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과정(political process)의 일부분이다. 교육정책이 결정되기 위해서는 행정부 내에서 기본계획이 작성되고 여당과의 당정협의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국회라는 정치적 논의과정을 거쳐 확정·집행된다. 이 과정에서 교육전문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보다는 개혁 실적에 급급한 정부의 영향력에 의존하거나 교육적 논리보다 시장경제 논리 혹은 특정 집단의 압력에 의해 교육정책이 왜곡되는 사례를 숱하게 보아 왔다. 교원의 정치활동은 정부와 정치권의 교육정책 실적과 향후 방향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표적 참여방식인 선거를 통하여 평가함으로써 잘못된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대해 책임을 묻고 나아가 무분별한 정책의 남발 방지와 안정된 교육정책을 구현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단순히 교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시민으로서의 기본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이다. 더구나 교육전문가인 교원이 정당이나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를 발표하여 국민들에게 알리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민주시민사회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은 노동기본권보다 훨씬 앞서 보장하고 있다. 교원노조까지 허용할 정도로 개방된 정부·여당이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유독 경직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예컨대 교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하였을 경우 오히려 선거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교원의 87% 이상이 정치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학교 내에서 교원의 편향된 교육을 금지하는 것이지 학교 밖에서 개인 자격의 정치활동까지 제한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 역대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교육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는 것이 헌법의 기본정신인 것이다. 학교의 정치장화에 따른 학습권 침해 우려는 학교 내에서의 정치활동을 엄격히 규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또 교사는 정해진 교육과정 내에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업에 대해서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 만약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업을 하는 교사가 있다면 행정적인 지도 혹은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방안을 강구하여 제재할 수 있으므로 이것이 정치기본권을 제한하는 논리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활동의 제한은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으며 특히 대학교원에게 정당가입이나 참정권을 허용하면서도 초·중등교원만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위배된다. 외국의 경우에도 정치적 기본권은 노동 기본권보다 훨씬 더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OECD의 가입국가 중 교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의 대표적 교원단체인 NEA는 1972년도에 정치활동위원회(PAC)를 출범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사의 자발적인 기금 모금뿐만 아니라 캠페인, 경매 및 경품판매, 우표 판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기금도 모금한다.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였으며 1990년대에 미국 하원의원의 75%가 NEA의 지원을 받은 후보자가 당선되었다. 미국의 교원노조인 AFT도 정치교육위원회(COPE)를 통하여 다양한 기금모금과 정치 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단의 정치오염을 걱정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영국교원노동조합은 우호적인 의원들의 명단을 작성, 지지 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입법과정에서 조합의 의사를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최대 교원조직인 국민교육연맹(FEN)의 경우 소속 교원의 80%가 사회당에 가입되어 있다.
[PAGE BREAK]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은 시민사회의 도래에 따라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시민단체의 활성화와 전문화 그리고 특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4.13 총선 당시 시민단체의 활동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시민단체의 전문성이었다. 즉, 시민단체가 민주성의 원리는 앞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분야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교육전문가 그룹인 교원단체가 정치활동에 참여할 경우 시민단체 활동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고 이는 곧 시민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교원의 정치활동보장은 국제적인 추세나 국민으로서의 기본권 신장, 그리고 책임 있는 교육정책의 구현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교총은 이미 사회각계 인사로 ‘정치활동위원회’를 구성해 정치활동을 위한 관련법률의 개정, 향후 정치활동 일정 등을 확정함으로써 정치활동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당할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것이다. 교원의 정치활동은 교육전문가인 교원이 훌륭한 정책을 개발한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교육정책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을 맹목적으로 억압할 것이 아니라 적법한 활동을 통하여 정치와 교육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구축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