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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세대' , 그 이름은 타당한가

4.19세대나 386세대들이 주로 정치적인 체험을 통해 세대를 형성했던데 비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나타난 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는 여가와 놀이를 통해 세대를 형성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세대경험과 구분된다.

이경상 /한국청소년개발원 부연구위원



월드컵 신문화체험 특징 및 실태

 2002 월드컵 응원에 참여한 한국 청소년들의 응원문화 체험의 특징은 높은 자발적 참여도와 적극적인 자기표현, 신공동체적 징후들(새로운 의사소통의 양식, 정서적 일체감, 높은 질서의식)의 표출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우선 기존의 한국 역사에서 여러 가지 대규모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주로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로 동원되고 통제된 상태에서 미리 정해진 방식에 의해 수동적으로 여러 가지 상징이나 구호들을 소극적으로 표출한 경험이 지배적이었음에 비해, 이번 월드컵 응원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강제적인 동원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자발적인 의지에 기초해서 참여하고 자율적으로 발생·유통되고 수용된 응원방식을 따라 여러 가지 상징이나 구호들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말 한국청소년개발원에서 서울시 중·고등학교 청소년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월드컵 한국경기를 관람·응원한 바가 있으며 월드컵 한국경기 응원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57.6%가 한번 이상 거리응원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응원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비율을 참여횟수별로 살펴보면 1∼2번 참여한 청소년의 비율이 31.4%, 3∼4번 참여한 청소년의 비율이 14.9%로 나타나고 있으며 5번 이상 참여한 청소년의 비율도 11.3%로 나타나 청소년들의 거리응원 참가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거리응원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87.7%가 누구의 권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의에 의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응답해 거의 대부분의 청소년 거리응원 참여가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월드컵 응원에 참여한 전체 청소년들의 79.9%가 붉은 T셔츠를 입고 응원에 참여했으며 43.2%가 페이스페인팅이나 바디페인팅을 하고 응원에 참여했으며 태극기를 옷이나 목도리, 망토 등으로 사용하여 태극기 응원을 펼친 경우도 63.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이나 '오! 필승 꼬레아∼'등의 구호와 몸짓으로 응원한 비율도 90%대의 비율로 나타났으며 옆 사람과의 하이파이브나 팔짱, 어깨동무, 포옹 등으로 한국경기의 응원과 기쁨의 순간을 표출한 청소년들도 58.5%∼76.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청소년의 64.6%가 거리행진에 참여한 바가 있으며 차량에 올라타는 등의 차량을 이용한 응원경험의 비율도 27.4%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청소년들이 월드컵 응원기간 동안에 한국 경기의 응원을 위한 자신의 의사표시를 옷이나 신체, 구호, 몸짓 등을 사용하여 주저 없이 적극적으로 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거리응원에 참여한 청소년들만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붉은 T셔츠를 입은 경우가 89.9%, 페이스페인팅이나 바디페인팅이 54.7%, 태극기를 사용한 경우가 79.5%, '대∼한민국'이나 '오! 필승 꼬레아∼'등의 구호와 몸짓의 비율이 각각 96.0%와 96.8%, 옆 사람과의 하이파이브가 85.2%, 팔짱이나 어깨동무가 75.4%, 포옹이 69.6%, 거리행진에 참여한 경우가 84.6%, 차량응원이 34.0%의 비율로 나타나 거리응원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전체 청소년들에 비해 옷이나 신체, 구호, 몸짓 등을 사용한 응원의 의사표시가 좀 더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번 월드컵 응원문화가 강제나 타율보다는 자발적 참여와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응원의 의사표시에 기초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의사소통양식을 바탕으로 높은 정서적 일체감을 형성하고 상당히 높은 질서의식을 보여준 것도 또 하나의 새로운 특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거리응원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93.8%가 거리응원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대∼한민국'의 응원구호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을 통해 일체감을 느껴본 바가 있으며 70.9%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거리낌없이 하이파이브나 어깨동무, 포옹 등의 몸짓을 주고받은 바가 있으며 85.8%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이나 횡단보도 등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대∼한민국'의 구호를 주고받은 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드컵 거리응원문화가 일시적이나마 오프라인 상에서 낯선 사람과의 일체적 소통감을 형성하게 하는 기제로 중요하게 작용하였음을 나타낸다. 한편 거리응원 참여 청소년들의 69.9%가 인터넷 게시판에 월드컵과 관련하여 남이 올린 글을 읽은 적이 있으며 44.6%가 인터넷 게시판에 월드컵과 관련하여 글을 올린 적이 있음을 보여주어, 거리응원 동안에도 N세대의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은 여전히 중요한 의사소통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거리응원동안의 청소년 질서의식도 아주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십만의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서도 청소년 거리응원 경험자의 84.9%가 월드컵 기간 중 안전사고를 목격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78.2%가 옆 사람이랑 사소한 말다툼이상의 갈등을 빚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청소년 거리응원 참여자의 75.0%가 옆 사람을 위해 약간이라도 자리를 내어 준 경험이 있으며 56.2%가 거리응원동안에 가져온 물과 음식을 남들과 나눠 먹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남에 대한 배려가 거리응원동안에 잘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 거리응원 참여자의 80.5%가 길거리 응원에서 깔고 앉았던 종이, 음료수병, 휴지 등을 청소한 후에 귀가했다고 응답하여 사회에 대한 배려도 거리응원동안에 잘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PAGE BREAK]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월드컵 신(응원)문화체험의 기본적인 특징은 '자발적인 참여에 기초한 자율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신공동체주의 문화적 징후들의 표출'로 특징 지워볼 수 있다.
 
