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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인 수학여행은 그만!

이제는 수학여행을 기대하며 전날 밤 잠 못 이루는 학생도 없을 것이고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고 여행의 감동을 느끼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는 교사도 흔치 않을 것이다. 획일적인 여행은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도 크지 않다.

한재혁(경기 양평 지평종고 교사)



1. 들어가는 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교육현장도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그런데 학교의 여러 행사 중에서 그 내용이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되어 오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수학여행이 아닐까 한다. 봄이나 가을철이 되면 전학년이 경주나 설악산으로 떠나는 획일적인 수학여행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20여 년 전 학생의 신분으로 설악산에 갔던 수학여행이나 지금 학생들을 인솔하고 가는 수학여행이 그 내용 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변화한 것이 있다면 고급화된 버스나 숙박시설일 것이다. 수학여행의 진정한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가는 현 시점에서 수학여행의 교육적 의미를 검토해보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2. 수학여행의 교육적 의미

수학여행의 교육적 의미는 크게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국내의 문화·경제·산업·정치 등의 주요 현장을 직접 견학함으로써 교과 외의 분야에 대한 학습을 기도할 수 있고 넓은 식견과 풍부한 정서를 육성시키는 데 보탬을 줄 수 있다.
둘째, 학교 밖에서의 집단적 행동을 통해서 건강·안전·집단생활의 수칙이나 공중도덕 등에 대한 바람직한 체험을 얻을 수 있다.
셋째, 미지의 세계를 견문하며 사제(師弟)와 학우(學友)가 함께 생활함으로써 즐거운 추억을 갖게 되고 학교생활의 인상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수학여행에서 이러한 교육적 의미들이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는 의심스런 상황이다. 학생들이 여행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예전에는 수학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처럼 가족단위나 친구끼리의 여행이 자주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학여행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 크게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학교 생활에서 한 번은 가야만 하는 귀찮은 학교 행사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수학여행의 불참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그러한 학생들의 불참 사유도 예전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수학여행의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가기 싫다는 것이다. 앞으로 주 5일제 근무가 보편화된다면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3. 수학 여행의 새로운 모색

수학여행이 학생들에게 흥미를 잃게 된 그 원인을 진단해 보면 그것은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획일적인 여행 방식 때문일 것이다.
‘철이 되면 전학년이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경주나 설악산으로 가는 여행…. 선생님의 통제하에 유적지나 명승지를 주마간산으로 둘러보고 저녁부터는 숙소에서 꼼짝 말아야 하는 여행…’
아마도 이것이 우리의 머리 속에 그려지는 수학여행의 모습일 것이다. 이런 획일적인 여행방식은 학생들에게 흥미를 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도 그리 크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수학여행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기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다양한 방식의 여행을 시도해 보고 정착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수학 여행이 아니라, 학생들을 주체로 세워 학생들과 함께 준비하는 테마수학여행 등의 방법을 적극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PAGE BREAK]반이나 특별활동 부서별로 여행 팀을 구성하여 학생들이 여행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시기, 장소, 일정 등의 여행 계획을 세워 여행을 준비한다. 그리고 인솔 교사가 동행하여 여행을 지도하고 여행이 끝나면 여행 중에 경험하고 조사했던 내용들을 보고서로 정리하여 제출한다면 여행의 흥미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도 크게 얻을 수 있는 수학여행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수학여행이 실시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이 존재하겠지만 기존의 획일적 방식을 지양하고 작은 부분부터라도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4. 마무리 글

수학여행은 점점 그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어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수학여행을 기대하며 전날 밤 잠 못 이루는 학생도 없을 것이고 수학여행을 통해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고 여행의 감동을 느끼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는 교사도 흔치 않을 것이다. 입시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1학년 때 빨리 갔다오는 학교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제는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수학여행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획일적인 틀을 벗어나 좀 더 열린 자세로 고민한다면 다양한 방식의 수학여행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수학여행이 될 수 있다면 수학여행의 진정한 교육적 의미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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