부정적 의미 대신에 긍정의 의미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처음에 이 병원 직원들도 낯설어 했으나 익숙해지자 점차 분위기가 바뀌어서 타인의 실수에 관대해 지고 비난하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당연히 환자치료에 전념하다 보니 병원 평판도 좋아지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언어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다. 따뜻한 배려와 긍정적인 사고가 들어있지 않은 단어는 말하려는 사람의 의도와 달리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날카로운 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말로 인한 분란을 舌禍로 표현했다. 요즘 연예계에서 시청자에게 인기를 끌려고 더 세고 자극적인 단어, 이를테면 욕설이나 감정이 섞인 단어를 마구잡이로 쓴 연예인이 몇 년간 방송에 출현하지 못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입으로 시작한 자, 입으로 망할 수 있다는 말이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교육현장에서도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욕설 안하기’나 ‘바른말 사용’ 같은 작은 실천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단어 사용하기’ 같은 운동도 더불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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