신 공동체주의 징후에 대한 이해

 그러면 이러한 사실들(facts), 즉 '자발적인 참여에 기초한 자율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신공동체주의 문화적 징후들의 표출'로서의 월드컵 응원문화체험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기존의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우리 청소년들이 일으킨 공동체주의적 문화혁명과도 같은 것으로 보는 시각을 수용해도 좋을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콘서트 문화와 같이 우리 청소년들이 심각한 의미부여 없이 그저 즐기기 위한 놀이문화의 외연이 월드컵이라는 축제마당에서 단순히 확대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우선 필자는 마치 청소년들이 공동체주의적 문화혁명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과잉확대하는 해석의 위험성을 경계하고자 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청소년들의 월드컵 응원참여 행위는 한국의 국가권력이나 경제적·사회적 문화권력이 '허용된 축제적 일탈의 장소와 행위'를 기회구조로서 제공한 바탕위에 심각하고 진지한 공동체적 가치가 목적이 아니라 한국 경기의 승리라는 공동의 집단이기적 애국심(한국 축구경기의 승리에 대한 기원이 애국심이라는 개념의 외연과 내포를 다 끌어안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것이라고 생각되지만)과 응원놀이마당의 단순한 재미추구가 목적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청소년개발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응원에 참여한 주된 이유로는 '축구에 대한 관심보다는 한국의 거듭된 승리로 인해 애국심이 생겨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41.2%로 제일 많았고 '원래 축구를 좋아하였으므로'라고 응답한 사람이 38.8%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축구에 대한 관심보다는 응원분위기를 틈타 실컷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청소년이 11.3%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원래 축구에 대한 관심이외에 사상 최초의 월드컵 4강 신화 달성이라는 한국의 거듭된 승리가 청소년들의 월드컵 참여열기에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기폭제로 작용하였음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이런 응원 참여열기의 축제적 분위기에 편승해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응원에 동참하였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오프라인상에서의 새로운 의사소통양식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 일체감의 실현이라든가 높은 질서의식 등의 신공동체적 징후들은 주로 한국경기의 승리와 재미추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발현된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일정부분 체화된 신공동체적 징후들은 그 자체가 행위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므로 과잉해석논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일정정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즉 한국 축구경기의 승리라는 집단이기적인 목적과 놀이문화의 단순한 재미추구가 아닌 자원봉사와 같은 공동체적 가치의 실현이 목적이 되는 곳에서도 자발성과 적극성 그리고 공동체적 일체감, 남에 대한 배려 같은 이번 월드컵 응원문화에 발현된 공동체적 징후를 띠는 행위들이 나타날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또한 공동체적 가치가 목적이 아니고 이익실현이 목적이 되는 곳이라 하더라도 이번 경우처럼 공동의 욕구충족과 이익실현의 목적이 아니고 서로간의 개인이익과 욕구의 실현목적이 충돌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공존의 질서의식이 나타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필자는 동시에 우리 청소년들의 이러한 월드컵 응원문화체험에 대해 아무 것도 아닌양 과소평가하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개인주의적인 합리성을 바탕으로 파편화되어 있고 때로는 이기적이기도 한 청소년들이 수단으로서나마 신공동체주의적 체험을 경험했다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월드컵 응원문화를 계기로 나타난 우리 청소년들의 신응원문화체험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수단으로서 나타난 신공동체적 징후들에 대한 체험'이라고 요약,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W세대의 창조적 확대 발전 기대

