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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영어 전담교사제 재고할 때…수업시수 늘려야

영어교육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초등영어교육이 지난 5년 동안 남긴 숙제는 많다. 본란에서는 초등학교 영어는 꼭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하는가, 수업시수는 적지 않은가, 학습자들의 수준차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진단해보고 개선방향을 모색해본다.

김정렬(교원대 교수 / 영어교육과)



들어가는 말

1997년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최초의 정규교과 영어교육이 시작되어 이미 5년이 지났고, 그 3학년이 2001년에는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5년 동안 초등학교 영어 교육은 영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초등영어가 도입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교과는 당장 그 실용성을 알 수는 없지만 막연히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중요 과목으로 인식되던 것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그래서 영어교육은 당연히 문법과 독해 중심으로 진행되고,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많이 외우고 많이 읽고 쓰는 것이 영어공부의 원칙이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시작되면서 처음부터 구어영어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위한 유의적인 활동을 통해서 영어를 익히게 되었고, 초등학생들의 발달 특성상 자기방어라는 심리적 기제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학교 밖에서 외국인에게 수줍음 없이 쓰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학교 영어교육이 실제 의사소통을 위한 중요한 생활의 도구로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사회의 빠른 개방화와 더불어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영어교육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긍지와 보람의 한편에는 지난 5년 동안 현실적으로 표출된 초등영어 교육의 문제점과 숙제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짧은 글을 통해서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모든 문제를 수박 겉핥기로 훑어보기보다는 다음의 세 가지 문제에 대해서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심도있는 논의를 해봤으면 한다.
①초등학교 영어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하는가?
②초등학교 영어 수업시수는 이대로 둬도 되는가?
③초등영어 학습자들의 수준차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위의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 우선 초등영어 교육과정의 내용과 더불어 현재 실시되고 있는 초등영어 교육의 특성을 알아보고, 현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본 뒤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초등영어 교육의 방향

1997년에 개정된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하면 영어교육의 목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고 아울러 외국 문화를 올바르게 수용하여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고, 외국에 소개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7차 교육과정이 연차적으로 실시되어 2002년에는 초등학교 전학년이 7차 교육과정을 적용받는다. 7차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의 중점사항은 생활 영어 중시, 언어 사용 능력 신장, 활동·과정/과업 중심의 학습 중시, 성취 기준의 명료화 및 상세화,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다. 그 중에서 초등학교 영어 교육이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생활 영어 중시
제7차 초등학교 영어과 교육과정은 21세기의 지식·정보화 시대에 대비하여 초등학교 학생들로 하여금 국제 공용어인 영어의 중요함을 알게 하고 영어를 배우는 데 흥미를 느끼고 영어에 대한 친숙감과 자신감을 갖도록 하며, 영어학습 의욕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 수준이나 내용은 일상 생활에서 실제 사용하는 매우 쉽고 간단한 생활 영어를 상황 또는 주제 중심으로 구성하여 학습하도록 하였다.
과거에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실제의 대화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잘 사용하지 못하는 데에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영어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문법을 설명하기에 좋은 예문들은 많이 있었지만, 영어의 원어민들이 항상 쓰는 말들은 매우 기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영어를 학습하여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영어과 교육과정의 취지이다.

