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체제가 팽창함에 따라 학생, 교사 등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늘고 있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 평등의 실현과 차별의 금지 등과 관련된 분쟁이 증가하는 등 법적 분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주요국의 학교분쟁해결제도 비교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주요국의 학교분쟁연구를 통해 늘어나는 국내 학교분쟁의 해결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이다. 본란에서는 영국, 독일, 일본은 학교분쟁예방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지 알아본다.(편집자)
분쟁예방규정 상세화와 분쟁 방지 사전교육 철저 영국에서는 여러 가지 법률 외에도 각 사안에 따른 가이드 라인을 철저히 제시하고 이의 준수를 통한 분쟁을 미연에 예방하려는 노력이 각별하다. 학생퇴학 절차, 학생정학 처리 절차, 교직원과 교사들이 잘못할 수 있는 유형별·사례별 안내서, 학생이나 학부모를 위한 위법행위로 추정되는 사안에 관한 규정이나 조사 절차의 고시 등 쟁송이 예상되거나 이전에 자주 발생한 불만사항에 대하여 관련 규정을 상세하게 정하고 교직원 연수나 각종 훈련을 통하여 계속 반복 교육한다.
특히 영국의 학교분쟁 예방프로그램으로 주목할 것은 사전 교육를 철저히 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인권법(HRA)이 1998년에 제정될 당시에는 집단따돌림(bullying)이 사회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동법이 시행되는 2000년에는 교육문제로서 이슈화되자 교육부(DFEE)에서 이것의 발생과 학교에서의 대처, 해결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바로 제정하여 각급 학교와 지역교육청(LEAS)에 보내서 학생지도의 참고로 사용하게 하고 있다. 또한 분쟁시 대응하는 방법상의 불만이나 고충처리시 문제점, 법률적 검토 사항이 피드백되어 차기 입법이나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고충처리 절차 합리화 노력 학교 교직원은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학교전반에 관한 불만사항, 고충처리, 교육문제에 대해서 제안을 받았을 때, 담당자와 어떤 절차를 밟아서 처리하여야 하는가를 결정한다. 즉, 먼저 정책 결정이나 집행에 관한 불만사항이나 제안 사유에는 정책의 개선이나 교직원의 집행과정상의 합리성을 제고함으로써 해결한다. 다음으로 입법, 정책, 적법 절차, 계약 등에서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불만사항에 대해서 때로는 협상을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조사 단계로서 고충이나 불만을 가진 자가 특정인의 행동이나 학습계약, 정책이나 입법 취지에 어긋나게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중재위원회가 조사권을 행사한다.
독립법률자문단 운영 독립법률자문단은 법에서 규정하지 못하였거나 예상하지 못한 영역을 찾아서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상담을 해 준다. 이와 더불어 지역교육청과 교사 집단, 교육부와 교사 집단 사이에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도 해결해 준다. 불만이나 고충에 관한 법원의 확정 판결과 달리, 이 자문단은 민원인이 불만사항을 제기하면 권리는 침해받는 것으로 간주하여 이것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적이다. 아주 사소한 문제라 할지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이것에 관여하여 해결을 시도한다.
독일
주 단위 참여 프로그램-주학교자문위원회 교육고권을 가지고 있는 각 주의 최고교육행정기관으로는 교육부(Kultusministerium)가 있으며, 주교육부장관(Kultusminister)이 대표한다. 그리고 주 차원에 주학교자문위원회(Landesschulbeirat)가 있어서, 여기에서 최고 학교행정청에서 행하는 조치와 결정들 및 입법에 대한 자문을 행한다. 이때 주학교자문위원회는 충분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정보요구권을 가진다. 주학교자문위원회는 학교제도와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사회집단의 대표들로 구성되는데, 교사대표, 학생 및 학부모, 경제계 및 노동조합, 교회, 지방자치단체연합, 대학, 청소년단체의 대표들과 개인자격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진다.