 그러면 우리는 '수단으로서 나타난 신공동체적 징후들에 대한 체험'으로 요약되는 우리 청소년들의 월드컵 응원문화의 새로운 체험을 우리 청소년들에게 'W세대'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할 만큼의 새로운 세대경험으로 간주해도 좋은 것인가?[PAGE BREAK]  우리가 이번 월드컵 한국경기 응원에 지배적으로 참여한 신세대들의 독특한 응원문화체험을 가리켜 'W(문화체험)세대'라고 구분하여 지칭할 때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세대문화체험에 비추어 새로운 문화체험이 등장했다는 것이고 그 문화체험이 광범위하게(확률적 제일성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체화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선 문화체험이 보편적이라는 말은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월드컵 한국경기동안에 형성된 독특한 응원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말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월드컵 한국경기 응원에 청소년들의 거의 전부가 한국의 경기를 관람·응원한 바가 있으며 이 중 57.6%가 한번 이상 거리응원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 월드컵 응원문화는 청소년들에게 보편적인 체험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문화체험이 새로운 것이라는 말은 두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기존의 청소년문화에 비해 새로운 청소년문화가 표출되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기존 세대의 세대체험에 비해 새로운 모습의 청소년 문화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청소년들의 모습은 개인적이다 못해 이기적이고 책보다는 인터넷중독이나 휴대전화 중독에 빠져 있고 대중스타를 쫓아 콘서트 장을 즐겨 찾아가며 음주·흡연에 유흥비 마련을 위해 불법아르바이트에도 과감히 나서는 주로 부정적인 모습인데 반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나타난 청소년들의 모습은 개인적이기만 한 줄 알았던 청소년들이 태극기를 망토로 휘날리며 애국심을 여지없이 표출하고 인터넷 채팅·게임중독이나 휴대폰 중독에 빠져 있었던 줄로만 알았던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붉은 악마를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오프라인 상에서 '대∼한민국'의 구호를 주고받으며 신공동체적 징후들을 마구 쏟아내었으며 콘서트 장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거리응원의 문화를 창출해 내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화체험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기존의 4.19세대, 386세대들의 체험이 주로 정치적인 문화체험을 통해 세대문화를 형성했던 데에 비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나타난 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체험은 여가와 놀이라는 문화체험을 통해 새로운 세대문화를 형성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세대경험과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자의 생각으로는 새롭고 보편적인 체험인가의 측면에만 국한해서 볼 때 'W(문화체험)세대'라는 명칭정도는 붙여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러한 자발성에 기초한 신공동체적 징후들이 목적이 아니라 놀이마당의 재미를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서 발현된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놀이마당의 재미추구가 아닌 다른 가치가 목적이 되는 행위에서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따라서 향후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까지도 고려하면 'W세대'라는 명칭이 개념의 완전성을 획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필자는 수단으로서 발현된 것이지만 자발성에 기초한 신공동체적 징후들에 대한 체험으로 요약되는 신문화 형성의 주역인 'W세대'가 자신들의 세대경험을 소중하게 살려나가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러한 'W세대'의 문화가 수단에서만 머물지 말고 목적으로도 일정부분 창조적으로 확대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수단으로서 발현된 공동체적 징후나 높은 질서의식을 청소년들이 스스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스포츠, 발표회, 음악회 등을 자발적으로 열고 즐길 수 있는 크고 작은 장소들을 마련해주어야 하며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서 우리 'W세대'의 청소년들이 축구경기 외에 다른 문화적인 욕구가 목적이 되는 행위에서도 자발성에 기초한 공동체적 징후나 높은 질서의식을 수단으로서 계속 쌓아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에서 수단적 체험으로 축적된 청소년들의 신공동체적 경험들을 자원봉사 등의 공동체적 가치를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우리 청소년들을 과도한 경쟁위주의 입시체제, 폭력, 유해환경, 불법아르바이트에 의한 노동착취 등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보호하는 기존의 고민들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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