언어 사용 능력 신장
우리 영어교육의 취약점은 문법-번역식 교수 방법에 너무 치중해 온 결과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며, 교육 현장에서도 교사의 구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초등학교에서는 음성 언어 중심의 영어교육을 통하여 영어 사용능력을 길러 주고, 점차적으로 문자언어 교육의 비중을 늘려 가도록 내용이 구성되었다. 학생들이 영어를 들을 수만 있다면 언제나 영어로 말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초보단계에서는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거나 교사가 직접 교실 영어를 구사하여 학생에게 가급적 많은 듣기 훈련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교사는 이 점에 유의하여 교수-학습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활동·과정/과업 중심의 학습 중시
학생들이 그룹·체험 활동, 경험, 과업을 통하여 언어 사용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게임, 역할놀이, 노래 등을 많이 도입하였다. 교사의 역할은 그룹 관리 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교수-학습 과정에서 모니터를 통해 학생들의 실수 여부와 학업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감지해야 한다. 또한 자원 공급자로서 학생의 요청이 있을 때 도와주고,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는 어떠한 일을 수행하는 과정을 중요시 여기며, 학습자들이 스스로 활동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에 관한 혹은 언어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 그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는 여건 마련
심화·보충형 교육과정에 수준별 교육과정을 적용함으로써, 우수 학생에게 심화 과정을 제공하여 수월성 교육을 할 수 있고, 학습 부진아에게 보충 과정을 제공하여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능력에 따라 학급을 소집단으로 편성하고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수업 내용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방법이 수준별 교육과정의 요체이다.
[PAGE BREAK]학습자 중심의 영어교육
위의 네 가지와 더불어 현재 초등영어 교육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다. 학습자 중심의 영어 교육이란 교육의 중심을 교사의 가르침보다는 학생의 학습 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교육의 방식을 의미한다. 학습자 중심 영어교육에서 교사는 영어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학생들이 놀이나 게임 등을 통해 영어를 실제로 체험해 보도록 하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도와주어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영어를 익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은 실생활의 감각과 경험이 사고와 행동에 깊이 작용하고 호기심이 강한 시기에 있다. 그래서 영어의 교수-학습 활동을 전체적으로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감각과 놀이를 중심으로 하고, 발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초등영어 교육은 앞에서 제시하였던 활동·과정/과업 중심의 학습을 통하여 결과 그 자체보다는 학생들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하는 경험, 활동, 느낌, 생각 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영어로 하는 경험, 활동, 느낌, 생각 등이 영어 자체에 관한 지식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 교육의 주된 목적은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의 배양이다. 의사소통이란 본질적으로 그 자체가 과정이다. 의사소통 행위 자체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면,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영어교육은 당연히 결과보다는 과정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즉, 영어교육이 지식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결과 지향적인 교육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초등영어 교육의 문제점

