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2017년도 주민참여예산 편성을 위한 분과위원회 심의자료’ 책자를 보고 있다. A4 크기 분량인데 부피가 두껍다. 415페이지 분량이다. 이 자료를 처음 본 것은 지난 주이다. 바로 건설개발분과 심의 때이다.
건설개발분과 심의는 저녁 시간에 열렸는데 저녁 식사는 우리 분과 부위원장이 준비한 김밥 한 줄과 식수로 대신했다.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참여예산제에 대한 주민 참여다. 지난 달 15일까지 접수한 건수가 매우 많다. 구(區) 사업을 제외하고 시(市) 해당 건수가 795건이다.
주민참여 예산제 운영은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지방재정법 제39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46조에 의해 근거한 것이다. 수원시에서는 운영조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그 운영사례가 전국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들었다. 즉 예산 편성 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예산의 투명성을 증대시키려는 것이다.
수원시에서는 주민 참여를 위해 인터넷 홍보, 거리 현수막 홍보, 버스 광고를 통한 홍보 등을 통해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희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경쟁률이 치열하다. 지역위원회와 시위원회가 있는데 위원들은 길거리로 나아가 주민참여예산제를 홍보하고 즉석에서 시민들의 제안을 받았다.
나도 올해 처음으로 시위원회 위원이 되어 2회에 걸친 양질의 교육을 받았다. 예산 제안 실습도 해 보았다. 광교호수 공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도 하면서 이 제도가 주민자치, 지방자치의 정신을 살리는 소중한 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공무원 입장에서 이러한 제도는 일거리만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 지난 주 우리 건설개발분과위원회에서 한 일은 무엇인가? 수원시청 각 부서에서 검토한 것 중 우리 분과 해당사항을 다시 점검해 보았다. 시청 공무원들은 시민들이 제안한 것을 4개의 분과로 나누었다. 일반행정분과, 문화복지분과, 도시환경분과, 건설개발분과인데 건설개발분과의 접수량이 217건으로 가장 많다.
시민들이 인터넷이나 서면으로 제안한 내용에 대해 담당부서를 구분하고 담당부서에서는 검토의견을 달았다. 그러면서 예산반영 여부를 표시해 놓았다. 반영, 불가, 미반영, 계속 사업, 장기 검토, 비예산, 죽시 처리, 타부서 이관 등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이렇게 해 놓은 것을 분과위원회에서는 점검을 하고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부서 의견을 청취히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니까 7월 이내에 해당 부서 의견 청취와 현장 실사, 우선 순위 결정이라는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첫 심의에 건설개발분과 16명 중 14명이 참석하였다. 개인 시간을 내어 시정에 참여하는 소중한 시간인데 참가한 표정을 보니 진지하기만 하다. 위원으로서 책임감과 소명감이 보였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참가한 위원들의 성실한 자세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준비된 자료를 보니 수원시청 공무원의 노고가 담겨 있었다. 건의자 건의사항에 대해 사업규모와 소요예산, 검토의견, 반영 여부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 분 아니다. 제안 사업 위치도 지도와 현장 사진도 함께 첨부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보고 수원시 공무원의 ‘꼼꼼함’을 느꼈던 것이다. 시민들의 위원회 심의참가는 어렵지 않지만 자료를 준비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하나가 일거리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내어 놓을 수가 없다. 시민들의 눈초리가 따갑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료 하나를 준비하더라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 자세다.
공직자가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같은 업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정성을 다하지 않고 스스로 형식의 틀에 빠지는 것이다. 쓸데 없는 여유를 부리다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내가 보고 있는 심의자료를 보니 수원시 공무원들에게는 이런 일이 없으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