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활동의 유형은 시민단체 참여, 정치집회 참여, 선거운동이나 정당가입, 공직자와 접촉, 정치토론, 청원, 항의, 시위, 투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시민에게는 이와 같은 정치활동에 대한 제한이 없다. 하지만 초·중등교원은 선거운동 참여와 정당가입 그리고 교육위원 출마 등에 대한 피선거권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초·중등교원의 정치의식 수준이나 전문적인 소양을 고려할 때 개인의 정치활동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이유와 명분은 설득력이 약하다.
개인의 정치활동 참여 보장이 선진국에서는 공직자에게까지 무제한적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교원을 제한하는 것은 정치학적·법리적·시민적 차원뿐만 아니라 시대적으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일반시민과 마찬가지로 교원 개인의 정치활동 참여를 완벽하게 허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원단체가 교원들의 이익집단으로서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여 교육현실과 부합되는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원의 신분과 권익에 직접 관련된 정책이 이해 당사자인 교원의 의사가 무시된 가운데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데 대하여 교원들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교원단체가 전문적인 이익대표체계로서 집단행동이나 집단적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필수 요건이다. 교육현실과 동떨어진 조령모개식 교육개혁이 강행되고 교권이 짓밟히고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원의 권익과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 이익집단으로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원단체가 순수한 이익집단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서 선거 때 집단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지지·반대·낙선 운동을 하거나, 선거정보의 제공도 교육 이외의 정치전반으로 확대하는 것, 그리고 정치 세력화되어 정치현장에 뛰어드는 것 등의 정치활동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첫째, 교원 개인은 물론 단체의 제한 없는 정치활동이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원인의 하나로 법치주의의 실종과 법 경시 풍조를 꼽는 상황에서 교원단체의 활동은 일반 시민운동단체와 달리 합법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할 것이다.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 주장의 시대적·법리적 당위성을 충분하게 인정하지만 학생들에게 법과 질서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선생님들의 접근방식은 달라야 할 것이다.
둘째, 교원단체가 정치 집단화되어 소모적인 정쟁에 휘말린다면 교육환경이 정치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불신이 대단한 상황에서 선생님조차 진흙탕 싸움에 끼어든다면 교육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선생님들이 선거 때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줄을 댄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으며, 역으로 정치권은 교원단체를 선거에 이용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혹의 손길을 뻗칠 것이다. 또한 줄을 잘못 섰다가 만의 하나 정치적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 온다면 정치경험이 전무한 선생님들은 이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PAGE BREAK]셋째,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교원단체 회원이 혹시라도 편향된 시각에서 당파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자율적 판단능력이 부족한 초·중등학생 교육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학교는 특정한 이념이나 가치의 편향적인 학습현장이 아니라 다양한 사상의 시장이 되어야 한다. 학부모들은 교육에 대한 정치적 압력과 권력으로부터 교육의 독립도 절실하게 원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교원의 정치적 중립, 교육의 무당파성, 그리고 교육의 정치에의 불간섭 등도 바라고 있다.
넷째, 교원단체간 그리고 교원 상호간에 편가르기 등 내부 분열과 갈등으로 선생님들의 이미지가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에 대한 노선이 상이한 교원단체간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지지 또는 반대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 충돌 가능성이 있다. 교원 단체끼리 싸우면 학부모들은 불안해 할 것이며, 선생님들을 불신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한 수만 혹은 수십만 회원의 다양한 정치적 선호와 소속단체의 정치노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자칫하면 교원단체간 그리고 회원 상호간 반목과 대립의 골이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의 이익집단인 교원단체는 일반시민 운동 단체와 다른 성격이길 국민은 원하고 있다. 그 활동방법과 전략도 차별화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적인 과제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원노조, 한국교원노조 등 모든 교원단체가 교원 개인의 정당가입, 선거운동 참여, 피선거권 확대 등 정치적 기본권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데 있다. 그 문제만 해결되면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공간은 자연적으로 넓어 질 수 있을 것이며, 단계적·점진적으로 정치활동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