지방 단위 참여 프로그램-학교자문위원회 몇몇 주에서는 지방자치행정의 학교행정 영역을 위해 특별한 조직을 두고 있다. 바덴 주에서는 자문적 성격 또는 심의적 성격을 가진 지역 학교행정기관으로서 학교자문위원회(Schulbeirat)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중요한 모든 학교 관련 사항들(학교제도의 조직, 학교의 설립·이전·폐지, 학교의 신축 및 개축, 학교예산 등)을 청취하며, 여기에서 중요 사항을 발의하기도 한다. 학교자문위원회의 구성원으로는 시장, 지방자치단체 대표단 구성원, 여러 학교의 대표로서 학교장대표와 교사대표, 학부모대표, 종교단체대표를 들 수 있으며, 보건관청대표도 회의에 참여한다. 그 밖에도 제도적 내용은 각각 다소 다르긴 하지만 헷센, 라인랄트팔츠, 니더작센, 노르트라인-웨스트팔렌 주도 지방단위학교위원회를 두고 있다.
[PAGE BREAK]학교 단위 참여 프로그램-학교협의회 등 오늘날 독일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내외에서 학교교육 관련 의사형성에 그 대표를 통하여 참여하고 있다. 학생대표는 대개 5학년부터, 학부모대표는 학생의 성년기까지 참여하게 된다. 학생과 학부모 참여에 관해서는 각 주의 규정들이 다르며, 참여를 촉진하는 주가 있는 반면에 참여제도에 대해 소극적인 주도 있다.
학내에서 학부모는 정기적으로 학급 단위로(경우에 따라서는 학년 단위로) ‘클라센-엘테른바이라트(Klassen-Elternbeirat)’라고 불리는 학급학부모회를 구성하는 1인 또는 2인의 대표를 선출한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서 또는 학교의 전 학부모들에 의해서 학교학부모회(Schul-Elternbeirat)가 선출된다. 학교학부모회는 통상 다수의 학부모대표로 구성되며 학교 차원에서 참여권 및 선거권이나 대표파견권을 가진다. 소수대표권도 개별적으로 존재하여, 외국인 학생의 학부모와 학부모대표로서 여성대표를 위한 경우가 있다. 학부모회는 학급 차원에서는 직접 참여하고, 학교협의회에서는 그 대표들을 통하여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학부모회는 학생의 이해관계와 자신들의 교육권에 근거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참여권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급 차원에서 1인 또는 2인의 학급대표를 선출하며, 이들이 모여 학교 차원의 학생회를 구성한다. 그리고 학생회는 그 구성원 중에서 학생대표 내지 학년대표를 선출한다. 학생대표기구들은 학부모대표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참여권을 가지며, 이에 더해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학생자치를 향유한다. 학생자치활동에 속하는 예로는 학생행사, 학생신문, 학교문제에 관한 사회적 행동과 입장표명을 들 수 있다고 한다. 학생회에는 교사들과의 협력을 위하여 다양한 지도교사를 두고 있다. 학생대표의 참여권 행사에 관해서는 학부모대표에서 언급한 것이 역시 유효하다.
학생대표와 학부모대표 업무는 학교에 의해 지원되며, 또한 재정적 문제도 학교의 처분에 맡겨진 범위 내에서 학교가 부담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기부금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으며, 공법상의 학생회비 납부의무도 없다. 그에 반해 학부모들은 종종 사법적으로 관리되는 학부모기부금이나 지원단체를 통해 학교에서의 교육업무 개선을 위해 기여하고, 이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학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결국 독일 학교의 학부모대표기구와 학생대표기구들은 학교 밖의 기관들이 아니라 학교내의 기관들이라고 할 것이다.
