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서 한 때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던 ‘9시 등교’. 이제는 잠잠하다. 왜, 일선 학교 현장에서 더 이상 논쟁해 보았자 이야기 하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돌아오고 그것을 주장한 교육감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위로 계란치기를 느낀 교원들은 입을 다물고 만다. 교육감과의 논쟁을 포기하는 것이다.
진보 교육감이 주장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한 ‘9시 등교’ 1년이 지난 지금,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을까? 필자는 얼마 전 교육전문 카페인 ‘희망교육사랑카페’를 통하여 의견을 수렴해 보았다. 필자의 일방적인 주장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잘 정착되고 있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그게 아니다.
‘9시 등교’가 나쁜 이유를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9시 등교’는 예부터 내려오는 자랑스런 덕목 '근면'이라는 가치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부지런함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잘 살고자 하는 세계 여러 나라가 인정한 정신이다. 또한 근면은 새마을 운동 3대 정신 중 하나인데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싸인 교육감의 정치적 접근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어떻게 살아 왔는가? 밝은 미래를 위하여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미래 자식 세대의 현재의 고생을 고생이라 여기지 않고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민족이다. 그런데 ‘9시 등교’는 미래의 영광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찾으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선각자의 태도가 아니다. 현재의 행복이 미래의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 ‘9시 강제’ 등교는 법치를 무시한 행위다. 해당 교육 법규를 보면 ‘수업의 시종시각은 학교의 장이 정한다’로 명시되어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여건에 맞게 융통성 있게 하라는 것이다. 이것을 진보교육감은 아이들 행복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일시에 통일시켜 버렸다. 이에 맞서던 일부 의식 있는 교장들은 등교 시각의 고유 권한을 포기하고 말았다.
‘9시 등교’ 강요 과정을 보면 야비하기 이를 데 없다. 각 지역교육청 별로 초중고 퍼센트 통계를 낸다. 그리하여 지역교육청 별로 순위를 정한다. 지역교육장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지역교육청에서는 장학사, 담당과장이 나서서 학교장을 회유한다. 최종적으로는 사령탑인 교육장이 말 안 듣는 학교장을 평정하고 만다. 이것이 우리 교육현장에서 일어났던 비교육적인 ‘9시 등교’ 결정 과정이다. 심지어는 초중고가 인접한 교장끼리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합의한 시간차 등교도 무시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일선 교원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희망교육사랑 카페에 올라온 회원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부모는 이미 직장으로 출근했는데 중등학생 자녀들이 더 늦게 일어나서 밥도 대충 먹거나 거르고 9시 가까이 등교하고 있는 것이 현 경기도 중등교육의 현실입니다”(닉네임 jmarihan) “저희학교는 9시 등교 실시 이후에도 아침밥 안 먹고 등교하는 학생은 여전하고 지각생은 오히려 증가함. 아침에 서둘러서 등교하겠다는 마음이 사라진 탓이죠. 학교는 그저 수업하고 급식해결하고 시험 보러 오는 곳으로 전락했습니다”(닉네임 엔돌핀)
‘9시 등교’가 행복을 장려하기는커녕 늦잠과 불규칙한 아침 식사로 학생 건강을 해치고 지각생을 오히려 양산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부모와 같이 행복한 식사시간을 해야 하는데 맞벌이 부부의 경우, 부모와 자식이 출근 시각과 등교 시각이 달라 자식에게 맡기고 출근하니 자식들이 나태해졌다는 것이다. 가정의 위험성도 내포되어 있다. 자식들이 음식을 데워 먹고 가스 잠금 뒤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화재를 우려하는 것이다.
“우리학교는 도시지역의 열악한 환경의 학교입니다. 아침에 학생들만 남다보니 학교 오기 전에 PC방 같은 곳을 전전합니다. 학생들은 담임선생님과 인성교육이라든가 여러 가지 활동을 해야 하는데 곧바로 수업 시작입니다. 담임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한 거지요. 오로지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으로 바뀌고, 사제간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닉네임 유상통) “독서교육, 인성교육, 다양한 아침활동도 모두 중단, 그저 수업하고 밥 먹고 특기적성 급히 해야하는 학원으로 전락하였습니다. 학교는 오히려 쫒기고 여유없는 아침을 맞이해야하고, 맞벌이하는 학부모는 항상 불안한 아침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닉네임 늘감사행복)
일선 학교 현장에서 ‘9시 등교’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학교 교육을 일시에 무너뜨린 것이다. 인성교육, 학생생활지도 등이 사라지고 말았다. 학교장의 교육철학 구현을 위한 아침 시간 운영이라든가 담임의 훈화 시간이 사라지고 말았다. 학교는 그저 지식 전달하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다. 교원들은 전인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전달자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어찌보면 학교교육 황폐화를 진보교육감이 앞장서 이끌었던 것이다.
‘9시 등교’. 학교장과 교사들을 허수아비로 만든 폭거다. 교권 침해의 상징이다. 초중등 교육을 제대로 모르는 교육감이 일시에 교육을 망가뜨린 아주 나쁜 정책인 것이다. 여기에는 교육적 심사숙고가 없었다. 일선 교원들의 여론 수렴도 없었다. 즉흥적인 학생들의 건의를 받아 수용한 인기 위주의 판단이다. 교육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그래서 ‘9시 등교’의 나쁜 점을 들어 비판하는 것이다. 우리의 망가진 교육, 망가뜨린 교육감은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