초등학교 영어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하는가?
초등영어 교육의 목표가 영어의 기초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담당 교사에게 상당한 수준의 영어구사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초등영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기초적인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 주는 데 있지 않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과 목표는 ‘영어 의사소통 능력의 기초적인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의사소통 능력의 기초적인 바탕이란 간단히 말해 최소한 영어를 싫어하지는 않게 하는 것이다. 영어란 것이 어렵고 딱딱하고 지겨운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면, 그 학생들은 영어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공부해야 할 시기에 흥미를 잃어 더 이상 영어 공부를 하기 싫어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영어는 전체 영어교육의 초반의 극히 일부로서, 그 이후의 영어교육과 관계없는 하나의 독립된 교육이 아니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전부는 초등학생들이 영어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도록 해주는 것이다. 즉, 영어란 익숙하고 편안한 것이며 잘 해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영어 담당교사는 자신의 유창한 영어구사력의 발휘보다는 초등학생들과 함께 매우 기초적인 영어를 듣고 따라 하고 또 가지고 놀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발음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교사 자신이 끊임없이 연마해야 할 영어교육의 핵심적 요소이지만 발음이 근본적으로 의미의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발음이 안 좋아도 의미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면 의사소통은 되는 것이다. 한편,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수업의 제안으로 보다 영어 구사력이 뛰어난 영어 전담교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전담 교사수는 태부족이다. 외국인 전담교사는 차치하고 내국인 전담교사가 확보된 경우는 전체 공립 초등학교의 30%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담임교사가 직접 영어를 지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등영어를 교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하는지 담임교사가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 제기되어 오고 있다. 우리나라 여건상 현재 초등학교는 한 교사가 전 교과를 담당하는 체제이다. 만약 교과전담제가 실시된다면 이와 더불어 영어교과를 담당할 교사들의 양성교육도 같이 거론되어야 한다.
초등학교의 교과운영이 담임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영어를 전담교사가 가르쳐야 된다는 논리는 위에 언급한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특성을 간과한 교과중심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어전담교사의 논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초등영어교사를 중등영어과 출신으로 임용하겠다는 논리가 바로 교과중심적 사고의 결과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약에 필자의 생각과 달리 초등에 영어 전담교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초등영어 전담교사는 초등교사가 되기 위한 소양과 훈련을 받은 전문인력들 가운데 대학원에서 초등영어를 전공한 사람들과 초등영어 심화과정 이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교원대와 교대에서 초등영어 심화과정 및 대학원 초등영어 전공을 통해서 초등영어 전문가들을 키워서 내보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역량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오히려 비전문가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담교사를 임용하겠다고 하면 기존의 초등영어교육 전문가들 가운데 영어교사를 우선 발탁하여 쓰고, 그래도 모자라면 초등영어교육 전문가 양성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해서 교원대와 교대에 있는 기존의 학과체제와 프로그램을 통해서 얼마든지 양성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PAGE BREAK]수업시수의 부족
언어라는 특수성을 외면한 수업시수의 단축은 우리가 안고 있는 초등영어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이다. 6차 교육과정에서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영어 수업시간이 2시간이었는데, 7차 교육과정에서는 3, 4학년은 1시간, 5, 6학년은 2시간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교육과정에서 영어과에 주어진 주당 1~2시간의 학교교육으로는 영어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실제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목표어의 학습에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은 약 2,500시간 내외로 나와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과정의 수업시수를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 합해도 겨우 800시간 남짓 되는데, 이는 수업시수의 절대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영어과 수업시수 단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8차 교육과정에서는 최소한 6차교육과정 수준으로 3, 4학년은 환원시키고, 초등 1, 2학년까지 영어교육의 확대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다른 사람들은 만약 시수의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3, 4학년에서 주당 1시간을 가르칠 바에야 이를 폐지하고 5, 6학년에 주당 3시간씩 집중 이수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타 교과와의 시수 조정이 쉽지 않은 일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수학(6차 교육과정 5, 6학년 주당 5시간→4시간), 사회(5, 6학년 주당 4시간→3시간), 과학(4, 5, 6학년 주당 4시간→3시간)이 각각 1시간씩 축소되고 대신 재량시간이 2시간으로 확대되는 등의 조정이 있기 때문에 영어가 3시간으로 확대될 경우 ‘교과별 최소 수업시간수의 조정을 통한 학습부담 경감’이라는 교육과정 개정의 정신에 맞지 않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초등영어는 학교에서 완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이와같은 교육과정의 교과간 수업시수 조절의 문제는 교과중심적 이해관계 때문에 국가 통치권자가 우리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 어떤 교과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영단을 내리고 끌고 가지 않으면 해결되기 힘든 문제이다.