각종 위원회 참여 프로그램 지방교육자치기구는 아니지만 독일에서는 주와 지방자치단체의 단계별로 학생 및 학부모대표들로 구성되는 위원회들을 두어 이들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듣고 반영하기도 하고, 일부 주에서는 주교육부장관의 일반규정과 지침 발령시 주학부모위원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참여기구들은 학내기구인 학교협의회의 발전과 맥을 같이하여 학교 차원 밖으로 확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사친회와 학교평의원제 도입을 통한 사전 의견 수렴 및 사후 교육적 해결 교원과 학부모 및 지역사회 인사로 구성된 PTA(사친회)는 학교 내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 기제로서 학교분쟁의 예방 및 자체 해결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분쟁이 발생한 경우 교육적 중재 및 조정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체벌이나 이지메와 관련하여 학교측이 PTA를 중심으로 벌인 홍보활동은 비교적 단기간에 걸쳐 교육적 공감대 형성에 비교적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분쟁의 조정권한이 없는 임의기구 및 자문기구로서는 당사자의 이해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무기력하다는 한계는 한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2000년에 학교장의 자문기구로서 도입된 학교평의원제 역시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로서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PAGE BREAK]고충상담제도의 활용-인사원 및 지방공공단체 상담실 일본에서 공무원에 대한 고충처리 제도는 역시 학교분쟁에 있어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의 교육공무원고충심사제도와 유사한 것이다. 즉, 직원으로부터 근무조건 및 그 외 인사관리에 관한 고충을 접수받아 당사자에게 조언하거나 해당기관에 필요한 조치 및 협력을 구하는 제도이다. 이는 교원 및 직원들의 인사에 관련한 분쟁에 있어서 사전 예방적 기능을 수행하고, 행정심판 및 소송 전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인 국립학교 교원 및 직원들은 인사원의 공평심사국 직원상담실이나 9개 지역사무국의 담당과(제1과 및 조사과)에 신청을 할 수 있고, 지방공무원인 공립학교의 교원 및 직원의 경우에는 각 지방공공단체가 정한 조례에 정한 바에 따라 설치된 상담실 및 해당 과(課)에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신청자가 위에서 설명한 행정적 해결제도의 하나인 ‘불이익처분 불복신청’을 하거나 ‘근무조건에 관한 조치 요구’를 하였을 경우 고충상담의 건은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 최근 인사원은 고충상담제도를 좀더 강화한 인사원규칙(13-5, 2000.6.1)을 제정하였는데, 이직(移職)의 경우 고충상담이나 정년퇴직자의 재임용에 관한 고충상담도 받고 있다. 상담에 대하여는 비밀을 보장하며 불이익처분을 금지하고 있다.
인사원의 보고에 의하면 국가공무원의 고충상담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1999년 720건), 이지메(집단따돌림), 모욕주기(嫌からせ), 성희롱 등 인간관계에 관련된 문제가 40.4%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전임·재배치·사직 등 인사문제가 22.5%, 과중한 초과 근무, 휴가 불인정 등 복무에 관한 사항이 21.8% 등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교 내외 교육상담 체제 강화 ▶스쿨카운셀러 제도
최근 일본에서 강화되고 있는 교육상담 체제나 학교·가정·지역사회간의 연계망 구축은 학교분쟁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방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예방대책으로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앞서 살펴본 일본의 학교가 당면한 교내 폭력, 이지메, 체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95년부터 스쿨카운셀러(학교상담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임상병리사나 아동심리 전문가를 중심으로 하여 2000년 현재 2,250개 교에 배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이 제도에 의해 아동·생도의 문제 행동등을 예방·발견·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음은 물론, 보호자나 교원에게도 적절한 지도의 정보 및 조언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성교실 상담원(心の敎室相談員)
심성교실 상담원 제도는 1998년부터 도입되었는데, 공립중학교에 교직경력자나 청소년단체 지도자 등의 지역인사를 ‘심성교실 상담원’으로 배치한 것을 말한다. 이들 상담원들은 학생들이 갖는 비교적 가벼운 고민에 응하여 상담하고 있는데, 문제행동의 예방차원에서 보면 분쟁의 원천적 예방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상담체제를 마련해 가는 데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따라야 하는데 1995년부터는 시(市)·정(町)·촌(村) 교육위원회에 교육상담원을 배치하기 위해 필요한 경비를 지방교부세에 포함시키고 있고, 2000년부터는 이를 더욱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교·가정·지역사회 연대 강화 최근 일본에서는 아동·생도의 문제행동에 대응하여 학교·가정·지역사회 연대가 보다 강조되고 있다. 문부성은 관계자를 중심으로 한 ‘생도지도추진회의’를 개최하거나, ‘생도지도총합연휴추진사업’(2000년도 신규)을 추진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도 여러 형태의 연휴 조직이 나타나고 있는데, 학교와 경찰 사이에 ‘학교경찰연락협의회’(전국에 약 2,400조직)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또한 학교에 경찰관을 초대하여 아동·생도에게 학교폭력의 범죄성 및 책임 등에 대해서 조언하는 ‘범죄방지교실’을 개최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