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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국궁(활쏘기)과의 인연

“여러분들, 활쏘기 한 번 배워보세요? 허리와 다리 근육이 길러지고 정신 집중에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지난 번 동북아 역사재단에서 교사 역사 교육 역량 강화 연수를 받던 중 K대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동안 테니스, 요가, 배드민턴, 복싱 등 여러 가지 운동을 배워 보았지만 매번 자세가 안 좋다거나 운동 신경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좋은 운동이 없을까?’물색하던 차에 활쏘기를 해보라는 말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기쁜 소식이었다.

마침 가까운 곳에 활터가 있어서 레슨 일정을 잡았다. 3개월 동안은 자세 연습만 했는데 한 동작 한 동작이 마냥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교장(활쏘기를 가르쳐 주는 분)님께서는 자세와 함께 활쏘기 할 때 지켜야할 9가지 규칙(국궁 9훈)도 가르쳐주었다.

국궁은 유교 문화의 전통을 중시해서 예의를 강조하고 수련을 거친 후 초사례까지 치른 후에라야 본격적으로 활을 쏘게 되었다. 활쏘기를 배울수록 국궁에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진하게 녹아 들어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 체형을 보더니 목이 길고 어깨가 딱 벌어지고 팔에 유연성이 있어 활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말에 더욱 용기가 생겼다. 덕분에 운동 신경이 부족한 내게 큰 힘이 되어서 요즈음 활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활터가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공기도 맑고 청정한 분위기에서 심신을 수련할 수 있어 낮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해소되어 좋다. 퇴근 후 3개월 동안 추위를 견디며 열심히 활을 배웠다. 지하철에서 내려 가파른 경사가 있는 산까지 오르는 것만 해도 숨이 헐떡거리고 힘이 들었다. 활을 쏘는 자세와 활을 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 그리고 주변 궁사들과의 예의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긴장의 나날이었다. 팔의 힘과 집중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평소에도 팔굽혀 펴기, 턱걸이, 윗몸 일으키기 등을 부지런히 해야만 했다. 마침 학교에서 체육 전담을 했기에 틈틈이 철봉도 하고 씨름장에서 팔굽혀 펴기도 자주 했다. 그래서인지 별무리 없이 초사례까지 치루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활을 쏠 수 있는 정식 사원(射員)이 될 수 있었다. 양궁이 최대 사거리가 90미터인데 비해 국궁은 145미터 고정 사거리의 어느 과녁판을 맞추어도 명중으로 인정된다는 점이 신기했다.

국궁을 배우면서 내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생활에 활력소가 생겼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면 늘 생각나는 것이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따뜻한 순대국밥에 막걸리 한 잔을 즐겼는데 활쏘기를 배우면서 스트레스도 날아가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활쏘기의 매력은 집중력 향상이다. 평소에도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가 있다고 할 정도로 덜렁대며 한 곳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좌불안석인 내가 국궁을 배우면서부터 그러한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다. 틈만 나면 운동장에서 활쏘기 자세를 취해 보면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호연지기를 키우고 있다. 마음의 여유도 신체적 건강도 좋아지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생겼다. 이제는 주변 지인들에게 활쏘기 한 번 배워보라고 이야기하는 ‘국궁 전도사’가 되었다. 앞으로 좋은 기량을 많이 배워서 활쏘기 대회에도 출전하고 국궁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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