8차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영어과 수업시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견할 수 없지만,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수업시수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고질적인 학습시간의 결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해결 방안으로 생각되는 것이 초등학교의 담임체제 속에서 그 대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담임이 영어를 가르친다면 교과간의 통합지도를 통해서 영어과의 학습 결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여러 가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간의 소재, 주제, 방법 및 결과물 등의 통합을 통해서 영어를 재미있고 유의미하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다른 교과학습도 함께 하는 영어를 일부 병합해서 타교과의 수업을 하는 모델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습자들의 수준 격차
초등학교 미취학 아동과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이 사교육을 통해서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들에 대한 영어교육은 듣기와 말하기의 실용교육을 강조하고 있어 서점마다 각종 시청각교재들과 그림책, 동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실제로 국내 초등영어 교재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유명 출판사들이 개발한 수십 종의 교재가 나와 있고, 거기다 외국에서 제작한 수입 교재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국내 유아 및 초등영어 교재 시장의 규모는 전체 영어 교재 시장 중 약 30%를 점하고 있으며 대략 2백억 원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교육의 팽창으로 과외를 받는 학생과 받지 못하는 학생들 간의 수준차가 심해져서 이미 초등학교 3학년에서 영어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 상당한 수준차가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영어교육 시작 후에도 영어공부에 투입하는 시간이나 경제적인 차이, 동기의 차이 때문에 초기의 수준차는 누적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1997년 초등영어 교과가 정규과목으로 처음 시행되었을 때 초등영어 교과는 교재를 컬러화 하고 시청각 교수 자료를 도입하여 교단 선진화 및 교수-학습 방법의 질적 제고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 주위의 관심을 초등영어 교육의 긍정적인 지원세력으로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으로 영어를 가르쳤을 때 3~4학년 학생들로부터 영어에 대한 열렬한 참여도와 흥미를 진작시키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은 3~4학년과 달리 영어의 교수-학습에 게임, 노래, 챈트, 역할극만으로 동기유발이 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즉, 3학년에 올라와 처음 영어를 배울 때는 모두 재미있어 하고 모두 다 똑같은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1년이 지나 4학년에 올라갈 때에는 개개인의 수준차가 상당히 벌어진다. 이때부터 영어가 ‘재미없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습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5학년에 가서는 쓰기 기능까지 포함되다 보니, 어떤 학생들은 굉장히 뒤쳐지기도 하고, 아예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현장 교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놓고 또 하나의 과목에 부진아를 양성했다는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수준차를 조정하기 위해서 수준별 지도를 계획하고 있는데 7차 교육과정의 특징은 수준별 지도라는 것이다. 초등영어는 2001년부터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어 실제로 현장에서 수준별로 편성해서 가르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 나라와 같은 다인수 학급에서 학습자 개개인의 수준을 고려한 영어수업을 실시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와 같은 EFL 상황에서 일주일에 1~2시간 영어를 배우고 나가도 실제 쓰일 데가 없다는 점과 상당히 어려워져 있는 교과서의 내용을 따라 잡기란 쉽지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영어권의 나라에 실제 가서 생활하며 습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비결이겠지만, 비용상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보완된 방안으로는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한 구체적 접근방식과 영어 동화책을 많이 구비하여 자주 접할 기회를 마련한다든지 또는 집에서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일상생활 영어를 같이 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제는 영어교육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의 영어구역(English Zone)이라는 개념을 좀 더 다양하게 확장시켜서 학교 홈페이지에 사이버 영어구역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영어채팅이나 영어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각 시·군·구 단위 교육청별로 영어시범학교를 두어서 해당학교에서 한두 개 교과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영어부속수업의 형태를 마련해서 공간적인 영어구역의 개념을 사이버 공간으로, 시간적인 공간으로 다양하게 확산시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학습자들의 수준차는 공교육에서 다양한 영어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므로서 풀어보겠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PAGE BREAK]영어 교육의 과제

교사 연수에 대한 대책
초등영어 교육실시 이후 영향을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받은 사람들은 당장 가르쳐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이다. ’96년부터 시작된 연수는 기본연수, 심화연수, 해외연수, 자율연수, 교내연수 등의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국가적인 예산 또한 그 이전의 어느 연수보다 집중적으로 지원이 되어서 많은 교사들이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의 담임 배정 원칙으로는 영어 지도를 원하는 교사가 영어를 가르칠 수 없는 현실이다. 초등에서는 일시적으로 많은 수의 교사가 퇴직하는 상황이므로 담임의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로 인해 영어 지도에 유능하고, 영어 전담 교사를 원하는 교사의 경우에도 학교에서는 우선 담임의 수요를 메워야 하므로 담임으로 배정하는 실정에 있다.
초등에도 영어 사용에 능하고 영어 지도에 열심인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 이런 선생님들의 경우 다년간의 초등학교 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도한 경험과 교수법에 있어서도 많은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연수받은 적절한 인재를 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국가 재정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초등영어는 초등교사가 책임지고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며 계속 공부를 하는 교사에게 어떤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교사 양성과 채용에 대한 것은 교사연수를 넘어 교원양성 자체의 어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등에서 영어를 실시한 지 벌써 5년째에 접어들었으나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양성기관에 영어 사용능력을 위한 기회가 확대된 것 같지 않다. 입시 위주의 중·고교 영어교육도 그러하지만 졸업 후 당장 영어를 사용하여 지도하길 원하는 초등교사의 경우에도 구어능력 신장을 위한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교사 채용에서도 어떤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방향은 평가에 의해 가장 빨리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교사 채용시험에서도 다양한 영어 인증제도를 활용하여 노력한 교사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교육환경 개선 및 교재
6차 교육과정에 비해 7차 교육과정에 의한 초등영어 교과서 및 지도서의 내용이 쉬워지기는 하였지만 초등 수준에서 지도하기에 지나치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초등영어 교과서의 수준은 중학교 1학년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과정에 어휘와 의사소통기능을 제시하여 난이도를 조절하였다고 하여도 초등의 경우는 말하기와 듣기의 음성언어 위주의 학습이므로 음성언어 수준에서는 꽤 높은 수준의 듣기와 발화 표현을 하게 된다. 더구나 지도서의 경우 단위 시간에 지도하기에는 학습량이 많고, 지도하는 방법에서도 체계적이거나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아 일반 연수만 받은 초등 교사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면이 많다고 여겨진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1997년에 처음으로 초등영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올해(2001)에 중학생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거리로 대두된 것이 초·중등 영어교육의 연계성 부족이라는 것이다. 4년 동안 영어공부를 하고 올라온 학생들이 중학교 교사들의 생각에 읽기와 쓰기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초등영어교육의 실시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초등영어 교육에서 음성언어에 노출하기에도 시간적으로 벅차 읽기·쓰기에 시간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므로 중등에서는 교육과정의 연계 선상에서 초등에서 이미 다 배웠다고 여기고 읽고 쓰기의 수준을 규정하므로 이를 걱정하는 일선 교사도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7차 교육과정에 의한 교과서의 내용도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그 연계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영어 교육은 지금 초창기이기 때문에 초등영어교수법이 대부분의 교사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7차 교육과정에 의거한 초등영어는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교사용 CD-ROM, 학생용 CD-ROM, 오디오 자료 등이 함께 공급되고 있다. 교사용 지도서는 특히 교사의 자율연수를 위한 것이다. 가르쳐야 할 내용과 방법이 교사용 지도서에 단계별로 잘 정리되어 있지만 그래도 많은 담당교사들에게는 생소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많다. 영어를 담당교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지도서의 지도 방법과 절차, 구체적 교수 기술 등에 관해서 충분한 토론과 연습을 통해 차시별 지도안을 공동으로 작성하고 공통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초등영어 교육에 좀 더 밝은 교사가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진행하면 그 학교의 같은 학년의 영어수업의 질과 내용은 한결 더 충실해질 수 있을 것이고 반별·교사별로 수업의 질의 차이가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담당교사들은 한층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교육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들이 상당히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교육청, 학교장들이 담당교사들의 자율연수 기회를 최대한 확대해 주고 필요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열악한 초등학교의 영어수업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서 초등영어 교육을 위한 갖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인터넷이나 PC 통신을 이용한 유아 및 초등영어 사이트들로 알파벳부터 영어 노래·동화·게임 등을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는 국내외 영어교육 사이트, 초등학생용으로 70여 개의 영어 동화책 사이트를 링크시켜 놓은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맺음말

열악한 교육환경, 교사자질에 대한 논의, 교육인적자원부의 방향을 잃은 임용시책, 영어교사의 해외연수 기회 부족, 영어 원어민 강사의 태부족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지만 교육은 이상적인 이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현실적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의 여건이란 세계 어디를 보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런 곳은 없다. 어떤 교육은 필요한 모든 여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질 때까지 시행하지 않고 기다릴 수 없는 것도 있다. 사회의 변화 등으로 인해 꼭 필요해진 것의 교육은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여건만 마련되면 시행을 하면서 여건을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5년을 맞이해서 초등영어 교육에 대한 그 시행 상의 문제점이나 미비점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교육과정, 교과서, 담당교사의 양성 및 연수, 행정 당국의 지원 등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감으로써 더 나은 초등영어 교육의 활성화를 기대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많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제안하고 있는 해결책도 최선의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대안일 뿐이고, 우리 모두 다같이 초등영어 교육이 그 뿌리를 튼튼히 할 때까지 관심과 열정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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